광주에서 새정치聯 과반 붕괴… "한 명 빼고 전부 탈당할 것"
  • 임내현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이날 임내현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는 광주북을 지역의 광주시의원과 북구의원들이 함께 배석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임내현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이날 임내현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는 광주북을 지역의 광주시의원과 북구의원들이 함께 배석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임내현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일곱 번째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탈당한 임내현 의원은 새정치연합 내의 강경·급진 세력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안철수 신당'에 합류해 중도 지향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동철·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에 이어 임내현 의원까지 탈당하고 '안철수 신당'에 합류함에 따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체제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리게 됐다. 향후 광주·전남 뿐만 아니라 수도권으로도 탈당 행렬이 확산될 것으로 보이며, 호남에 기반하는 여러 신당 추진 세력들에 대한 조속한 통합 압력이 가중되는 등 야권발 정계 개편의 속도가 한층 긴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내현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6년 입당한 이래 지방선거 패배·대선 패배·총선 패배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새정치연합에) 지지를 보내고 몸담아왔지만, 이제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치 인생에 처음으로 탈당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 내의 강경·급진 친노(親盧) 세력에 맹공을 퍼부었다. 강경·급진 친노 세력 때문에 새정치연합에 '종북·좌파'의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중도 세력 등 국민의 신망을 잃어 정권교체가 완전히 불가능한 '식물 야당'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임내현 의원은 "일부의 강경파로 인해 당이 종북 세력으로 매도당했다"며 "안보가 중요한 한반도 정세에서 중도 계층과 합리적 보수를 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또, "일부 급진주의자들의 반(反)기업적 행태들로 인해 좌파로 매도되면서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기도 했다"며 "한쪽에 치우친 것으로 보이는 편협한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수권을 공약으로 내걸고 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문재인 대표가 이들을 제어하고 통제하기는 커녕 되레 폭주를 조장하며 당대표라기보다는 특정 계파의 수장처럼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임내현 의원은 "소통 부재와 독선, 불공정·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등 당 운영 방식도 문제"라며 "일부 주류와 비선(秘線)의 의견만 수용되며, 문제를 야기한 경우에도 계파별로 차별적 처리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수 차례의 선거 패배에도 대표가 책임지지 않아 당내외에서 비판과 조롱을 받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비판과 발목잡기를 일삼는다는 비판의 소지를 제공한 경우도 있었다"고 개탄했다.

    이처럼 강경·급진 친노의 '종북좌파'적 언동과 문재인 대표의 계파패권주의 당무 운영, 비판과 발목잡기로 점철된 행태 등이 겹치면서 당이 회생불가능·수습불가능한 나락으로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임내현 의원은 "더 이상의 기대도, 더 이상의 희망도 없다"며 "이제 변화를 외치다 지친 호남의 목소리를 받들겠다"고 탈당 결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온건한 성품으로 계파 다툼으로부터 거리를 둬온 임내현 의원이 '선도 탈당'의 대열에 몸을 실었다는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임내현 의원은 초선 의원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검사 출신이다. 평소에 정무적 발언을 거의 삼가왔다.

    이러한 유순한 의원들조차 탈당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그만큼 친노에 대한 호남 민심이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도달해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 임내현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이날 임내현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는 이은방 광주시의원과 조석호 광주북구의회 부의장 등 광역·기초의원들이 함께 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임내현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이날 임내현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는 이은방 광주시의원과 조석호 광주북구의회 부의장 등 광역·기초의원들이 함께 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광주가 지역구로, 이미 탈당한 의원실 관계자는 "호남은 기본적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한 세력의 등장을 원한다"며 "호남이 종북·좌파인 것도 아닌데 새정치연합의 일부 강경·급진 세력들 때문에 호남까지 함께 욕을 먹고 정권교체도 못하는 세력들의 인질처럼 돼버린 것에 대해 신물을 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임내현 의원의 탈당에 공감을 표했다.

    이날 임내현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 이은방 광주시의원과 조석호 광주북구의회 부의장 등이 배석해 함께 탈당할 뜻을 밝힌 것은 이번 탈당이 임내현 의원의 '개인적인 정치적 거취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민심의 견인에 따른 판단'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 점을 감안했음인지 임내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분노한 호남 민심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했다. 그는 "당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주인이면서도 큰 목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호남이 (친노 문재인 체제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느냐"며 "(문재인 대표는) 호남을 필요할 때만 이용해먹고 지나고나면 홀대해오던 수준을 넘어 호남을 무시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인 것"이라고 규탄했다.

    취재진과의 문답에서도 "어제(22일) 시·구의원과 핵심당직자 등 30~40명이 모여 그 중에 20명의 발언을 들어봤는데 1명을 제외한 19명이 '탈당을 하되 그것도 빨리 하라'고 성화를 해서 놀랐다"며 "그제(21일)에는 목욕탕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한 명만 '신중하라'고 했고, 다들 '탈당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호남 민심의 현주소를 감안할 때, 다른 새정치연합 소속 광주 지역구 의원들도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광역시의 지역구 의석 수는 8석인데 그 중 천정배(서을)·박주선(동)·김동철(광산갑)·임내현(북을) 의원은 이미 탈당했고, 장병완(남)·박혜자(서갑)·권은희(광산을) 의원은 곧 탈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홀로 주류 측에 서 있어 "친노패권주의에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강기정(북갑) 의원만 잔류가 예상된다.

    임내현 의원도 취재진과 문답에서 "다른 광주 의원들도 현재 문재인 대표 체제로서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분이 많기 때문에 (탈당)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 주변과의 조율 때문에 구체적인 일정만 조금 다른 것이 아니겠느냐"며 "한 명의 의원만 제외하고는 전부 탈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조만간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광주 지역구의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광주 민심이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라 탈당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4·29 재보선 때 문재인 대표에 대한 불만이 20~30도 수준이라면 지금은 80~90도"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임내현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탈당 행렬'이 호남을 넘어서 수도권의 연쇄 탈당으로 번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문재인 대표에 분노한 호남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만큼 박주선·천정배 의원 등 여러 신당 추진 세력들에게는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임내현 의원은 "수도권에서 김모·박모 등 상당한 중진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며 "본인 의견보다도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서 (탈당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한길 전 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직접적으로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접촉을 하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메시지가) 온다"는 것이다.

    일례로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 정대철 상임고문으로 추정되는 '옛날에 대표를 지낸 모 중진'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임내현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옛날에 대표를 지낸 모 중진으로부터 격려와 함께 (김한길·박영선 전 대표 등) 그 분들이 곧 (신당으로) 온다는 말을 들었다"며 "호남의 신당 세력과 지금 하는 (안철수) 신당이 협력해 통합될 수 있도록 (나도) 열심히 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