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집회·시위 온상으로 변질될 위험성 커
  • 13일 자정을 기해 폐쇄된 서울역 고가의 모습.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3일 자정을 기해 폐쇄된 서울역 고가의 모습.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시가 13일 0시를 기해 서울역 고가를 폐쇄하면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한 강행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문화재청의 심의와 국토부와의 후속 협의 등 사업 추진을 위해 거쳐야 할 절차가 남아있지만, ‘고가 폐쇄’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한 이상, 서울역 고가를 공중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구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만은 사실이다.

    박원순 시장의 구상이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원 조성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 서울역 고가 폐쇄 및 공원화에 반대하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내건 현수막. ⓒ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서울역 고가 폐쇄 및 공원화에 반대하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내건 현수막. ⓒ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서울역 고가 공원화에 반대하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시위 모습. ⓒ 조선닷컴
    ▲ 서울역 고가 공원화에 반대하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시위 모습. ⓒ 조선닷컴

    남대문시장 상인과 인근 지역 주민들은 고가 폐쇄에 따른 교통혼잡과 상권 약화 등 주로 생활경제적 측면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시민의 편의를 위한다는 공중 정원이, 전문 시위꾼들의 메카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 공원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고가 공원 난간에 투명 유리벽을 설치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투신, 분신 등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정도의 대책만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다.

    조례보다 훨씬 상위에 있는 현행법도 밥 먹듯 어기는 이들에게, ‘집회 및 시위 금지’ 조례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투명 유리벽 역시 마음만 먹는다면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지난달 14일 광화문 폭동에서와 같이, 철제 사다리를 이용한다면 투명 유리벽 정도는 얼마든지 쉽게 점령할 수 있다.

  • 14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역 고가 폐쇄에 따른 인근 지역 교통 혼잡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14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역 고가 폐쇄에 따른 인근 지역 교통 혼잡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위꾼들이 이곳에서의 시위를 미리 계획하고, 공원을 산책하러 온 일반 시민처럼 가장한 뒤, 고가 일부를 순식간에 점거한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더구나 시위대가 이곳에서 분신이나 투신 등의 극단적인 방법을 쓴다면, 이 일대 도로가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시위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서울 도심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공중 정원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민주노총과 전교조, 한국진보연대 등이 서울 광화문 인근을 단골 집회장소로 선택하는 이유는, ‘서울 도심’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서울역 고가는 여기에 더해 ‘공중’이란 장점까지 갖추고 있다.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사방에 몰려있는 고층건물이 마치 원형극장의 관객석처럼 펼쳐진 여건을 고려한다면, 서울역 고가 공원은 시위를 위한 최적의 장소다. 군중의 시선과 언론의 카메라에 노출되기를 즐기는 ‘관심종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기 때문이다.

    공중 정원을 점거한 누군가가 바로 아래 도로를 지나는 차량을 향해 돌이나 화염병 등을 던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방침을 밝히면서 실시한, 시민공개행사 당시 모습. ⓒ 조선닷컴
    ▲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방침을 밝히면서 실시한, 시민공개행사 당시 모습. ⓒ 조선닷컴

    이런 우려에 대해서는 ‘지나친 기우’라거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흠집내기’라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서울역 고가에서는 불과 2년 전에도 분신시위가 벌어졌다. 2013년 12월 31일 오후 이모씨는 서울역 고가 난간에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자신의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붙였다. 이씨의 시위 사실을 확인한 경찰이 바로 고가 위로 올라갔지만, 이씨의 분신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당시 속칭 진보진영은, 이씨가 숨지자마자, 그에게 ‘열사’의 호칭을 붙였다. 자살 동기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을 정치쟁점화한 것이다.

  • 2013년 12월 31일 오후 서울역 고가에서 일어난 분신 자살 사건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의 한 부분. ⓒ 화면 캡처
    ▲ 2013년 12월 31일 오후 서울역 고가에서 일어난 분신 자살 사건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의 한 부분. ⓒ 화면 캡처

    이런 일이 서울역 고가 공원에서 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결국 박원순 시장의 뜻대로 서울역 고가가 공원으로 탈바꿈한다면, 앞으로 이곳에서 벌어지는 불법 집회와 시위는 전적으로 박 시장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서울역 고가 폐쇄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하다. 고가 폐쇄 첫날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피했지만, 교통 혼잡과 정체가 더 심해졌다는 불만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인근 남대문 시장 상인과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서울역 고가 공원이 박원순 시장이 꿈꾸는 것처럼 서울을 대표하는 볼거리가 될지, 아니면 박 시장 최대의 패착이 될 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민과 상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하는 이상, 공원 조성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박 시장 본인이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