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권 노리는 자들' 프레임 씌우려 시간 끌어서는 당 분란만 커질 뿐
  •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2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취재진과 문답을 통해 자신의 전당대회 소집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2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취재진과 문답을 통해 자신의 전당대회 소집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혼란에 빠진 당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제안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결단을 앞두고 마지막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침묵에 어떠한 의도, 예를 들어 시간을 끌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당의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정치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가 당의 지도자로서 분란에 빠진 당을 조속한 시일 내에 수습했으면 좋겠다"며 "가급적 이번 주내에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시간을 끄는 것은 당과 개인에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총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분열을 수습하고 총선 대비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결단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말한 '결단'이란 문재인 대표의 '일단 사퇴'를 말한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가 사퇴한 뒤 전직 당대표급으로 구성된 총선 비상지도부를 당내 각 계파가 합의·선출해 전당대회의 추인을 받도록 하자는 수습안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친노)·정세균(범친노)·김한길(비노)·박지원(비노) 등 전직 당대표급 인사에 범친노 민평련과 비노 손학규계를 대표할만한 인물 2명 정도를 추가해 6명 정도로 총선 비상지도부를 구성하고, 이 지도부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소집해 추인 의결을 한다는 복안이다. 이 경우 당락을 가리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사생결단식 '분열 전당대회'가 될 가능성이 없고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총선 지도부가 구성되면 박주선·천정배 등 신당 추진 세력이 합류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에 총선 전에 통합을 추진하는 절차도 간편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분열이 걱정돼서 전당대회를 열 수 없다는 주장은 선거할 때마다 국론이 분열되기 때문에 선거를 없애자는 억지 주장과 같다"며 "문재인 대표가 동지들을 믿고 결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주승용 최고위원의 이러한 요청에 대해서 공개·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막론하고 전혀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는 공직자선출직평가위원회가 빨리 의원들에 대한 평가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현재는 자료 수집만 하고 있는데, 서둘러 평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지난달 18일 이른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새로운 지도체제로 제안한 이후 정확히 2주가 흘렀는데, 지도체제 개편에 관한 논의는 지지부진이다. 가장 중요한 논의가 정체돼 있는데 곁가지에 해당하는 평가위 작업을 독촉한다는 것은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평가위 작업이 진척되면 당내에 '하위 20% 명단'이라며, 당 지도부와 각을 세워온 의원들의 이름을 담은 괴문건이 나돌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공천권을 노리는 자들' 프레임을 덧씌워 지도체제 개편 요구를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