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토벌, 안하나 못하나

    종말론으로 무장한 IS의 반(反)문명적 만행은
    9·11 테러를 일으킨
  • 알카에다마저 개탄할 정도로 끔찍하다.

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슬람국가(IS)는 지난달 25일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을 ‘악마의 연합’으로 규정하고 이들 국가에 대해 테러공격을 강행하겠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내보냈다. 

명칭이 ‘십자군 동맹’에서 ‘악마의 연합’으로 바뀌었을 뿐, 지난 9월 IS 선전 매체인 ‘다비크’를 통해 발표된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다비크는 터키에 인접한 시리아 국경도시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에 따르면 이곳에서 종말을 의미하는 ‘말라힘(이슬람판 아마겟돈) 전투’가 벌어진다. IS는 하디스의 ‘80개 깃발’이란 문구에 주목, 십자군 동맹이 80개에 이르면 인류 최후의 전쟁이 개시되며, 이것이 머지않았다고 믿고 있다.

종말론으로 무장한 IS의 반(反)문명적 만행은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마저 개탄할 정도로 끔찍하다. 그런데 일부 논자들은 ‘사회 구조적 모순’이란 말로 IS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빈곤과 억압이 있다고 테러리즘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중동지역보다 훨씬 더 열악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더 강력한 테러집단이 발생해야 한다. 테러를 조장하는 사회적 토양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테러 이념을 전파하고 이를 조직하는 이념 그룹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조직적 테러’는 불가능하다. 

또 알카에다가 아프가니스탄을 상실한 뒤 무력화된 것처럼, 국가 혹은 준국가 형태로서 일정한 영토를 근거지로 삼지 않는 테러집단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근거지가 없어진다고 해서 테러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살인범을 잡아 처벌한다고 살인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살인범을 처벌해야 하는 것처럼, IS는 토벌돼야 한다. 

군사적 측면만을 고려할 경우, 국제사회가 단결하면 IS 근거지를 파괴·점령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국제정치 역학관계와 사후 처리 문제다. IS를 비난하면서도 IS 소멸을 원치 않는 것이 IS 근거지 인접국가의 속내이기 때문이다. 

터키는 IS보다 쿠르드를 두려워한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IS가 무너지면 자신이 다음 차례라 생각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IS가 없어지면 그 공백을 시아파가 차지할 것을 우려한다. 러시아도 말로만 IS 토벌을 외칠 뿐, 반(反)아사드 반군 공격에 여념 없다. 

최근 11·13 파리 테러로 프랑스가 적극성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과의 연합 없이는 군사력 투사에 한계를 안고 있다. 미국은 지상군 투입에 주저하고 있다. IS 근거지를 군사적으로 점령한다 하더라도 그 지역을 안정화하는 데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IS는 이제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공황(恐慌)에 빠질 필요는 없다. 그렇게 되면 테러 집단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우선, 테러 관련 법적·제도적 장치를 정비·준비해야 한다. 대테러 관련법이 속히 입법돼야 한다. 둘째, 무슬림 이주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알카에다의 주된 관심은 한국 내 미군 기지였다. 그러나 IS의 1차 목표는 이주 노동자의 의식화·조직화다. 

또 조만간 국제사회로부터 IS 토벌전에서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받을 공산이 크다. 이 문제를 마냥 회피할 것이 아니라, 이제 국민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 

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
[문화일보 칼럼=뉴데일리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