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위원장 만나 ‘경찰 자진출두’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한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 ⓒ 뉴시스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한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 ⓒ 뉴시스

    조계사 신도회 임원단이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은신중인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을 만나, 오늘 중으로 경찰에 자진출두할 것을 요구했으나, 한 위원장이 거부하면서 몸싸움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도회 측은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한 위원장이 스스로 나가지 않는다면, 경찰력을 동원해서라도 조계사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조계사 신도회 회장ㆍ부회장단은 오후 2시부터 약 한 시간여동안 전체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퇴거를 의결했다. 이어 오후 3시께부터 임원단 15명이 한상균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거처로 올라가 경찰에 자진출두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상균 위원장은 “못 나간다. 나는 죄가 없다”, “5일만 시간을 달라”며 신도회 임원단의 요구를 거부했다. 신도회 임원단은 한상균 위원장과 실랑이를 벌였지만, 강제 퇴거시도는 실패했다. 한상균 위원장에게 퇴거를 요구한 임원단 15명 중 11명은 여성이었으며, 나머지 4명도 대부분 고령자였다.

    실랑이 과정에서 스님들이 신도회 임원들을 제지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신도회 관계자는 전했다.

    박준 조계사 신도회 부회장(74)은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경찰에 공식적으로 협조를 요청한다. 신도회가 앞장서 들어갈테니 경찰이 한 위원장을 끌어내면 된다”고 밝혔다.

    박준 부회장은 “범인을 보호하는 것은 불교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며, "부처님 말씀처럼 종교는 항상 종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 부회장은,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퇴거요구와 관련돼, 화쟁위나 종단 측과 사전 협의를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화쟁위와는 더 이상 협의할 생각이 없다. 여태까지 설득했는데 더 할 것이 뭐가 있느냐”고 말해, ‘한상균 위원장 보호’를 결정한 화쟁위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한상균 위원장 은신에 대한 신도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이영주 부위원장 등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현재 조계사 경내에서 나온 상태다.

    경찰은, 한상균 위원장이 신분을 위장해 조계사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는 판단아래, 이날 오후부터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앞서 한상균 위원장은 조계종 화쟁위를 통해, 다음달 5일 있을 ‘2차 민중총궐기’와 관련돼 경찰에 협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행범과는 협상할 수 없다”며 공식적인 거부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