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분열전대될 것이라 예단하고 반대하는 것은 패권주의"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8일 문안박 연대를 제안한 것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전당대회 개최 요구로 맞불을 놓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8일 문안박 연대를 제안한 것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전당대회 개최 요구로 맞불을 놓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제안에 대해 혁신전당대회 개최 요구라는 회심의 '멍군'을 부름으로써, 야권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돈에 접어든 가운데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수습책이 제시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역(逆)제안으로 국면이 역전돼, 문재인 대표가 혁신전대를 받을 수도 없고 안 받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하게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혁신전대를 거부하면 당대표직에 연연하면서 탈당(脫黨)이나 분당(分黨) 등 야권 분열을 자초했다는 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수 있다. 반면 혁신전대를 받으면 당권을 내려놓는 게 전제될 수밖에 없어 내년 4·13 총선의 공천권을 마음껏 휘두르겠다는 구상이 무산될 수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이에 따라서 가(可)도 아니고 부(否)도 아닌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야권의 주요 인사들이 각자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면서 자칫 시간만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에서 승리할) 방안을 놓고 당내에 의견이 분분한데, 폭넓게 듣고 깊이 고민하겠다"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끝은 혁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혁신의 출발은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안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난 '총기난사'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거둬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혁신전대가 분열전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반면, 주승용 최고위원은 분열전대가 될 것이라고 예단하고 반대하는 것은 패권주의라고 반박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혁신전대가 분열전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반면, 주승용 최고위원은 분열전대가 될 것이라고 예단하고 반대하는 것은 패권주의라고 반박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병헌 최고위원도 "혁신전대가 된다면 그보다 좋은 길은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참 좋겠다"면서도 "우리 당이 처한 현실과 조건, 상황을 본다면 사생결단식 분열전대가 될 가능성이 커보이기 때문에 참으로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전대를 치른 경우는 거의 없다"며 "2000년, 2012년 두 차례 뿐인데, 지금 상황과는 천양지차의 괴리감이 있다는 것을 숙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제안은 당내 비중 있는 분의 제안인 만큼 의견 수렴을 지켜보겠다"면서도 사실상 혁신전대 개최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이에 반해 주승용 최고위원은 같은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전당대회 개최가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라며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것 같고, 문 대표의 (사퇴) 결단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표가 사퇴 결단을 하지 않고 버티게 되면 "밖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당에 탄력을 주게 되고, 우리 당은 걷잡을 수 없이 가지 않겠느냐"며 "지금 탈당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분들도 몇 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경고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전대를 치른 경우가 없다'는 전병헌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2000년, 2004년, 2008년, 2012년 네 번에 걸쳐 1월 심지어 2월에도 당명까지 바꿔가면서 전당대회를 치렀던 예를 감안하면 지금도 늦지 않다"며 "당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전대라고 미리 예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반대하는 것은 패권주의"라고 반박했다.

    전북도당위원장인 유성엽 의원은 전당대회 개최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안철수 전 대표가 제안한,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등이 모두 참여하는 혁신전당대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은 혁신전대에 문재인 대표의 출마가 배제돼야 하며 당 안팎의 세력을 한 번에 아우를 수 있는 원샷통합전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혁신전대 정도로 새정치연합을 바꿔낼 수 없다면서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권유했다. ⓒ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은 혁신전대에 문재인 대표의 출마가 배제돼야 하며 당 안팎의 세력을 한 번에 아우를 수 있는 원샷통합전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혁신전대 정도로 새정치연합을 바꿔낼 수 없다면서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권유했다. ⓒ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유성엽 의원은 "문재인 대표는 (혁신전대에 출마할 것이 아니라) 백의종군을 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표가 깨끗하게 사퇴하고 대혁신의 조기 전당대회를 반드시 열어서 야권을 크게 하나로 반드시 묶어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전대로) 새로운 지도부를 만들어 외부와 통합해 나가는 것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고 복잡해지니 원샷으로 (통합전대를) 해야 한다"면서도 "통합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고 시간이 없으면, 다 원점에 놓고 헤쳐모여 방식으로 제3지대에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반면 박주선 의원은 전당대회 따위로 새정치연합을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혁신전대를 제안한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권유했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전망대〉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문안박 연대라는) 정치 뇌물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계파나눠먹기 식으로 운영하자는 검은 유혹을 끊은 것은 대단히 잘한 것"이라면서도 "(혁신전대는) 가망 없는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혁신전대를) 한들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친노계파 패권이 문제고, 현실성 없는 극단적 진보와 좌파 정책, 강경 투쟁 정당의 이미지 때문에 문제"라며 "이런 것을 고치지 않고서는 대표가 누가 된들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전 대표는 가망 없는 (혁신전대) 주장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새정치연합이라는) 난파선을 떠나서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데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그것이 원래 안철수 전 대표의 '새정치' 취지에도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