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내려놓고 '밀알' 자처… 진정성으로 야권 인사 대거 참여 이끌어내
  •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유성엽 의원이 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무소속 박주선 의원과 나란히 앉아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유성엽 의원이 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무소속 박주선 의원과 나란히 앉아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광주에서 개최한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전현직 국회의원과 신당 추진 인사 등이 대거 몰렸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내홍 속에서 헛발질만 거듭하고 있음에도, 당밖에 확실한 대안 정당이 존재하지 않아 원심력이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날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추진위가 지명도 있는 다수 정치권 인사의 참석 속에서 성황리에 개최됨에 따라, 야권발 정계 개편의 확실한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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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 출범식에는 새정치연합 소속 현역 국회의원인 조경태·유성엽 의원이 참석했다. 조경태 의원은 부산에서 야당 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내리 3선을 했고, 유성엽 의원은 현직 전북도당위원장으로서 전북 정읍에서 무소속으로만 재선했다는 점에서, 광주·전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박주선 의원과 결합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새정치연합에 몸담고 있거나 몸담았던 정치인으로 정대철 상임고문과 정균환·유선호·장세환·신중식·박명서 전 의원이 자리에 함께 했다. 특히 유선호 전 의원과 장세환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탈당할 때만 해도 이른바 '천정배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지난 11일 각각 전남·전북희망연대를 창립해 통합 야권 신당의 가교가 되겠다고 천명한 직후 부쩍 박주선 의원과 뜻을 같이 하는 움직임이라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그간 김민석 새로운시작위원회 의장이 이끄는 원외정당 민주당이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대안 야당을 자처해 왔고,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신민당을,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개혁적 국민정당을 추진해 왔지만 야권 신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불러일으키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그 이유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현역 의원이나 명망 높은 전직 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이 가세하지 않은 것을 원인으로 지적해 왔다. 국민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사람이 신당에 합류해야 본격적으로 신당이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는데, 그렇지가 못했기에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문재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국민의 기대가 신당으로 쏠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날 현역 의원 2명이 비록 추진위원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통합신당추진위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새정치연합의 고문 등 명망 있는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신당 흐름에 올라탐으로써 향후 통합 야권 신당 형성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관측이다.

    이날 축사에 나선 전현직 의원 등 야권 정치인들은 일제히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를 맹렬히 규탄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단상에 올라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단상에 올라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조경태 의원은 축사를 통해 "아무리 송곳이 뾰족하더라도 뒤에서 밀어주는 힘이 없으면 얇은 종이 한 장 뚫어낼 수가 없다"며 "언제부터인가 우리 야당이 길을 잘못 가고 있는데도 뒷짐 지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제 떨쳐일어나야 한다"며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가르쳐주신 '행동하는 양심'을 여러분들께서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유성엽 의원도 "(문재인 대표가) 올해 4월달 (4·29 재·보궐선거에서) 완패를 했고, 이번 10월 28일 재보선에서도 참패를 했다"며 "계파패권주의에 사로잡혀 계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당을 엉망진창으로 이끌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는 (문안박 연대가 아니라) 백의종군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표가 깨끗하게 사퇴하고 대혁신의 세대교체형 조기 전당대회를 반드시 열어서 이 야권을 크게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대철 고문은 "나도 김대중 대통령을 평생 모시고 했지만 (새정치연합) 이 당을 가지고는 안 되고 리셔플, 다시 재정비를 해서 신당을 만들어가면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있다"며 "문재인 대표가 호남에서 지지율이 5%가 됐는데도 아직 앉아 가지고 뭘 또 하겠다 하시는데 참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아직도 인물 경쟁력에서는 야권에 희망이 있다면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안철수 전 대표·안희정 충남도지사·손학규 전 상임고문·박주선 의원 등 야권의 잠재적인 대권 주자를 열거해나가다가 무심코 "문재인 대표"를 언급했는데, 그러자 좌중에서 "문재인은 빼라"면서 격렬한 고성들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간 야권에서 신당을 추진하는 제세력들이 전진대회·창당선언식·창당추진위 발족식·창당준비위 출범식 등 여러 형태의 행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통 참석하지 않던 현역 의원을 포함한 유력 정치인들이 이날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추진위에만 이렇게 대거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 새정치민주연합에 몸담았었으나 탈당하고 야권 신당을 창당하거나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장세환·유선호·김민석 전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에 몸담았었으나 탈당하고 야권 신당을 창당하거나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장세환·유선호·김민석 전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야권 관계자는 "박주선 의원이 모든 걸 다 내려놓았기 때문"이라며 "신당을 자신의 정치적 주도권이나 체급을 키우는 데 악용하지 않고, 오로지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에 그 진정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샀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신당을 추진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말로는 "밀알이 되겠다"며 기득권을 내려놓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맹주(盟主) 역할을 해보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신당의 '참신성'을 운운하며 기성 정치인을 감별하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도 있었다. 야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를 위시한 친노(親盧)·운동권 세력들이 자신들만 개혁적인 양 위선을 떨어서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것인데, 이제 신당을 만들겠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가 누구를 평가하느냐"며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박주선 의원은 초창기부터 모두가 함께 대통합하는 신당을 추진했고, 친노만 아니라면 누구나 다 함께 할 수 있는 '빅텐트' 신당을 구상해 왔기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통합신당추진위 출범식 대회사에서도 이러한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 신당추진위의 출범은 박주선 신당을 출범시키는 것이 아니고, 천정배·박준영·김민석 등 세네 사람만의 정당을 추진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정치인의 양심인 조경태 의원과 행동하는 양심의 표상 유성엽 의원 등 새정치연합을 대신해서 새로운 정당을 출범시켜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무에 불타오르는 모든 분들이 참여해서 이룩해야 할 신당"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면 대통령 주자급의 인물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3김 시대에나 있었던 흘러간 전설 속의 동화 같은 이야기"라며 "그동안 어떤 시대에도 국민이 나서서 기존의 정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라고 명령하는 시대는 없었지만, 지금이 이런 시대"라고 일축했다.

    나아가 "이제 모두가 국민의 여망에 따라서 국민의 명령을 받잡는 겸손한 자세로 모든 추진 세력이 하나가 돼서 통합된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의 고달픔을 대변해주고 새로운 희망과 꿈을 키우는 정당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