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安 고언은 마지막 희망의 소리 없는 절규… 文, 결단하라"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29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29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제안을 거부하고, 혁신전당대회 개최 요구로 맞불을 놓았다.

    '문안박 연대' 제안 이후 혼란에 빠진 당내 상황의 주도권을 가져옴과 동시에, 지리멸렬한 비주류 측의 대응을 결집시키려는 복합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 측도 즉각 대응 기자회견 일정을 예고함으로써 향후 사태 전개에 시선이 집중된다.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이 나온지 11일 만인 29일, 장고(長考) 끝에 기자회견을 열고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우리 당의 활로를 여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문안박 연대로는 당의 단합과 당 밖의 통합이 이뤄질지 분명치 않고, 등돌린 지지자들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며 "감동과 파격을 만들기에는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와 나를 포함한 모든 분들이 참여하는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제안한다"며 "혁신전당대회로 새로운 리더십을 세울 때만이 혁신과 통합의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이날 제안은 '친노 홍위병(親盧 紅衛兵)'이라 일컬어지는 일단의 주류 친위 세력들이 '문안박 연대' 제안 수락을 압박하며, 최고위 무력화를 기도하는 등 기존 지도체제를 허물려고 하는 시도를 향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친노 중진의원 18명과 초·재선 의원 48명, 원외지역위원장 80명 등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이 나온 뒤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 지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안철수 전 대표를 압박해 왔다. 또, 범주류로 분류되는 오영식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해 '문안박 연대' 체제로 가는 길을 터주려 한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29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29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대로라면 그간 문재인 대표의 독선적 독주를 견제해 왔던 최고위 등 기존 당무집행기구는 사라지고 '문안박 연대'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텐데,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현직 자치단체장의 신분으로서 운신이 제약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당무를 이끌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문재인 대표는 당대표의 신분을 여전히 겸하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안철수 전 대표는 '들러리'만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함으로써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역으로 압박해 상황의 반전을 꾀했다는 분석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안철수 전 대표 중심으로 당내 비주류가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것도 의도 중의 하나로 풀이된다.

    이번 '문안박 연대' 정국 속에서 드러났듯이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 측의 조직력은 막강하다. 친노패권주의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듯이, 70명에 가까운 의원과 그 이상의 원외지역위원장을 일사불란하게 동원해 '줄세우기'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반면 이에 대항하는 비주류 측의 움직임은 지리멸렬했다. 민집모 회동이 있었지만 예고됐던 문재인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호남 의원 23명이 모였지만, 역시 공동성명에 문재인 대표 사퇴 요구를 담는데 실패했고, 그나마 성명서에도 18명이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세(勢)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는 당내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친노는 계파패권주의로 전횡하는 세력답게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해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반면, 비노(非盧)는 친노가 아니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여러 갈래로 갈려 있다. 김한길계·박지원계·손학규계 등이 있고, 그나마 이도저도 아니지만 단지 친노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노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해 향후 대응 방향이 주목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해 향후 대응 방향이 주목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안철수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와 나를 포함한 모든 분들이 참여하는 혁신전당대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해, 전당대회가 소집될 경우 자신이 출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세 구도를 볼 때, 비주류에서 제3후보가 다시 출마하기는 어렵다. 결국 비주류는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자연스레 결집하게 되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혁신전대에서 이기면 좋고, 지더라도 어차피 문재인 대표가 다시 당권을 잡으면 4·13 총선 참패는 명약관화한 마당에 '포스트 문재인 시대'의 차기 지도자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과 함께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거론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이냐, 안철수냐'로 상황을 압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장 벌써부터 안철수 전 대표의 제안에 힘을 실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의 대표 주자로 나서 문재인 대표와 경쟁해 석패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안철수 전 대표의 고언은 비단 그만의 의견이 아니라 당에 마지막 희망과 애정을 가진 분들의 소리 없는 절규"라며 "당내 통합선대위, 혁신전당대회를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관건은 문재인 대표 측의 대응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기자회견 이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고민 끝에 내가 내놓은 제안이 오늘 말씀드린 혁신전당대회"라며 "이 방법(혁신전대)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못박았다. '최종제안'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중대결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분당(分黨)이 현실화되고 그 책임은 문재인 대표에게 돌아가게 되므로, 문재인 대표 입장에서도 혁신전대 개최를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야권 관계자는 "어제(28일) 저녁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전격 회동해, 오늘 이와 같은 (혁신전당대회 개최 요구) 제안을 할 것이라고 미리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재인 대표에게 미리 고심할 시간을 줌으로써 그러잖아도 국가장(國家葬) 정국으로 늘어진 사태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후 12시 5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발표해,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전대 개최 요구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야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