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파기환송심 27일 서울고법에서 열려
  • ▲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후 보석으로 풀려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후 보석으로 풀려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이미 1심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 두 차례나 법정에 출석한 국정원 직원을 또 다시 '증인'으로 소환하는 문제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27일 서울고법 형사 7부(김시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원심 때와 동일한 입증취지로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증인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미 해당 증인이 원심에 두번이나 출석한데다 증언을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이날 검찰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한사람의 사용자가 다수의 트위터 계정을 등록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인 ‘트윗덱’에 대해 언급하면서, “트윗덱 사용자인 국정원 직원이 동시에 동일한 내용을 리트윗한 횟수가 20여회나 발생했다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트윗덱에는 국정원 심리전단 것으로 인정된 계정이 등록돼 있고,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우파논객 등이 글을 쓰면, 이를 등록된 모든 트위터 계정에 동시에 전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에 시큐리티 파일이 첨부됐다는 사실과 글 내용들이 국정원 심리전단에서 사용한 것이 일치한다면 그 글들은 국정원에서 작성된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말씀하신 내용은 이미 기존에 검찰에서 다 주장한 내용”이라며 “재판이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맞받았다.

    변호인은 “(검찰이) 대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아 배제된 시큐리티 파일과 트위터피드 등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입증취지도 그대로 밝히고 있다”며 “대법원이 판결에서 모두 밝힌 것을 앞으로 다시 돌아와 동일한 입증을 한다면,  증거능력의 늪에 빠져 순서가 뒤죽박죽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큐리티 파일’은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이 기록된 문서다. 대법원은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았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변호인, 나아가 재판부와도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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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DB

    이번 공판에서 오후 증인으로 예정돼 있던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출석이 어렵다는 사유서를 낸 것과 관련, 재판부는 “(김씨는) 원심에서 두 차례 증언을 했고, 검찰 측 입증취지에 비춰 볼때, 김씨가 임의로 출석해 증언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지만 증언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도 “김씨에 대한 증인조서만 100페이지가 넘는다. 수사와 재판에 앞서 증인의 기본권이 있다”며 “두번이나 나와서 할 얘기를 다 했다고 하면, 이번에 나오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가 증인채택을 해서 필요성이 인정됐다면 나와서 증언해야 한다. 이 증인이 안나오면 그 다음 증인들도 줄줄이 안나올 것이 뻔하다”며 “재판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피고인 측에 유리한 재판이 진행된다는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앞 증인의 출석이 취소됐다고 해서, 그 다음 증인도 안나온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미 증언을 한 사람을 다시 소환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가 아님에도 사안을 고려해 증인채택을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재판부의 말에 검찰은 “(증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나 구인장 발부를 해줄 것이냐”며 재판부를 압박했다.

    검찰의 태도에 변호인은 “재판을 검사들이 지휘하는 것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변호인은 “이의가 있으면 의견서를 내면 된다. 재판부를 윽박지르는 것이 적절한 방법인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 측은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에서 수행한 활동은 북한의 허위사실 유포와 흑색선전에 대응하기 위한 국정원의 정당한 업무이며, 불법 정치관여나 불법선거 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16일 대법원은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사이버활동이 정치관여 행위 및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심리전단 직원들의 한 것으로 인정되는 사이버활동의 범위가 확정돼야 한다”며 “원심의 정치관여 행위, 선거운동에 관한 판단의 기초인 '425 지논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이 부인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트위터 계정 범위에 관한 사실인정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 정치관여 행위 및 선거운동 여부에 관한 원심판단의 당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