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총리 “러시아 공격기인 줄 알았다면 다르게 했을 것…긴장 원하지 않는다”
  • 2014년 12월 러시아 크렘린 궁을 방문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 모습. ⓒ러시아 크렘린 궁(대통령궁) 공개사진
    ▲ 2014년 12월 러시아 크렘린 궁을 방문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 모습. ⓒ러시아 크렘린 궁(대통령궁) 공개사진


    터키의 러시아 공군기 격추 사건 이후 세계 곳곳에서 러시아와 터키에 대한 패러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터키 정부도 이런 여론을 살펴본 걸까.

    지난 24일(현지시간) 터키 공군의 F-16 전투기 2대가 러시아 Su-24 공격기를 격추한 것이 “국가안보를 위해 정당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던 터키 정부가 지난 이틀 사이 갑자기 태도를 이리저리 바꾸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회원국들의 반응과 러시아의 분노를 보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하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리의 친구이자 이웃”이라고 말하며 “양국의 소통채널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TV 연설을 통해 “터키는 긴장이나 갈등을 원한 적이 없다”면서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러시아와) 평화와 대화를 원한다”며 유화 제스처를 표했다.

    터키 수뇌부의 이 같은 대러시아 유화 제스처는 26일(현지시간)에도 계속됐다. 이날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프랑스 24’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격추된 비행기가 러시아 공격기였음을 알았다면 우리는 아마도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 공격기 격추 사건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대화를 제안했으나 지금까지 어떠한 대답도 없다”며 러시아와의 대화를 원한다고 거듭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프랑스 24’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터키는 대쉬(ISIS)를 돕고 있는게 아니냐”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우리는 어떤 테러조직과도 상업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면서 “만약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증명해 낸다면 나는 대통령에서 물어날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터키 대통령과 총리가 이처럼 러시아 공격기 격추 사건을 ‘고의가 아닌 사고’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와의 대화를 희망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반응은 갈수록 냉담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수뇌부들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이 러시아 공격기 격추 사건과 관련해 ‘대화’를 원한다면서도 “영공을 지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라고 말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터키 정부가 지원하는, 시리아의 투르크멘 반군이 구조 헬기를 공격하고, 낙하산으로 비상탈출 하는 러시아 조종사를 향해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집단으로 총격을 가한 영상이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러시아 국민들도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언론들은 “터키가 아직도 사과를 안 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언론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터키로부터 아직까지 사과나 관련자에 대한 처벌 등에 대한 말을 듣지 못했다”며 터키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한편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주재 터키 대사관 앞에서 터키의 러시아 공격기 격추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대사관을 향해 계란 등을 던진 것에 항의해 26일(현지시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고 한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 공격기 격추와 관련해 사과는 오히려 우리가 러시아로부터 받아야 한다”며 다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 현재 트위터 등 SNS에 돌고 있는 패러디 가운데 하나. ⓒ트위터-英데일리 메일 화면캡쳐
    ▲ 현재 트위터 등 SNS에 돌고 있는 패러디 가운데 하나. ⓒ트위터-英데일리 메일 화면캡쳐


    이처럼 러시아와 터키 간의 대립이 점차 감정적인 대립 양상을 보이자 세계 네티즌들은 러시아와 터키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패러디물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고 있는 패러디 10가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패러디들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가상 통화. 오바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 추수감사절 만찬에 뭐 먹을 거냐”고 묻자 푸틴 대통령이 짧게 “칠면조(Turkey)”라고 답하는 모습이다.

    미국에서 칠면조를 ‘터키에서 온 닭(Turkey)’이라고 부르는 데 착안한 패러디다. 물론 러시아에서는 추수감사절이 큰 명절도 아니고 칠면조 요리도 먹지 않는다.

    또 다른 패러디는 터키와 미국, NATO, 독일, 영국, 러시아 등이 페이스북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러시아 공격기 격추 이후 미국이 터키에게 “너네 애들,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아냐”고 묻자 터키가 “실수로 러시아 공격기를 격추했다. 그게 우리 영공을 침범한 걸로 착각했다”고 답한다.

    시리아, 미국 등이 한 마디씩 거든 뒤 러시아가 나타나 “이제 케밥(터키를 의미)을 제거할 시간”이라고 한 마디 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에 터키가 NATO를 향해 “나 도와줄 거지?”라고 묻자 NATO는 ‘YOYO’라고 답한다. 터키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영국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You’re On Your Own(네 일이니까 네가 알아서)’라고. 뒤에 독일이 한 마디 거든다. ‘RIP(Rest In Peace, 편히 쉬시길)’이라고.

  • 현재 트위터 등 SNS에 돌고 있는 패러디 가운데 터키와 미국, NATO, 러시아, 영국, 독일의 가상대화를 소재로 한 것. ⓒ트위터-英데일리 메일 화면캡쳐
    ▲ 현재 트위터 등 SNS에 돌고 있는 패러디 가운데 터키와 미국, NATO, 러시아, 영국, 독일의 가상대화를 소재로 한 것. ⓒ트위터-英데일리 메일 화면캡쳐


    이 밖에도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하거나 ‘터키탕’에서 벌거벗은 채로 나온 에르도안 대통령을 푸틴 대통령이 웃통을 벗은 채 사냥총을 들고 쫓는 사진, 영화 ‘300’을 패러디한 내용들도 퍼지고 있다.

    패러디에서 보듯 세계 사람들은 러시아와 터키 간의 대립을 터키가 NATO 회원국이라는 점을 지나치게 과신해 러시아에게 너무 과하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英군사정보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나 美NBC 등은 전문가들을 인용 “러시아와 터키 간의 무력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와 터키 간의 ‘충돌’을 오히려 바라고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