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안보이는 계파갈등에 새정치 아수라장
  • ▲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최고위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최고위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계파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나기 무섭게 야당 내 계파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YS가 남긴 통합과 화합의 숙제를 무색케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그간 끊임없는 계파갈등에 시달려왔다. 연이은 재보궐 선거 패배에 지도부 책임론이 일었다. 이대로는 총선 패배가 확실시 된다는 불안감이 호남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추석을 앞두고 재신임 정국을 통해 위기를 가까스로 돌파했지만 10.28 재보궐 선거에도 패배하면서 책임론의 표적이 됐다.

    고심 끝에 문 대표는 지난 18일 광주에 위치한조선대학교 특강에서 문-안-박 공동지도부 제의를 내놓았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잠재적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지분을 나눠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당사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처음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입장 발표는 미루며 장고에 돌입했다. 여기에 YS서거가 겹치면서 야당 내 당권을 둘러싼 갈등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나 YS의 영결식이 끝난 이후 계파갈등은 곧바로 수면위로 올라왔다. 호남 지역 의원 23명은 지난 26일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 모여 문-안-박 연대 제안에 대한 비관론을 재확인했다.

    주최한 새정치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가 당권에 대한 구상을 내놓으면서 최고위원회와 사전협의가 전혀 없다"며 문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도 "이제는 호남에 대한 립서비스마저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또 전북도당위원장인 유성엽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탈당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다. 유 의원은 "당 위기의 해법은 먼저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고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측까지 포함한 통합 전당대회로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이라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이 당 내에 더 있고 탈당을 준비중인 의원도 있다"고 했다.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비노계의 성토가 이어지자 반격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오영식 의원은 27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오영식 전 최고위원은 "문-안-박 연대가 분열과 배제의 논리가 아닌 비전과 역할로서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문 대표의 제안은 당 혁신과 통합을 위한 대표의 고심어린 제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 의원이 비록 "국민과 당원에 의해 선출된 다른 최고위원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전제했지만,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표의 제안에 힘을 실은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원외당협위원장 80여 명도 문안박 연대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원외당협위원장들은 "문재인 대표의 제안은 당의 혁신과 단합, 총선 승리를 위해 매우 적절한 제안"이라며 "안철수 전 대표도 곧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했다.

    뿐만아니라 '더좋은미래' 소속 초 ·재선 의원 50여 명도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받아달라"는 취지의 주장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끓어오르는 당내 계파갈등은 정계 복귀설이 제기 됐던 손학규 전 대표마저 강진의 흙집으로 돌려세우는 모양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최근 주변의 만류에도 YS서거정국에서 상중 내내 서울대 병원 빈소를 지키면서 정계 복귀설이 불거졌다. 그러나 영결식을 마친 뒤 "강진으로 돌아가겠다"며 정계복귀설을 일축했다.

    손 전 대표가 혹시 YS서거 정국을 통해 정계 복귀를 노렸다고 하더라도 야당이 이처럼 아수라장이라면 '셀프유배'를 가는 쪽이 차라리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는 푸념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안-박 제안은 여러 계파의 이해관계와 얽혀있어 단순하게 보기 어렵다"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계파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두고 봐야 선명한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