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 엄수
  • ▲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 ⓒ국회사진기자단
    ▲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 ⓒ국회사진기자단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서울대 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은 뇌졸증과 폐렴으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지난 22일 0시 22분 서거했다. 25세 나이에 국회에 입성한 최연소 국회의원, 9선이라는 최다선 기록을 세운 그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 획을 그은 인물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88세의 나이로 운명할 때까지 현대 정치를 개척했다. 그는 반 세기를 자신의 시대로 만들었다. 내일부터는 산 자들이 공·과(功過)를 객관적으로 따지며 그를 평가할 테지만, 오늘만은 그를 추모하는 날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진 26일, 눈과 눈물이 서울에 흩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은 유족의 요청에 따라 노제와 추모제는 생략했으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영결식에는 2만명이 초대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때보다는 다소 적은 1만여명 규모가 참석했다. 

    장례 절차는 오전 10시 발인을 시작으로 오후 2시 영결식, 상도동 사저와 김영삼 기념도서관을 거쳐 현충원으로 이어졌다. 운구 행렬이 지나는 동안은 왕복차선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운구 행렬은 서울대 병원을 떠나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했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장례위원회 위원 2,222명, 여야 국회의원, 엔그웨이 엠담보 주한 콩고민주공화국 대사, 알루위하레 스리랑카 농림부 정무장관 등 주한 외교사절이 참석했다.

    영결식에선 의장대와 조악대가 김 전 대통령 행렬을 맞았다. 사회는 김동건 전 KBS 아나운서가 맡았으며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약력 보고에 이어 황교안 국무총리가 조사를 읽었다. 추도사는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맡았다. 김수한 전 의장은 축사를 하던 중 눈물을 닦았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조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은 대도무문의 정치 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우리 국민과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걸었다"며 "금융실명제 도입과 군사조직 개혁, 공직자 재산공개 등 국가개혁은 깨끗하고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이 염원하셨던 평화롭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라며 "남북 분단을 극복하여 통일의 길을 열고 경제 사회 각 부문의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통해 경제재도약을 반드시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 탓인지 빈 자리가 많던 청중석이었다. 그러나 황 총리의 조사에 흐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손명순 여사 옆에는 평소 언론에 노출되지 않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남 김은철 씨가 자리를 지켰다. 차남인 김현철 씨는 부친의 과거 영상을 보던 중 오열했다.

     

  • ▲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운구 행렬. ⓒ국회사진기자단
    ▲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운구 행렬. ⓒ국회사진기자단

     

    종교의식이 이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종교인 기독교를 시작으로 불교, 천주교, 원불교 식으로 진행됐다. 김 전 대통령의 일생을 편집한 영상 상영과 '청산에 살리라' 합창도 울려퍼졌다. 폐식에는 국가원수 급인 조총 21발이 발사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영결식 10분 전에 도착해 애도했다.

    운구 행렬은 김 전 대통령이 46년을 지낸 상도동 사저로 이동했다. 상도동 사저는 김 전 대통령이 2년간 가택연금을 당한 곳이며, 독재 항의 표시로 23일간 단식투쟁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은 사저에서 동료 의원들과 정책 회의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어깨를 견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가 탄생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든 손자를 선두로, 유족들은 사저 내부를 돌았다. 운구 행렬은 이어 지하 4층 지상 8층 크기의 김 전 대통령의 기념도서관을 지나 현충원으로 이동했다. 기념도서관에는 그의 생존부터 성장 자료와 서적 등이 보관돼있다.

    운구 행렬은 4시 40분 경 현충원에 도착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자리는 제3묘역 우측에 위치해있다. 묘소 크기는 국가 원수 급인 약 80평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와는 약 300M 떨어져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현충원 안장은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묘소에는 묘비와 추모비가 세워진다.

    국가장의 마지막 절차인 안장식은 더욱 엄숙하게 진행됐다. 유족의 대표로 김현철 씨가 헌화할 때, 20여 분간의 예배가 드려질 때, 하관과 허토까지 참석자들의 얼굴엔 그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 듯 했다. 마지막 조총 소리는 겨울 하늘을 강하게 찢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