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터키의 러시아 공격기 격추 전후 세계 상황, 1차 세계대전 직전과 비슷해”
  • 美CNN은 시리아를 둘러싼 러시아와 터키 간의 갈등이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봤다.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 美CNN은 시리아를 둘러싼 러시아와 터키 간의 갈등이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봤다.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테러조직 ‘대쉬(ISIS)’로 인한 전 세계의 우려와 혼란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터키가 러시아 공격기를 격추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美언론들이 ‘제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美CNN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어떻게 이게 3차 세계대전이 아니냐’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의 국제정세가 3차 세계대전을 향해 치닫는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CNN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생한 파리 연쇄테러, 며칠 뒤에 EU의 비공식 수도라는 벨기에 브뤼셀에서의 테러범 추적 및 비상사태 선포, 나이지리아에서의 연쇄테러로 사망자가 300% 급증한 점, 테러조직 ‘대쉬(ISIS)’와 싸우던 도중 일어난 터키 공군의 러시아 공격기 격추 등을 언급하며 현재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CNN은 터키가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회원국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냉전 시절 소련을 중심으로 한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맞서기 위해 창설한 NATO는 냉전 이후에도 러시아 견제에 힘을 써 왔는데, 냉전 당시에는 아무런 마찰도 없다가 이번에 러시아 공격기를 격추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CNN은 터키 공군의 러시아 공격기 격추를 언급하며 “만약 냉전 시절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핵전쟁이 났을 수도 있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파리 연쇄 테러 이후 “이번 테러는 제3차 세계대전의 단편”이라고 말한 것까지 언급하며 현재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강조했다.

    CNN은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공격기 격추 이후 “NATO는 대쉬(ISIS)의 편에 서기를 원하느냐”면서 시리아 북서부 공군기지에 S-400 지대공 요격 미사일을 배치한 점, 자국민에게 터키 여행을 금지한 점 등도 중요한 근거라고 내세웠다.

    CNN은 1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 사건이 일어났던 보스니아 사라예보와 같이 국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곳이 시리아라고 지적했다.

    2011년 ‘재스민 혁명’으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뒤 알 아사드 정권이 국민들을 학살하기 시작했고, 이후 일어난 시리아 내전의 여파로 ‘대쉬(ISIS)’가 전면에 등장하고, 러시아 여객기 폭탄 테러, 파리 연쇄 테러, 러시아와 터키 간의 갈등, 대규모 난민 유입 사태 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CNN은 또한 시리아 내전을 바라보는 러시아와 터키, 서방 국가들 간의 시각이 다르다는 점도 대규모 국제 전쟁이 될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으로 봤다.

    현재 시리아 내전에서 알 아사드 독재정권은 러시아, 이란의 비호를 받고 있다. 러시아가 ‘대쉬(ISIS)’를 소탕하겠다면서 반군 세력을 공습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반면 서방 진영은 직접 선거를 요구하는 온건 반군 세력과 쿠르드족을 지원하고 있다.

    터키는 이들과 다르다. 이슬람 수니파가 대부분인 터키는 시리아 북부 지역의 투르크멘 부족 반군 편을 든다. 직접 선거보다는 수니파에 의한 정권 창출을 희망한다. 게다가 분리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쿠르드족을 눈엣가시로 본다.

    때문에 알 아사드 정권은 물론 반군에게도 호의적이지 않다. 오히려 알 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 누스라 전선’과 손을 잡은 급진 반군을 지원한다. 터키가 자국과 시리아 접경을 통해 ‘대쉬(ISIS)’의 진출입을 강력히 통제하지 않는 것도 이런 속셈 때문이다.

    CNN은 이런 복잡한 이해 관계가 맞물리면서, 현재 시리아 내전이 3차 세계대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 반면 美NBC는 군사 전문가와 국제관계 전문가들을 인용, "제3차 세계대전은 안날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내놨다. ⓒ美NBC 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반면 美NBC는 군사 전문가와 국제관계 전문가들을 인용, "제3차 세계대전은 안날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내놨다. ⓒ美NBC 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하지만 다른 주장도 나왔다. 美NBC 뉴스는 ‘왜 러시아와 터키는 3차 세계대전을 원하지 않는가’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현재 상황으로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 내렸다.

    NBC는 군사정보 분야에서 권위 있는 ‘IHS 제인’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NBC는 베이즈 우날 英채텀하우스 연구원을 인용, “NATO 조약 제5조를 보면 회원국 가운데 한 곳이 공격을 받으면 자동으로 다른 회원국들이 개입하게 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9.11 테러 때와는 달라 NATO 회원국들이 러시아와 전쟁을 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러시아와 NATO 간의 전쟁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NBC는 또한 “러시아가 터키를 공격했다가는 미국, EU 등 서방국가로부터 경제적 압박이나 제재를 당할 수 있다”는 英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이안 실즈 교수의 말을 전하며 “전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관계가 깊은 상황이어서 러시아가 터키와 충돌했다가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美언론 간의 이 같은 갑론을박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외무장관 등이 “터키와 전쟁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터키에 대한 압박이나 제재는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잦아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테러조직 ‘대쉬(ISIS)’에 대한 터키 정부의 애매모호한 태도와 러시아의 알 아사드 정권 옹호 등은 앞으로 ‘대쉬(ISIS)와의 전쟁’에서 서방 진영과 러시아, 이슬람 국가들 간의 갈등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