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마저 불발되며 소외된 강서 지역 발전, "싸워나갈 것"
  • ▲ 이종철 스토리K 대표를 서울 강서에서 만났다. 그는 올해 42세의 젊은 정치인이지만 운동권 출신에 풍부한 시민사회 경험을 지녔다. 그는 이같은 경력을 인정받아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민대통합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종철 스토리K 대표를 서울 강서에서 만났다. 그는 올해 42세의 젊은 정치인이지만 운동권 출신에 풍부한 시민사회 경험을 지녔다. 그는 이같은 경력을 인정받아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민대통합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역사교과서 논쟁이라는 폭풍이 여의도를 강타하고 잠잠해졌나 싶지만 서울 강서 갑에서만큼은 예외다. 총선 때까지 계속 타오를 기세다.

    강서 갑의 지역구 국회의원은 새정치연합 신기남 의원. 지난 2005년 당시 부친의 친일 행적이 입방아에 오르면서 의장직을 사퇴해야 했던 그는 이번 역사교과서 논쟁에서도 잔뜩 몸을 사려야 했다.

    조용히 소나기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을 그에게 날아간 비보는 역사 문제를 시민사회서부터 전문적으로 다뤄온 젊은 보수가 자신의 지역구 출마를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위키피디아 개정운동, 네이버 지식인 모니터링 결과보고서 등 편향된 인식이 팽배했던 인터넷문화에 제동을 걸었던 이종철 전 스토리K 대표의 출마 선언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이종철 전 스토리K 대표는 경북 성주 출생으로 전직 주사파였다. 북한을 추종했던 과거에서 전향한 그는 처절한 역사공부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바꿔갔다. 현역 지역구 의원의 '아킬레스 건'이 그에겐 주무기인 셈이다.

    그는 자신의 전향의 계기에 대해 "북한에 1994년~1995년에 걸쳐 대 홍수가 있었고 그 때까지만 해도 단지 식량이 조금 부족한 상태인 줄 알았다"면서 "그러나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북한의 실상에 대해 전하자 북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종철 대표가 세운〈스토리K〉라는 단체도 그런 배경에서 생겨났다. 그는 단체의 이름에 대해 편향된 인식에 대해 냉정하게 되돌아보자는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 코리아의 줄임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목도하면서 종북세력의 영향력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좌편향된 지식정보가 범람하는 현실에서 편향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시작했다고 했다.

    2011년에 웹진으로 시작한 〈스토리K〉는 이제 매체까지 가진 단체가 됐다. 바람직한 진보와 바람직한 보수가 공히 경쟁하면서 사회의 양 날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담론을 제시하기 위한 매체로 커 나갔다. 청년 오피니언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창구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종철 대표는 "80년대 가졌던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90년대까지 이어진 것이 사실 큰 문제"라면서 "그 생각이 2000년대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이어 "천안함 피격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사건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를 해보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꽤 높게 나온다"고 지적했다. 당시 20대였던 그들이 30대 40대가 됐지만 바뀌는 사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대 때 가졌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일갈이었다.

  • ▲ 이종철 스토리K 대표는 현재 정치권을 강타한 역사교과서 논쟁에 대해서 이승만 중심의 역사관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종철 스토리K 대표는 현재 정치권을 강타한 역사교과서 논쟁에 대해서 이승만 중심의 역사관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는 이같은 인식이 '역사교과서' 문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고 보았다. 이종철 대표는 "이승만 대통령과 김구 선생을 공히 존경할 수 있는 역사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김구 선생님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이 존경하지만, 이승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한민국 해방 이후 역사를 김일성, 김구, 이승만의 세 인물 중심으로 볼 수 있다고 나눴다. 김일성 중심의 역사관은 설명이 필요없지만, 김구 중심의 역사관이 한국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김구 중심의 역사관이 반 독재 이슈에 매몰되면서 김일성 중심의 역사관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잘 구분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교수들도 자신들이 들은 것을 그대로 쓰는 오류들을 쉽게 범한다고 보았다.

    그는 "(김일성 중심의 역사관을 가진 세력이) 반 독재 투쟁의 전면에 나서고 있고, 그걸 중심으로 해서 다른 부분들이 가려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구 중심의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은) 옆의 단체나 세력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 알지만 따지지 않거나 잘 모를 수 있다"고 했다.

    김구 중심의 역사관이 김일성 중심의 역사관과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구 중심의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이승만 중심의 역사관을 배타적으로 보는 경향이 많은데, 통합의 관점에서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종철 대표는 "해방 정국 이후 사회주의 계열이 거의 지배했던 상황에서 이승만 세력이 적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 "자유민주주의적 방향하에서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강력한 의지로 투쟁을 통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간 것"이라고 봤다.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쟁취한 인물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난 '친일 논쟁'에서 역사의 중심에 섰던 현역 강서 갑 지역구 의원인 신기남 의원에 대해서는 "지역에서 또 나오겠냐는 목소리가 있었는데도 당에서 공천을 주니까 다시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현재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평했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다.

    그는 "조국 교수도 5선퇴진을 이야기 하면서 신기남 의원이 한번 더 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신 의원 역시 혁신의 대상"이라며 "흥미진진한 싸움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강서 갑 총선의 프레임은 젊은 보수와 낡은 진보와의 대결이라는 것이다.

  • ▲ 이종철 스토리K 대표는 강서지역이 개발에서 소외된 원인으로 추진력 부족을 꼽았다. 젊은 정치신인의 패기가 느껴지는 대답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종철 스토리K 대표는 강서지역이 개발에서 소외된 원인으로 추진력 부족을 꼽았다. 젊은 정치신인의 패기가 느껴지는 대답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가 신기남 의원을 낡은 진보로 규정하는 측면에는 지역개발에서 소외된 부분도 포함돼 있다. 신기남 의원이 4선으로 야당 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중진으로 성장했지만 강서지역은 여전히 서울에서는 낙후된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뉴타운 지역으로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던 지역주민들도 큰 좌절감을 맛봤다"면서 "심지어 인구 밀집도가 상당한 지역임에도 복지관도 없고 구청에 유일하게 지하철 역이 없을 정도로 소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타운 사업이 무산된 이유는 1차적으로는 주택경기 악화가 꼽히지만 강력하게 추진을 못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강서구 화곡동은 훨씬 더 절실하게 뉴타운 사업이 필요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양천구는 그래도 진행된 곳이 있었다는 것이다.

    뉴타운 사업이 우선 한 번 무산되자 노후한 다세대 주택들은 각자 빌라단위로 재건축에 들어갔다. 신규 빌라들이 지역의 평균 노후도를 크게 개선시키면서 이제는 다시 뉴타운 추진을 통한 개발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진 실정이다.

    그는 비록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대안을 내놓았다. ▲봉제산 근처에 문화시설을 유치 ▲복지관과 공영 주차장 확충 ▲고도제한 해제 협의 등을 제시했다. 체육이나 복지 시설을 건립해서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또 반드시 개발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했다. 재개발이 안될 것 같다면, 쾌적하게 가꾸면서 고풍스러운 흔적으로 지역 특유의 문화를 만드는 것도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봤다. 그는 "걷고싶은 거리를 조성할 수도 있고 이 동네만의 분위기를 조명하고 새롭게 드러낼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지역 개발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 뿐만아니라 당을 위해서도 시민사회의 투쟁력이 중앙당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정책은 서민적이지만, 서민정당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개개의 면면들은 굉장히 권위적이고, 엘리트 집단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생산적 집단이 아닌 것 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념적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투쟁 활동을 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때로는 역풍이 있더 라도 꿋꿋하게 문제제기를 해 나가는 태도가 필요한데, 현재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걸 극히 정치공학적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유리할 때는 너무 과도하게 이야기를 하고 불리할 때는 피해 버리는 행태를 보이면서 보수의 목소리가 많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와 통진당,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새누리당의 목소리는 그 좋은 예라고 했다.

    한편, 그는 경선을 치러야 하는 부담감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 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직접 뛰어보니 진짜 힘들지만 정치신인에게 가산점을 준다면 당당히 맞붙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런 제도하에서 정치를 오래한 사람 외에는 정치권에 끼어들어가기가 정말 어렵지만 정치인들이 바뀌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정치인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에 줄을 서고 받들어 모시기 보다 지역주민들을 살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도 있다고 봤다"고 했다.

    예전에는 지역 국회의원에 나갈 정도면 지역의 유지에게 "나에게 인사를 하러 오라"고 했다면, 오픈프라이머리 이후 어깨를 낮추고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로 바뀌는 모양새가 감지된단다. 비록 자신에게 불리할지라도 국민들이 진정으로 주인이 되는 그림이 나온다면 좋은 제도라고 말한 셈이다. 특유의 솔직함이 돋보이는 대답이었다. 

    끝으로 이종철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내가 주제 넘을지는 모르지만 혼자 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온 몸을 던져서 함께했던 사람들의 헌신들을 현실정치로 바꿔보고자 꿈을 꾸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종철 대표는 자신에게 지금도 변절자라는 낙인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단지 약자를 대변하는 사람이 되겠다던 운동권 활동 시절의 초심에 계속 집중했을 뿐이었다. 그 결과 가장 약자인 북한 주민의 인권을 대변하는 사람이 됐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사람으로 정치권에 입문하려고 한다. 국민이 주인이 된다면 자신에게 불리한 오픈프라이머리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지역주민에게 인정받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4선 중진 의원, 강한 야당세 등 불리한 조건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내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종철 대표가 강서지역을 뒤흔들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오롯이 담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