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문안박 연대, 호남 바라는 바 아냐" 천정배 "기득권 야합"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이 25일 광주에서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을 기다리는 가운데, 귀빈실에서 불편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이 25일 광주에서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을 기다리는 가운데, 귀빈실에서 불편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8일 조선대 강연에 이어 일주일 만에 광주광역시를 다시 찾아 호남의 환심을 사려는 발언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표는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 축하 메시지를 통해 "이것(아시아문화전당)은 호남인들께서 보내주신 사랑과 성원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작은 대답에 불과하다"며 "(호남인) 여러분들에게 우리 당이 보여드릴 것은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에 대한 확신"이라고 생색을 냈다.

    그러면서 "정권 교체를 통해 호남의 꿈을 되살릴 자신이 있다"며 "호남과 새정치연합은 운명공동체이고,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한다"고 평소에 즐겨 사용하지 않는 과장된 표현까지 구사하면서 떠나가는 호남 민심을 붙들어매려 애썼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이날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앞서 광주에서 열기로 돼 있던 현장최고위원회의는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최고위원들은 전날 오후 늦게야 현장최고위의 취소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어제 오후에 '당직자들이 광주에서 2개 일정을 소화하기 벅차니 하나만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사전에 최고위를 할지 말지에 대한 협의를 구하는 절차는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2개 일정을 소화하기 벅차다'는 것도 그간 현장최고위를 열고 현지에서 관련 일정을 소화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핑계라는 지적이다.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당의 공동 지도 체제를 구성하는 것이고, 이들이 공동으로 구성하는 최고위원회는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책임기관으로 당헌에 명시돼 있음에도 당대표 한 명이 마음대로 '안한다고 전해라' 하는 것은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에나 가능했던 전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지난 18일 이른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제안을 던진 뒤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면전 비판을 받자, 23일 최고위원회의에 감기몸살을 이유로 불참한 데 이어 25일 최고위도 취소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류를 형성한 최고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이처럼 당헌·당규를 무시한 채 '문안박 연대'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를 향한 호남 민심의 반응은 냉담한 형편이다.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수석최고위원으로서 문재인 대표와 함께 이날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을 찾은 주승용 최고위원은, 개관식 이후 별도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호남에서 '이 지도 체제로 가면 좋겠다'고 하면 나도 그렇게 하겠다"면서도 "문안박 연대는 호남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 ▲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쪽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과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사진DB
    ▲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쪽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과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사진DB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의 지난 18일 조선대 강연에 대해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공천권이나 노리는 사람'이라고 호남에 와서 정면으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본인에게 바른 소리, 쓴소리하는 사람은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광주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당을) 나가려면 나가라, 나가지도 못할 것'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밖에 있는 세력과도 통합을 해야 하는데 내부가 통합이 안 되면서 외부를 어떻게 통합할 수 있겠는가? 통합을 저해하는 발언"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비단 주승용 최고위원의 비판 외에도 공교롭게도 이날 호남에서는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이 한데 모여 문재인 대표를 향한 송곳 비판에 한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대표로서는 지난 18일 조선대 강연을 주워담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형세에 몰린 꼴이다.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참석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대화를 나누기는 커녕 인사도 나누지 않고 독자적인 동선으로 움직이다가 취재진을 만나 "야권을 빈사 상태로 내몬 지도자들이 책임지고 2선 퇴진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천정배 의원은 이른바 '문안박 연대'를 향해서도 "기득권 야합을 제안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 신민당 박준영 창당준비위원장, 민주당 김민석 새로운시작위의장과 새정치연합 유성엽·조경태 의원도 같은날 오후 2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새정치 문재인 체제'를 향한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박주선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가리켜 "죽음이 뻔한 정당"이라고 혹평하면서 "여기서 탈피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사명이니, 구호 뿐 아닌 행동으로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준영 위원장은 문재인 대표의 18일 조선대 발언을 향해 "광주에서 호남을 무시하고 지역 국회의원을 매도한 것에 분노가 치민다"며 "당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공천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했는데, 이는 대다수 호남 정치인들을 매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전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은 "문재인 대표는 책임을 져야 할 분이고, 안철수 전 대표도 지난해 7·30 재보선 참패 책임을 지고 대표에서 물러난 분"이라며 "(문안박 연대보다는) 두 분이 백의종군을 하고 비대위를 발족해 신당추진세력까지 포함한 통합전당대회를 조기에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의원도 "국민이 볼 때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문안박 연대로는 결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문재인 대표의 퇴진과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판갈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