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아들 DNA 뚜렷… 생판 남이 '발가락 안 닮았다' 나설 일 아냐
  •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대표와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당시의 김영삼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의 모습. ⓒ김무성 대표 블로그 캡쳐
    ▲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대표와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당시의 김영삼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의 모습. ⓒ김무성 대표 블로그 캡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의회주의적 면모를 여야 정치권이 계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야당의 지도부가 돌연 여당의 당대표의 '친자 감별'을 자처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독(代讀)케 한 메시지에서 "독재와 맞섰던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을 자임하는 이율배반의 정치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종걸 원내대표도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을 자처하면서 상주 역할을 하고 있으나, 정치적 아들이 아니고 유산만 노리는 아들 아닌가"라고 극언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김무성 대표가 고인의 정치적 아들을 자처하려면 먼저 정치적 아버지의 노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정치적 효도를 해야 한다"며 "YS라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단식투쟁으로 반대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단식 투쟁으로 반대했어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이 된다는 논리인데, 이는 친자 감별을 DNA가 아닌, 발가락이 닮았는지 여부로 가려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지극히 황당무계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오랜 인연은 여권은 물론 야권과 당시 운동권에 몸담았던 하태경 의원 등에 의해서도 인증된 내용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동대표로 이끌었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 김무성 대표는 특위 부위원장으로 함께 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도 김무성 대표의 적통(嫡統)을 인정하고 있다.

  • 1987년 대선 당시 백만 군중이 운집한 부산 수영만 유세에서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당시)가 무개차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곁에서 태극기를 힘차게 휘두르고 있다. ⓒ김무성 대표 블로그 캡쳐
    ▲ 1987년 대선 당시 백만 군중이 운집한 부산 수영만 유세에서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당시)가 무개차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곁에서 태극기를 힘차게 휘두르고 있다. ⓒ김무성 대표 블로그 캡쳐

    일례로 지난해 11월 3일 헌정기념관에서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의 회고록 '순명(順命)' 출판기념회에서 사회를 맡은 민주당 김민석 새로운시작위원회 의장이 "정치 관례로 보면 여당의 김무성 대표가 축사를 먼저 해야 하고, 정치 인연으로 보면 (권노갑 고문이 야당이니) 야당의 문희상 위원장이 먼저 축사를 해야겠지만, 사실 정치 인연으로 봐도 김무성 대표가 더 인연이 깊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소개를 받으며 등장한 김무성 대표는 "우리 모두의 큰 형님이신 노갑이 형님!"이라고 일성을 내질러 좌중의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소속으로 운동권에 몸담고 있던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얽힌 일화를 회고했다.

    하태경 의원은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1987년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YS 자택에 난입한 적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당시 전대협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하는 것이 대선 투쟁 지침이었다. 이 때문에 하태경 의원 등 운동권 무리들은 상도동 자택으로 쳐들어갔던 것인데 "그 때 자택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떡대' 같은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김무성 대표"라고 회상했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정도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사이의 인연은 각별해, 정치적 친자 DNA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사 교과서 관련 언급도 억측에 불과하다.

  • 김영삼 전 대통령의 평전을 읽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곁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무성 대표 블로그 캡쳐
    ▲ 김영삼 전 대통령의 평전을 읽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곁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무성 대표 블로그 캡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새삼 "고인의 공과에 대해 다시 보게 됐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 박민식 부산시당위원장도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를 맞아 많은 국민들 사이에서 그분의 업적에 대한 균형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며 "물론 시행착오와 과오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겠지만, 공은 일방적으로 폄훼되고 과는 부풀린다면 이것이야말로 반드시 고쳐야 할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의 근대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결합체"라며 "국민을 배고픔에서 해방시키고 나라를 나라답게 만든 박정희 대통령과 이 땅의 민주주의 가치를 실천하고 이뤄낸 김영삼 대통령은 우리 새누리당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존중해야 할 롤 모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시민들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과오만을 기억하고 있어서, 서거 이후 쏟아진 언론 보도와 조명에 "새삼 다시 보게 됐다"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어찌된 영문일까. 좌편향된 근현대사 학계가 유독 현 여권 출신 대통령의 평가에 인색했기 때문이라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비단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한 김영삼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건국한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와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유독 학계는 일방적으로 공을 폄훼하고 과는 부각시키기에 바쁘다. 학계가 좌편향돼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따라서 공과를 균형 있게 서술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찬동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내무부 차관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임명한 뒤, 임명장을 수여하고 격려의 표시로 두드려주고 있다. ⓒ김무성 대표 블로그 캡쳐
    ▲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내무부 차관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임명한 뒤, 임명장을 수여하고 격려의 표시로 두드려주고 있다. ⓒ김무성 대표 블로그 캡쳐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내린 영단(英斷)으로 손꼽히는 3당 합당을 봐도 쉽게 추론할 수 있는 일이다. 3당 합당은 건국~산업화 세력인 민정당·공화당과 민주화 세력인 민주당이 융합한 것인데, 이러한 영단이 있었던 덕분으로 우리나라의 절차적 민주주의는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의 결단에 이미 좌파 근현대사학자들의 편협한 시각과는 달리 건국으로부터 산업화의 과정을 달려온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치적 아들'인 김무성 대표는 올해, 새해 첫 일정으로 만사를 제쳐놓고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 묘역에 달려가 참배부터 했던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승만 박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승만 박사는 건국대통령이고 최초로 자유민주 선거를 실시했으며, 한국전쟁 때 외교력을 발휘해 우리나라가 공산화되는 것을 막은 훌륭한 대통령인데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가 진영 논리에 빠져서 아무 것도 못하는 사회가 됐는데, 역사를 다 품고 보듬는다는 의미에서 우리 새누리당은 역대 대통령의 긍정적인 역사에 대해서 더 높이 평가하는 자세를 갖겠다"고 다짐했었다.

    이러한 행동이야말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관점을 충실히 승계하는 것이며, 빼도박도 못하는 '정치적 친자 DNA'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돌아가신 분은 말이 없다는 이유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채 치러지기조차 전에 친자 부인의 언동을 일삼는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고인의 빈소에서 오열하며 진정한 슬픔을 보여준 상대 당의 대표를 동시에 욕보였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정치적 예의를 저버린 행동이라는 비판이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러한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친자 부인 언동에 대해 "정치적으로 모시던 분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정성으로 배웅하겠다는 마음마저 깎아내리는 것은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면서도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는 않겠다"고 논평할 가치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