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진 "총선 거론 자체가 선거법 위반" 김영우 "불법 시장 되겠다는 것"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 연대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올라타려는 것을 놓고 벌써부터 관권선거 논란이 일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 연대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올라타려는 것을 놓고 벌써부터 관권선거 논란이 일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대표가 갑작스레 꺼내든 '문안박 연대' 제안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가 회답을 미루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무 마비 상태에 빠져든 가운데, 친노(親盧) 일각에서는 일단 '문박(문재인~박원순) 연대'로 개문발차(開門發車)하자는 주장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18일 광주 조선대 강연에서 "(안철수·박원순과) 당대표의 권한을 함께 공유할 용의가 있다"며 "(문안박 연대로) 적어도 다음 총선까지 함께 치르는 임시지도부 역할을 할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는 답변을 유보하고 있으나,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19일 문재인 대표와 청년간담회를 가진 직후 40여 분간 회동을 한 뒤 조건부로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당시 회동에 배석한 박광온 대표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시장이) 40분 가량 가슴을 열어놓고 충분하게 대화를 나눴다"며 "박원순 시장은 혁신과 통합을 이루자는 문재인 대표의 취지에 공감을 표했고, 현직 지자체장인 시장임을 감안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박원순 시장이 원론적인 차원이나마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런데 이제는 부적절한 '문안박 연대'조차 반쪽 짜리 상태에서 개문발차를 한다는 것이다.

    19일의 문재인~박원순 합의는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에 대한 노력을 존중한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 합의문에도 "안철수 전 대표의 근본적인 혁신 방안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근본적인 혁신'을 제안한 당사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탑승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개문발차한다는 것은 전제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이러한 '폭주 버스'에 박원순 시장이 편승해 있을 명분이 없게 된다.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한 박주선 의원은 20일 불교방송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문재인~박원순 합의를 놓고 '절반의 (문안박 연대) 성사'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를 향해 "절반의 성사가 어디 있느냐"며 "성사되려면 완전 성사가 돼야 하고 (안철수 전 대표를 빼놓고서는) 성사가 안 된 것"이라고 잘라 말한 것은 이러한 취지다.

    정치적 명분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문박 개문발차'는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선출직 공직자인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의 장, 국회의원은 당원의 신분을 가질 수 있고, 정치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선거전이 아닌, 남의 선거전에 뛰어든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선관위도 현직 지자체장이 당대표나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되는 것은 가능하지만, 선거대책위원회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선거중립의무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지자체장이 정치인으로서 선거에 뛰어드는 것도 정치 행위의 일종으로 상관이 없다고 하면, 총선이나 대선에 나올 때 왜 미리 그만둬야 하겠는가.

    문안박 연대는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있는 현 시점으로나 보나, 정치적 의미로 보나 총선 체제를 이끄는 기구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문재인 대표도 조선대 강연에서 문안박 연대가 할 일에 대해 △공동선대위 △선거준비기획단 △총선 정책·공약을 준비하는 총선정책 준비단 △(총선에 출마할) 인재영입 등을 열거했다.

    문재인 대표가 거론한 하나하나가 총선과 무관한 게 전혀 없다. 결국 박원순 시장이 총선 대책 기구에 직접 올라타는 꼴인데,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관권선거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집중 타겟이 돼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청년수당'과 같이 박원순 시장이 공을 들였다는 각종 시정(市政) 행위도 매표(買票) 행위로 그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원순 시장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박원순 시장을 앞세우면 선거개입 논란 등으로 새누리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것이 뻔한데 왜 우리 당이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박원순 시장은 법적으로도 선거지도부가 될 수 없는 분"이라며 "박원순 시장의 선거 지도부 참여는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총선 개입에 비단길을 깔아주는 일이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의 우려는 벌써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의 선거법 위반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며 "문안박 연대 등 총선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을 현직 서울시장은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박원순 시장은 시장으로서 예산과 조직 같은 행정력을 동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선거중립 의무를 저버리는 불법 시장이 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가세했다.

    벌써부터 총탄이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문안박 연대에 참여하려면 문재인 대표의 곁에 형식적으로 서 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말도 없는데, 자칫하다가는 옆에 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쏟아지는 총탄 세례를 받아 벌집이 되게 생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선을 준비하는 새정치연합의 스텝이 꼬이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청와대 시절 사진을 보면, 새정치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총선 공천장을 직접 수여하는 장면이 있다.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총재로서 선거도 지휘하는 게 당연시돼던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제는 대통령이 단순한 평당원의 신분으로 남는 게 헌법적 관습이 됐다. 행정을 이끄는 수장이 정당 간의 선거 국면에 개입해 관권선거 시비를 야기하는 것 자체가 국가적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총선 대책 기구에 올라타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게 되면, 친박(親朴) 후보가 '진실된 사람'임을 자처하며 내년 4·13 총선에 뛰어들게 된들 누가 비판할 수 있겠는가. 손학규 전 고문의 '대통령이 불렀다' 선거포스터가 되살아나지 말란 법이 없다.

    2·8 전당대회 이후 졸렬한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너덜거리는 신세가 된 문재인 대표가, 상대적으로 멀쩡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를 나란히 내세우고 싶은 심정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입장에서는 방탄조끼가 돼서 벌집이 돼야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제 정신이 박혀 있다면 안철수 전 대표를 남겨두고 '오라이' 하는 순간, 열려 있는 문으로 뛰어내려야 할 것"이라며 "절벽을 향해 내달려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이 뻔한 버스에 박원순 시장이 왜 타고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