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國家葬 끝난 첫 주말 신당추진위 발족… 野 원심력 커질까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유족인 차남 현철 씨의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유족인 차남 현철 씨의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상(國喪)에 여야 정치권에서 진행되던 주요 정치 일정에 일제히 적신호가 켜졌다. 신호대기 상태는 이번 주 내내 계속될 전망이어서, 정치권의 움직임은 빠르면 29일부터 청신호로 바뀌며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새벽 서거하면서 정국은 국상 정국으로 전환됐다. 국가장(國家葬) 선포는 고인의 정치적 위상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 자연스레 여야의 주요 정치 일정은 한 박자 숨을 고르게 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이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차남 현철 씨를 끌어안고 오열한 뒤 "나는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상주(喪主)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23일 오전에도 호남 지역 예산정책협의회와 최고위원회의 등 최중요 일정만 챙긴 뒤 바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돌아와 빈소를 지켰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 직후 취재진과 만나 "(영결식이 있는 26일까지) 중요한 회의는 와서 주재하겠지만 그 외에는 (계속 빈소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상도동계 출신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기간 중 당내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천특별기구 구성 문제를 둘러싸고 김무성 대표를 상대로 특히 날을 세워온 것이 친박계의 좌장이라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인데, 나란히 빈소를 지키는 상황에서 고인 앞에서 설전을 재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잡음이 높아지는 듯 했던 여당내 공천 관련 논의 국면은 소강 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덜컥수'로 최고위원회를 비롯한 당내 모든 기구들의 위상이 애매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국상으로 '적신호'가 들어옴에 따라 당무 마비에 가까운 상황이 된 모양새다.

    당초 안철수 전 대표는 24일 부산 지역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재인 대표의 제안에 대한 회답의 성격을 담은 모종의 메시지를 밝힐 것으로 전망됐지만, 국가장으로 인해 '없던 일'이 됐다.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문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문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전 대표는 오는 29일을 전후해 입장을 밝힐 예정으로 알려졌다. 26일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영결식이 치러지지만, 이튿날인 27일은 금요일인 관계로 중대한 정치적 의미를 담은 메시지를 발표하기에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관례적으로 금요일에 중요한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이튿날인 토요일에 신문 발행 부수가 줄어들고 방송에서 보도 프로그램의 비중이 줄어드는 등 대중의 주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일요일에는 이튿날 발행되는 월요일자 조간 신문 등을 고려해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자주 잡히는 경향이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회답을 하기 전까지는 '문안박 연대' 제안이 성사된 것도, 틀어진 것도 아닌 상태가 계속된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 내의 모든 정치 주체들이 어정쩡하게 스톱 모션에서 생각을 가다듬는 모양새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고위원들의 진퇴가 걸린 제안이 당사자들과 협의 없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문안박 연대' 제안이 던져진 지난 18일 이후로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오영식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으나, 갑작스런 국상 정국으로 인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던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은 23일에도 오찬 회동을 갖고 문재인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역시 국가장을 이유로 영결식이 끝나는 26일 이후에 어떤 전략을 취할지 계속해서 논의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최고위 내의 유일한 호남 최고위원이자 2·8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수석최고위원이 된 주승용 최고위원도 호남 지역 의원단 회동을 영결식이 끝나는 26일로 잡았다.

    이처럼 야권 내부의 모든 움직임이 급작스레 정지됐다가 26일 이후로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가장이 끝난 뒤 맞이하는 첫 주말인 29일에는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중도개혁·민생실용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박주선 의원이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통합신당추진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세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단순히 하려던 행동이나 메시지가 '일시정지'됐다가 그대로 재개되는 게 아니라, 국가장 정국 속에서 여러 가지로 생각을 가다듬고 서로 간에 교감을 이루면서 방향이 전혀 달라지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오리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수면 아래로는 끊임없이 물질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상을 치른 뒤 야권의 원심력이 가중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