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 부위원장 “국가기관이 반정부단체로 변질”...차기환 “특조위 있을 이유 없다”
  • ▲ 23일 오전 세월호 특조위 전원위원회에 참석했던 차기환 변호사가, 사퇴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 23일 오전 세월호 특조위 전원위원회에 참석했던 차기환 변호사가, 사퇴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가, 23일 제19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담긴 조사개시 결정안을 통과시켰다.

    안건 의결에 앞서, 고영주, 차기환, 황전원 위원 등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은, 대통령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안을 모색하자는 위원회 본래의 취지를 벗어난 정치적 결정이라며,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특조위는 여당 추천 비상임위원들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의결을 강행해, 재석 13명, 찬성 9명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안건 의결 당시 회의에 참석한 여당 추천 위원은 특조위 부위원장(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이번 변호사가 유일했다. 이헌 부위원장은 “대통령의 행적 조사는 참사의 원인 규명과 관계가 없다”며 반발했지만, 퇴장은 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여당 추천 위원들은 ‘대통령 7시간 행적’ 등 사고 진상 규명과 관계없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사항만을 조사하자는 수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 안건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13명의 위원 중 6명만이 찬성해 부결됐다.

    수정안이 부결되자, 차기환 위원은 “(수정안이) 각하됐으니, 반대로 해석하는 것으로 알고 사퇴하겠다”며, 고영주·황전원·석동현 위원 등 다른 여당 측 위원들과 함께 회의실을 나갔다.

    여당 추천 위원들이 상정한 5개 사항은, ▲사고 관련 대통령ㆍ청와대의 지시 대응 ▲지시 사항에 따른 정부 부처의 지시 이행 ▲각 정부 부처의 청와대 보고 내용 ▲구조·구난 및 수습 지휘 체계에 따른 책임자들의 위법 사항 ▲재난 수습 컨트롤 타워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 등이다.

  • ▲ 세월호특조위 전체회의 모습. ⓒ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 세월호특조위 전체회의 모습. ⓒ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여당 추천 위원들은, 앞서 열린 진상규명 소위원회에서, ‘대통령 7시간 행적’을 제외한 위 5개 사항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기로 합의한 야당 및 유족 추천위원들이, 이제 와서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고영주 변호사는, “헌법상 대통령은 재임 중 내란-외환의 죄를 범하지 않는 이상 소추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무시하는 작태. 세월호가 초헌법적 기구라도 된다는 것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고 따졌다. 

    이헌 부위원장은, ‘대통령 조사’ 문제를 촉발시킨 문제의 조사신청서가 안고 있는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했다. 이헌 부위원장에 따르면, 문제의 조사신청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가해자’로 지칭하고 있다.

    황전원 위원도 "(조사)신청서를 보면 신청인이 조사대상에 ‘대통령의 7시간’ 등을 명기했다“며, ”진상규명 소위는 이를 ‘청와대 지시·대응사항’ 등으로 애매하게 정리했다“고 비판했다.

    여당 추천 위원들의 거센 반발에, 진상규명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빈 상임위원(변호사, 새정치민주연합 추천)은, “지난 4차 소위원회의에서 다섯 가지를 의결한 것이지, 다섯 가지만 의결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도 조사 대상이 포함되는 게 맞다”고 강변했다.

    이날 특조위가 통과시킨 문제의 안건은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 적정성 등에 관한 건‘으로, 여당 추천 위원들이 상정한 5개 항외에 “관련성이 있을 경우,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부대의견을 포함하고 있다.

    차기환 변호사는 뉴데일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조위가) 국민예산 사용하면서 대통령 모욕주고 정치 투쟁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대통령 행적 관련 부분을 제외한다면 모르겠지만, 그것을 (야당 및 유족 추천 위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특조위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 ▲ 세월호 특조위 이헌 부위원장과 고영주ㆍ황전원ㆍ차기환 위원 등 여당추천 인사들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및 유족 추천위원들이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조사개시 의결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여당 추천 위원들은 전원 총사퇴를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세월호 특조위 이헌 부위원장과 고영주ㆍ황전원ㆍ차기환 위원 등 여당추천 인사들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및 유족 추천위원들이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조사개시 의결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여당 추천 위원들은 전원 총사퇴를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헌 부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옥쇄(玉碎)의 심정으로 국가기관을 반정부단체로 만든 저들과 맞서 싸울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특조위의 지속적인 활동기간과 예산이 보장되기 어렵다. 잘못된 부분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바로잡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9일 이헌 부위원장과 고영주ㆍ황전원ㆍ차기환 위원 등 새누리당 추천 세월호 특조위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및 유족 추천위원들이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조사개시 의결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여당 추천 위원들은 전원 총사퇴를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당 추천 위원들이 집단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세월호 특조위의 파행운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는, 이석태 위원장의 독선적 운영에 반발해 조대환 전 부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5명, 유족 3명, 대법원과 대한변협이 각각 2명을 추천해 모두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인 이석태 변호사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