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연쇄 테러범 ‘캡타곤’ 복용 의혹…北, 10년 전부터 외교관 통해 대량 밀수하다 적발
  • 프랑스 당국은 파리 연쇄 테러 용의자들이 '캡타곤'이라는 합성마약을 복용한 채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 프랑스 당국은 파리 연쇄 테러 용의자들이 '캡타곤'이라는 합성마약을 복용한 채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파리 연쇄 테러를 저지른 테러조직 ‘대쉬(ISIS)’의 조직원들이 최음제로 사용되는 마약 ‘캡타곤(Captagon)’을 복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CNN,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들은 “파리 연쇄 테러범들이 묵었던 호텔 등에서 바늘, 주사기 등이 발견됐다”면서 “이들이 파리 연쇄 테러 당시 ‘캡타곤’을 복용한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美외교전문지 ‘포린 팔러시’와 CNN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대쉬(ISIS)’가 조직원들에게 ‘캡타곤’을 먹인 뒤 전투에 내몰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터키와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붙잡힌 ‘대쉬(ISIS)’ 조직원은 “이 약을 먹으면 행복해지고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다”면서 “무적이 된 느낌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는 것이다.

    ‘대쉬(ISIS)’가 조직원들에게 공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캡타곤’은 합성마약으로 중동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캡타곤’은 1961년 독일 제약회사인 ‘데구사 AG’가 암페타민의 대용제로 개발해낸 ‘페네틸린(C18H23N5O2)’을 말한다.

  • '캡타곤'을 가장 잘, 많이 만드는 곳은 불가리아 마약조직이지만, 그 유통은 대부분 터키, 레바논, 이집트를 거쳐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소비된다. 사진은 '프랑스24' 방송이 시리아 접경에서 '캡타곤' 밀매범과 인터뷰한 장면. ⓒ프랑스24 관련보도 화면캡쳐
    ▲ '캡타곤'을 가장 잘, 많이 만드는 곳은 불가리아 마약조직이지만, 그 유통은 대부분 터키, 레바논, 이집트를 거쳐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소비된다. 사진은 '프랑스24' 방송이 시리아 접경에서 '캡타곤' 밀매범과 인터뷰한 장면. ⓒ프랑스24 관련보도 화면캡쳐


    ‘바이오캡톤’ ‘피톤’ 등으로도 불리는 ‘캡타곤’은 제조비용이 저렴한 합성마약으로 중독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주로 중동 지역에서 많이 소비되는 ‘캡타곤’은 현지에서 한 알에 5~2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이 ‘캡타곤’이 대쉬(ISIS)의 손에 들어가게 된 원인은 시리아 내전 때문이라고 한다. 시리아 내전 발생 이후 터키 접경 지역을 통해 들어오는 캡타곤 밀매조직을 막을 수 없게 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에서 일부 반군조직이 ‘캡타곤’을 사용했는데, 이를 지켜본 대쉬(ISIS)가 자기네 조직원들을 전투에 내몰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캡타곤’의 유통 경로를 미루어 볼 때 대쉬(ISIS)가 대량으로 ‘캡타곤’을 소모하는 데 북한도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추정하고 있다.

    ‘캡타곤’을 가장 많이, 잘 만드는 곳이 불가리아 마약조직이고, 이들이 만든 약 대부분이 레바논, 이집트, 터키와 시리아 접경을 통해 '대쉬(ISIS)'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으며, 외교관을 '마약 배달책'으로 활용하는 북한은 이들 국가에 공관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4년 12월 불가리아 정부는 자국 마약조직으로부터 ‘캡타곤’ 50만 정(당시 시가 700만 달러)을 받아 외교관 차량에 숨겨 터키로 가서 판매하려던 불가리아 주재 북한 외교관 ‘양태원’과 ‘김선진’을 추방한 바 있다. 이들은 ‘캡타곤’을 외교관 차량에 숨겨 터키로 간 뒤 판매하려다 터키 경찰에 검거됐다.

    미국 정부 또한 2004년 말, 북한이 외교관을 동원해 터키, 이집트 등에서 ‘가짜 최음제’ 등을 판매해 고수익을 올린 사실을 거론하며 “북한이 대량의 마약밀매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 정권이 필로폰, 코카인 등 마약에서부터 ‘가짜 최음제’까지 생산, 유통한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중동에서 잘 팔리는 ‘캡타곤’ 밀매와 연관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기다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김일성 공원’까지 만든 친북 세력이라는 점까지 떠올려보면 북한과 시리아가 ‘캡타곤’ 밀매로 협력할 가능성은 꽤 높아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압둘 모센 빈 와리드 빈 압둘와지즈 사우디 왕자와 그 일행이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서 코카인, 캡타곤 등 2톤의 마약을 밀반입하려다 검거된 사실에 주목한다.

    일부 매체는 압둘 모센 빈 와리드 빈 압둘와지즈 사우디 왕자와 그 일행이 2014년 4월에도 ‘캡타곤’ 1,500만 정을 밀반입하려다 검거된 적이 있는 사실을 거론하며, 이들이 ‘대쉬(ISIS)’와 시리아 반군 등에게 ‘캡타곤’을 제공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