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니제르, 리비아에서 활동 중인 ‘소수정예 테러조직’…‘대쉬(ISIS)’에 충성
  • ▲ 말리 호텔 테러 당시 말리 정부와 함께 인질구출작전을 준비 중인 미국과 프랑스 특수부대원들의 모습. ⓒ말리 현지 방송 ORTM 보도화면 캡쳐
    ▲ 말리 호텔 테러 당시 말리 정부와 함께 인질구출작전을 준비 중인 미국과 프랑스 특수부대원들의 모습. ⓒ말리 현지 방송 ORTM 보도화면 캡쳐


    지난 20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는 한 고급호텔에 난입한 테러리스트들이 총기를 난사하며 내부에 있던 사람들을 붙잡아 인질극을 벌였다.

    테러는 9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27명의 사망자를 냈다. 피해자 시신은 인질극이 벌어진 래디슨 블루 호텔 지하에서 12구, 2층에서 15구 등 호텔 곳곳에서 발견됐다.

    외신들은 현지 보안관계자와 유엔평화유지군 관계자, 목격자 등을 인용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테러리스트 10여 명은 20일 오전 7시경 외교관 차량을 나눠 타고 호텔로 들어왔다고 한다. 이후 호텔 곳곳으로 흩어져 투숙객 140명과 직원 30명을 인질로 붙잡고 군경과 대치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테러리스트들은 인질극을 벌이면서 호텔 복도에서 총기를 난사하면서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고, 인질극 중에는 인질들에게 “꾸란을 암송해보라”고 시킨 뒤 이를 잘 하면 풀어주고, 아닌 경우에는 살해했다고 한다. 인질극 과정에서 풀려난 80명이 꾸란 암송을 잘 했던 사람들이다.

    한동안 군경과 대치하던 테러리스트들은 현지에 파병 중이던 프랑스 특수부대와 현지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 중이던 미군 특수부대가 현장에 합류한 뒤 진압 당했다. 호텔에 숨어 있던 테러리스트들은 프랑스군과 미군 특수부대에 모두 사살당했다고 한다.

    인질극이 종료될 즈음, 한 테러조직이 “이번 호텔 테러는 우리가 했다”고 밝히고 나섰다. 테러조직의 이름은 ‘알 무라비툰(Al-Mourabitoun, المرابطون‎ 아랍어로 ‘파수꾼’이라는 뜻)’이다.

  • ▲ 나이지리아 북부에 근거를 둔 '대쉬(ISIS)' 추종 테러조직 '보코하람'의 선전 영상 속에 알 무라비툰도 등장했었다. ⓒ보코하람 홍보영상 캡쳐.
    ▲ 나이지리아 북부에 근거를 둔 '대쉬(ISIS)' 추종 테러조직 '보코하람'의 선전 영상 속에 알 무라비툰도 등장했었다. ⓒ보코하람 홍보영상 캡쳐.


    알 무라비툰은 기존의 테러조직인 ‘유일신과 성전을 위한 서아프리카운동’과 ‘검은복면여단’이 통합해서 만든 테러조직으로 2013년 8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비교적 생긴 지 얼마 안 된 조직이다.

    두목인 ‘아부 바크르 알 마스리’와 ‘목타 벨목타’는 과거 알 카에다의 하부 조직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아부 바크르 알 마스리는 대테러 전쟁 와중에 사살됐다.

    2014년 5월 프랑스 정보기관이 보고한 데 따르면 ‘알 무라비툰’의 조직원은 100명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그 활동범위는 말리뿐만 아니라 인근 알제리, 니제르, 리비아 남부에까지 뻗어 있어 이들의 테러 활동이 매우 적극적임을 보여준다. 

    이들은 처음 생겼을 때는 북아프리카의 ‘알 카에다 이슬람 마그렙 지부(AQIM)’와 연계하며, 알 카에다 테러 네트워크 조직으로 활동했지만, 2015년 5월 테러조직 ‘대쉬(ISIS)’에게 충성 맹세를 하고, 그 하부 조직이 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나이지리아 북부에 근거지를 둔  ‘보코하람’과도 연계하고 있다고 한다.  

    ‘알 무라비툰’이 이번에 말리 래디슨 블루 호텔을 테러 목표로 삼은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5성급인 래디슨 블루 호텔은 미국계 호텔 체인이 건설한 곳으로, 서아프리카에서는 최고의 호텔로 평가받고 있다. 190개의 객실을 가진 래디슨 블루 호텔은 서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국제기구 관계자, 기업인, 정부 관계자들이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인지 이번 알 무라비툰의 테러로 숨진 희생자 가운데는 말리 국민뿐만 아니라 프랑스, 벨기에 사람들도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말리 정부가 유엔평화유지군은 물론 프랑스 군과 미군까지 불러들여 테러조직들을 소탕하고 있다는 점이 현지 테러조직들에게는 눈엣가시였다는 점이다.

    알 무라비툰은 래디슨 블루 호텔 이후 성명을 통해 “말리 수도 바마코 감옥에 수감돼 있는 ‘무자헤딘’을 석방시키려고 인질극을 벌였다”면서 “말리 당국과 프랑스 군은 북부 지역에서 말리 사람들을 탄압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알 무라비툰의 주장은 말리 북쪽 지방에 거주하는 투아렉족을 베이스로 하는 무슬림 테러 조직들의 목소리와 같다.

    현재 말리 정부는 프랑스 특수부대와 미군 특수부대의 지원을 얻어 북부 독립을 주장하는 현지 테러 조직 ‘안사르 알 딘’은 물론 ‘알 카에다 이슬람 마그렙 지부(AQIM)’,  ‘보코하람’, ‘알 무라비툰’ 조직원들을 소탕하고 있다. 하지만 광범위한 지역에 흩어져 있는 테러 조직들을 뿌리 뽑는 데는 역부족이어서 북부 지역의 갈등은 수 년 째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