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전기는 뇌물을 타고 흐른다
     
    신준식  /뉴포커스 기자
     
      북한 내 전기 사정이 열악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 가정집에서 전기가 갑작스럽게 끊기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며, 심지어 열차 조차도 운행이 중지되는 일이 빈번하다. 북한 주민들은 정전이 되거나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는 일을 일상처럼 받아들인다.

  • 상황이 이렇다보니 북한 주민들도 나름의 대안을 마련했다.
    예컨데 태양열 발전기, 축전지, 휴대용 배터리, 풍력 발전 등이 있다.
    하지만 대량으로 전기를 생산하기가 힘들고, 날씨나 용량에 제한을 받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북한에서는 전기 또한 자본, 즉 돈을 타고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돈주라고 불리는 신흥부자의 집에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전기가 공급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북한 내 자본이 확장되기 시작하면서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회가 북한이다. '돈으로 안되는 것이 없다'는 말이 북한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준다. 돈주들은 발전소와 전기 공급소에 뇌물을 주고 한달 단위로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받는다. 전기에도 빈부의 격차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과거 돈주들은 김 씨 일가 동상 주변이나 중심 시내 부근에 집을 얻었다. 김 씨 일가 동상 주변은 밤에도 불을 밝혀야해서 가장 안정적인 전기가 공급되는 곳이고, 중심 시내는 각종 건물과 가로등, 신호등의 전기 공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전기가 들어온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기 공급소에 뇌물을 주면서 전기를 꾸준히 공급받으면서도 시장과 가까운 위치를 선호한다. 북한에서 전기가 잘 들어오는 곳은 곧 감시가 그만큼 엄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국드라마가 유행하면서 돈주 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전기 공급이 잘되면서 감시가 없는 곳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사이에 '전기 계'가 생겨 전기 공급소에 뇌물을 주고 한 집에 전기 공급을 원활하게 한 다음 밤에 몰래 한국 드라마를 같이 보는 모임이다.

    전기 공급소에서도 지속적인 뇌물을 받기 위해 전기 사용량을 조작해준다. TV나 DVD 플레이어를 사용하면 그만큼 전기 사용량이 많이 나와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민 이명자 씨는 "사실 최근에는 감시도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적발이 되더라도 뇌물을 주면 금방 해결할 수 있다. 만약 TV 시청과 전기 사용으로 문제가 된다고 해도 워낙 다양한 사람이 서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가치관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북한의 열차는 멈춰도 TV 화면은 끊기지 않고 나오고 있다. 북한 내 전기가 뇌물을 타고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전기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부패한 사회와 자본의 결합이 북한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