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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弱者의 가면, 義人의 복면

    한상균 논란, 공동체 질서와 안녕은 不法·犯法과 중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金成昱  /한국자유연합 대표, 리버티헤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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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총 고위 女간부 승복 1벌 구입. 조계사 한상균 위원장 도주 시도.>

    19일 오전에 벌어진 일이다.
    비슷한 시간. 천막·검은 색 나무 깔판, 스티로폼 등을 실은 민노총 차량 3대가
    조계사 진입을 하려다 경찰에 막혔다. 처음엔 『조계사 내부 행사용』이라고 하다가 거짓임이
    드러나자 『기자회견을 위한 도구』라고 둘러댔다. 이날 유독 女性민노총 관계자 방문도 많았다.  

    퍼즐들을 맞춰보면 이러하다.
    <기자회견 명목으로 경찰과 언론의 시선을 돌린다.
    성동격서(聲東擊西) 분위기 속에서 승복 입은 한상균 위원장이
    女性민노총 관계자 속에서 탈출한다. 대충 그런 시나리오>  

    2.
    한(韓) 씨는 14일 도심난동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과거엔 체포영장(逮捕令狀)을 묵살하고 재판에도 4차례나 불출석 하더니 구속영장(拘束令狀)도 무시했다. 이제는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 농민의 간절함에 귀 기울여 달라는 뜻에서 마지막 보루인 종교, 조계사를 찾았다』고 엄살떤다. 탄압받는 소수자,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시대 양심, 로빈 후드나 홍길동 흉내다. 약자(弱者)와 의인(義人) 코스프레다. 법(法) 위반을 넘어 法질서 전체를 조롱하고 비아냥거린다. 21일 예정된 韓씨의 기자회견 역시 弱者이자 義人인 양 목청을 높일 게 뻔하다.  

    3.
    14일 113명의 경찰이 다쳤다.
    「눈이 마주쳤는데도 쇠파이프로 다리를 내리치고 다친 다리에 캡사이신이 든 물총을 뿌리니 온 몸이 불타는 것 같았다」「얼굴에 침을 뱉고 트림을 해댔다」「헬멧과 안경을 쉽게 뺏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이런 노하우를 갖고 있는 전문 시위꾼들도 있다」「각목과 쇠로 만든 쇠뭉치에 손목의 힘줄이 끊겼다」「사람이 무서워졌다!」. 이미 다친 것도 답답한 일이나 부상(負傷)의 두려움 역시 참담한 일이다. 경찰의 피어린 증언은 12월5일에도 되풀이될 것 같다.  

    4.
    韓씨는 강력한 투쟁의 복선(伏線)을 날렸다.
    17일 조계사에서 발송한 <민중총궐기로 힘과 분노로, 공안탄압을 뚫고 총파업 전선에 서자>는 서신은『탄압에는 더 큰 투쟁으로, 불의(不義)한 권력(權力)을 뒤집을 총파업으로 맞서자』며 이날이 『새 세상을 열어젖히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웅변했다. 1차 파업에 대한 평가 역시 『평화로운 집회와 행진을 금지시키고 살인 물 대포와 불법적 차벽으로 민중의 분노를 억누르려 했다』며 『궁지에 몰린 자본가 정권의 야만적(野蠻的) 도발』『살인적(殺人的) 진압』으로 정의했다.  

    5.
    이번 사태는 정해진 장소에서 평화적 집회를 한다고 해놓곤 『서울을 넘어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며 『정권의 심장부 청와대 진격』을 외치고 쇠파이프를 휘두른 주최 측이 촉발했다. 17일 서신은 이 모든 사실(事實)을 뒤집어 놓았다.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박근혜 정권을 뒤집어야 할 不義한 權力으로 전제해 버렸다. 민주사회에서 변혁의 수단은 폭력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란 사실을 무시한 것이다. 시위대는 선(善)이고 공권력은 악(惡)이라는 시대착오 발상이다. 조계사 안에서 집행부 역할을 할 것처럼 상정한 것 역시 법치(法治)를 뿌리째 흔드는 격이다.  

    6.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弱者의 가면과 義人의 복면을 뒤집어 쓴 韓씨의 보호에 나선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건은 「민영화(民營化)」이슈로 노사(勞使)와 여야의 의견이 갈렸던 2013년 철도파업도 질이 다르다. 공동체 질서와 안녕은 불법(不法)·범법(犯法)과 중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탓이다. 종교적 자비도 사법부 판단에 앞설 순 없는 것이요 사찰이 범죄자 은신처가 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