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공적(公敵)’된 ‘대쉬(ISIS)’, 위협·영향력은 더욱 커져
  • ▲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현지시간)에 걸쳐 일어난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는 전 세계적인 후폭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테러 당시 CNN 속보화면 캡쳐
    ▲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현지시간)에 걸쳐 일어난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는 전 세계적인 후폭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테러 당시 CNN 속보화면 캡쳐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현지시간)까지 일어난 ‘대쉬(ISIS)’의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는 세계에 어떤 영향를 끼치게 될까. 

    ‘대쉬(ISIS)’는 파리 연쇄 테러와 지난 10월 31일 러시아 ‘코갈림 아비아’ 여객기 테러, 중국인 인질 처형 등을 저질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모두가 힘을 합치도록 만들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이탈리아 파시스트, 일본 대본영 제국주의에 맞서 전 세계가 힘을 합쳤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과거의 ‘추축국’은 국가였던 반면 현재의 ‘대쉬(ISIS)’는 테러 조직이라는 점, 전 세계에 지지자들이 흩어져 있다는 점이 큰 차이다. 때문에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이 힘을 모았지만, 어디를, 누구를, 어떻게 공격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문제가 있지만, 테러조직 ‘대쉬(ISIS)’가 전 세계 역학 구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대쉬(ISIS)’의 테러 공격, EU 몰락 촉진하나


    ‘대쉬(ISIS)’의 파리 연쇄 테러는 일단 직접적으로 올랑드 대통령과 좌파 정권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프랑스 좌파 정권은 ‘관용(Tolerance)’ 정책에 따라 이라크-시리아 난민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지만 난민 속에 숨어든 테러조직에 의해 공격을 당한 것이다.

    프랑스와 함께 이라크-시리아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기독민주당 정권 또한 궁지에 몰렸다. 파리 연쇄 테러의 용의자들이 그리스로 들어온 뒤 마케도니아, 오스트리아를 거쳐 프랑스로 갔으며, 이들이 위조된 시리아 여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동유럽 회원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시리아 난민을 대규모로 수용한다던 메르켈 총리의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 드러난 것이다.

    프랑스, 독일과 함께 중동 지역 난민에 우호적이었던 국가들 또한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벨기에는 파리 연쇄 테러의 주범들이 모여 있던 나라로 밝혀졌고, 오스트리아는 테러 용의자들이 거쳐가는 ‘허브(Hub)’였다는 게 밝혀졌다.

    한동안 중동 난민 유입과 테러리즘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었던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또한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가 이라크-시리아 난민을 더 이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소식이 나오자 난민들이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무슬림 이민자들 때문에 범죄율이 10배나 뛰었던 스웨덴은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 ▲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찰과 '신속개입여단(BRI)' 소속 특수부대가 파리 연쇄테러의 아지트가 있는 생드니 지역의 아파트를 급습했다. 작전은 끝났지만 아직도 잡지 못한 용의자들이 있다. ⓒ美군사전문커뮤니티 '폭스트롯알파' 화면캡쳐
    ▲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찰과 '신속개입여단(BRI)' 소속 특수부대가 파리 연쇄테러의 아지트가 있는 생드니 지역의 아파트를 급습했다. 작전은 끝났지만 아직도 잡지 못한 용의자들이 있다. ⓒ美군사전문커뮤니티 '폭스트롯알파' 화면캡쳐


    프랑스, 독일의 ‘난민 할당제’에는 반대했지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라크-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던 영국 또한 긴장하고 있다. 영국 보수당 정권은 “지난 1년 동안 7건의 테러 기도를 적발, 예방했다”고 밝히면서, 이라크-시리아 난민의 입국심사 강화와 함께 대테러 관련법을 더욱 강력하게 정비하고, 향후 5년 동안 MI5 요원 등 대테러 요원 1,900여 명 증원, 대테러 특수부대인 SAS와 SBS, SRR, CO19 등의 특수장비 보강에 20억 파운드(한화 약 3조 5,270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보수당 정권이 이처럼 대테러 관련 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영국과 보조를 맞추던 네델란드, 벨기에 정부의 태도도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이라크-시리아 난민 유입과 파리 연쇄 테러 문제에 그나마 덜 관심을 갖는 나라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칼 등 남유럽 국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재정적자 문제로 EU에서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EU는 유로존 문제와 함께 중동에서 건너온 무슬림 난민 문제로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프랑스, 독일과 영국, 동유럽 회원국들 간의 의견 대립은 그동안 EU를 결속하고 지탱해 오던 ‘관용 정책’의 수정과 함께 ‘유로존’으로 대변되는 경제통합체로서의 EU가 아니라 안보동맹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형태의 연합으로 변신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슬림 난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져 프랑스,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에서 국내 정치적 분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분쟁의 확산을 막기 위해 주변 회원국들이 국경의 자유로운 교통을 막게 되면, 결국 EU의 해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2016 대선 앞둔 미국 “전쟁 없이 대쉬 격멸” 고민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국내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대립이 격화됐던 미국의 경우에는 ‘대쉬(ISIS)’의 테러가 국내 정치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세계 질서 유지가 미국의 국익과 직결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美민주당은 ‘대쉬(ISIS)’의 격멸을 위해 공습을 확대하고, 쿠루드 민병대와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대규모 지상군 파병을 통해 ‘대쉬(ISIS)’를 격멸하는 일은 “절.대.없.을.것”이라고 못 박았다.

  • ▲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오바마는 '대쉬(ISIS)' 소탕을 위해 지상군을 파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美공영방송 PBS 캡쳐
    ▲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오바마는 '대쉬(ISIS)' 소탕을 위해 지상군을 파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美공영방송 PBS 캡쳐


    반면 2016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의 당선을 막으려는 美공화당 진영은 “대쉬(ISIS) 격멸을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규모 지상군을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가 자신의 공약만 중요하게 생각, 별다른 후속대책도 없이 이라크에서 지상군을 철군시켜 ‘대쉬(ISIS)’ 세력이 커지게 된 것”이라는 주장도 함께 펼치고 있다.

    美공화당이 ‘대쉬(ISIS)’를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의 공격 소재로 활용하는 이유는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폭동과 ‘대쉬(ISIS)’의 세력 확장 사이에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리비아에서는 가다피 정권이 축출된 뒤 이슬람 무장 세력들이 활개치고 있었다. 무정부 상태가 되자 이슬람 무장세력들은 군이 보유하고 있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S)’ 수천 발을 군부 내 인사들과 함께 빼돌렸고, 미사일은 이라크와 시리아, 서아프리카 일대의 테러조직들로 흘러들었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리비아 대사관에 CIA가 고용한 특수부대 출신 민간군사기업 직원들을 돕도록 지시했고, 관련 비밀정보를 개인 이메일을 통해 주고 받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벵가지 폭동이 일어난 2012년 9월 11일에는 폭도들이 벵가지 총영사관을 습격했음에도 현장에 있던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駐리비아 대사와 CIA가 고용한 민간인 정보요원들의 구출을 포기했다. 결국 벵가지 폭동으로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폭도들에게 살해당했다. 이후로도 힐러리 클린턴은 “당시 국무부의 활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1년 사이에 벵가지 폭동의 전후 사정이 속속 드러나자 美공화당은 이를 힐러리 클린턴 공격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 ▲ 2012년 9월 11일(현지시간) 리비아 벵가지에서 폭도들에게 공격당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美대사가 사람들에 의해 후송되는 모습. 그는 결국 숨졌다. ⓒ테러조직 감시단체 '지하드 워치' 홈페이지 캡쳐
    ▲ 2012년 9월 11일(현지시간) 리비아 벵가지에서 폭도들에게 공격당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美대사가 사람들에 의해 후송되는 모습. 그는 결국 숨졌다. ⓒ테러조직 감시단체 '지하드 워치' 홈페이지 캡쳐


    美공화당이 ‘대쉬(ISIS)’ 문제를 거론하는 또 다른 이유는 오바마 정부의 이라크 철수작전 문제에 있다.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 현지 정부와 美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2기 공약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지상군 병력을 급히 철수시켰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자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AQI)에 불과했던 조직이 수니파 군 장교들을 포섭해 거대한 테러조직 ‘대쉬(ISIS)’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사실 적극적으로 내세우기도 애매한 것이다. 이라크 현지 사정에 정통한 정보 관계자들은 ‘대쉬(ISIS)’가 이라크에서 급속도로 세력을 키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2003년 이라크 침공 직후 부시 정부가 보낸 폴 브레너 군정 사령관이 수니파가 주축인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를 일시에 해체했던 일을 꼽기 때문이다.

    아무튼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경선에 다가올수록 ‘대쉬(ISIS)’ 문제에 대한 대응전략이 매우 큰 주제가 될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

    ‘대쉬(ISIS)’ 출현에 긴장하면서도 기회 엿보는 러시아, 중국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이집트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를 출발한 러시아 ‘코갈림 아비아’ 여객기가 공중폭발 했다. 보름이 흐른 뒤 러시아 정부는 ‘대쉬(ISIS)’에 의한 테러로 결론 짓고, 이들의 격멸을 선언했다.

    지난 19일 中공산당 또한 인질로 잡혀있던 중국인 ‘판징후이’가 살해됐음을 확인한 뒤 ‘대쉬(ISIS)’를 격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단 카스피해 함대에 “프랑스 항모 샤를 르 드골과 영국 구축함이 도착하면,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지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는 이어 카스피해에 있던 순양함과 인근 기지에서 출발한 Tu-160 블랙잭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 시리아의 ‘대쉬(ISIS)’ 본거지를 타격했다. 러시아는 곧 4,000여 명의 지상군도 시리아에 파병할 계획이라고 한다. 

    中공산당은 무장경찰의 대테러 부대를 해외에 파병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프랑스, 영국, 러시아를 도와 ‘대쉬(ISIS)’를 격멸하는 데 동참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 ▲ 러시아 '코갈림 아비아' 여객기의 잔해. 테러조직 '대쉬(IS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뉴스 화면캡쳐
    ▲ 러시아 '코갈림 아비아' 여객기의 잔해. 테러조직 '대쉬(IS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뉴스 화면캡쳐


    겉으로만 보면, 러시아와 中공산당 또한 프랑스, 영국, 미국과 함께 ‘대쉬(ISIS)’ 격멸을 목표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대쉬(ISIS)’로 인한 문제를 자국 내 정치상황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원자재 가격, 특히 원유 가격의 급락으로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진 러시아는 2018년 5월 대선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현행법으로도 그렇고 러시아 국민들의 정서 상 더 이상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번갈아가며 대통령을 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가장 자주 거론되는 사람은 ‘세르게이 쿠주게토비치 쇼이구’ 現국방장관이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처음 정권을 잡을 때부터 함께 해 온 측근이다. 1991년 러시아 중앙 구조단 단장을 맡은 뒤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자 국가비상사태 의장을 맡아 비상사태 및 재해복구의 전문가로 두각을 드러냈다. 1994년에는 러시아 연방 비상사태부 장관이 됐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옐친 정권, 푸틴 정권, 메드베데프 정권에서 연이어 비상사태부 장관을 맡아 활약을 보였으며, 2012년 11월 국방장관에 임명, 지금까지 임무를 맡고 있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많고 대중들에게 믿음을 얻는 각료로 꼽힌다. 이런 쇼이구 국방장관을 차기 대권후보로 앉히기 위해서는 거대한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분석들이 슬슬 나오고 있다.

  • ▲ 러시아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세르게이 쿠주게토비치 쇼이구 국방장관. 보통 세르게이 쇼이구라고 부른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러시아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세르게이 쿠주게토비치 쇼이구 국방장관. 보통 세르게이 쇼이구라고 부른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中공산당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 보인다. 지난 10월 말, 남중국해와 스프래틀리 군도를 두고 미국과 강력히 대립했던 中공산당은 美핵추진 항공모함이 접근하자 급히 태도를 바꾸고 베트남, 싱가포르 등을 돌며 수 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착한 이웃’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지난 일을 되짚어 보면 中공산당이 ‘진짜 착한 이웃’이 되었을 가능성은 낮다. 파리 연쇄 테러 이후 中공산당이 자국민 인질이 살해당한 점을 내세워 ‘강력한 보복’을 천명하는 모습은 마치 2001년 9.11 테러 직후 “테러에 반대하며, 우리도 대테러 전쟁에 동참할 것”이라고 선언했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中공산당은 ‘대테러 전쟁 동참’을 선언한 뒤 신장 위구르 지역의 분리독립주의자를 무차별 학살했고, 파룬궁 수련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이번에도 ‘대쉬(ISIS)’에 신장 위구르 출신의 무슬림 분리주의자 300여 명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국내의 분리주의자와 反공산당 세력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다른 노림수도 보인다. 中공산당은 사실 이라크나 시리아에 병력을 파병할 수단도, 현지에서 정보를 수집할 수단도 마땅치 않음에도 이라크와 시리아, 러시아, 이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대쉬 합동정보센터’에 동참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무장 세력들로 인해 ‘무주공산’처럼 변한 이라크와 시리아, 나아가서는 북아프리카(일명 마그렙 지역) 일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中공산당은 ‘대쉬(ISIS)’ 문제를 중동과 대테러 문제로만 국한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쉬(ISIS)’를 격멸하는 것이 금방 끝날 것도 아니고, 이 문제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면, 남중국해와 스프래틀리 군도에서의 영향력을 부지불식간에 키울 수도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했던 고민, 프랑스가 할 고민, 러·중은 하기 싫은 고민 ‘돈’


    이런 국제역학적인 문제를 생각하기 이전에 가장 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대테러 전쟁에 들어갈 예산이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부터 2014년까지 1조 6,000억 달러(한화 약 1,848조 원)를 쏟아 부었다. 비공식적인 통계로는 무려 4조 달러(한화 4,620조 원) 이상을 썼다는 보고도 나온다. 미국만 이렇게 돈을 쓴 게 아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EU 회원국들도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연 평균 20조 원 이상을 썼다. 

  • ▲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즉각 아프가니스탄으로 쳐들어갔다. 사진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되는 美육군 제10산악사단 장병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즉각 아프가니스탄으로 쳐들어갔다. 사진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되는 美육군 제10산악사단 장병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오바마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심각해진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서둘러 ‘테러와의 전쟁 종전’을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프랑스 차례가 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2015년 프랑스의 대테러 관련 예산은 약 314억 유로(한화 약 38조 7,800억 원). 파리 연쇄 테러 이후 올랑드 대통령은 여기다 향후 4년 동안 38억 유로(한화 약 4조 7,000억 원)의 예산을 더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사례를 되짚어 보면, 프랑스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쓰게 될 비용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무슬림 사회에 대한 감시 및 통제는 국내 사회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막기 위한 예산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라크-시리아 난민을 수십만 명 받아들인 독일 또한 프랑스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EU를 결속해주는 상징, 유로화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프랑스와 독일을 시작으로 EU 경제가 재정적자의 늪에 점점 더 빠져들수록 유로화 가치도 떨어지게 되고, 이는 세계 원자재 시장과 에너지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에너지 자원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에 빠진 러시아나 국내 경기악화로 ‘경착륙’ 조짐을 보이는 中공산당은 이런 ‘대테러 전쟁의 늪’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프랑스와 독일 등 EU를 지탱하는 강대국들이 ‘대테러 전쟁의 늪’에 빠져 유로화가 하락하면 러시와 중국에게는 좋은 일들이 생길 것으로 본다.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 러시아가 소비하는 유럽제 상품의 가격도 하락할 것이고, 내수 시장 및 소비자 경기에도 나름 도움이 될 것이다. 中공산당 입장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된 이후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 위안화의 기축통화 전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유럽 강대국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 중동 일대에서도 위안화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한편 ‘대쉬(ISIS)’ 논란에서 빗겨간 것처럼 보이는 일본은 이미 미국에게 “미국이 중동에서 ‘대쉬(ISIS)’를 때려 잡으러 간다면, 우리가 남중국해를 지키겠다”며 나서고 있다. 지금 당장에는 中공산당과 日자위대 간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낮은 만큼 ‘과시형 액션’을 통해 미국에게 더욱 믿음직한 동맹이 되겠다는 심산이다.

    국내 권력만 바라보는 한국, 또 ‘우물 안 개구리’?


    한편 한국 정부는 ‘대쉬(ISIS)’를 둘러싼 세계 강대국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정치권과 청와대는 ‘대쉬(ISIS)’ 문제가 불러일으킬 ‘후폭풍’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저 ‘한국에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은 있을까’ ‘혹시 대기업과 중국이 요구하는 다문화 정책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등만 고민한다.

  • ▲ 2001년 9.11테러 이후 세계 강대국들은 '대테러 작전'이 아닌 '반테러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20세기형 '대테러 작전'에만 매달려 있다. 사진은 한국 대테러부대의 시범장면. ⓒ뉴데일리 DB
    ▲ 2001년 9.11테러 이후 세계 강대국들은 '대테러 작전'이 아닌 '반테러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20세기형 '대테러 작전'에만 매달려 있다. 사진은 한국 대테러부대의 시범장면. ⓒ뉴데일리 DB


    대테러 작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정보원, 국방부, 경찰, 검찰 등은 ‘대테러법’이 없다는 이야기, 테러에 대한 경계태세가 완비되어 있다는 이야기만 할 뿐이다. 해외에서는 이제 보편화되어 있는 ‘레드팀(가상적군으로 위장해 아군을 공격, 파악하지 못했던 취약점을 찾아내는 부서)’이 활동하는 것도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대쉬(ISIS)’의 등장과 파리 연쇄 테러는 9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거대한 정치경제적 흐름의 결과다. 하지만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라는 계층은 모든 관심을 자신의 부귀영화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국가안보와 관련한 언론 보도, 학계 보고서, 정부 연구 등의 모든 시선이 서울과 과천, 세종시로만 쏠려 있다.

    그나마 번역본으로 나와 있는 해외 관련 연구결과도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편중돼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앞으로 몇 년 이상 계속된다면, ‘대쉬(ISIS)’로 인해 일어날 다양한 일과 그 후폭풍이 한반도로 닥쳐와도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