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참모들 간의 갈등이 문제라는 소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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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백수는 두 갈래 길에 서 있다. 하상도로로 갈 것인지, 아니면 무심 동로로 갈 것인지를 놓고 망설인다. 청주 시내를 관통하는 데는 하상도로만큼 빠른 길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무심천 하상도로에 대규모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월류수 처리를 위한 도수로 공사라는 안내판을 얼핏 보긴 했지만,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염된 빗물을 처리하는 도수로 공사라는 현수막을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운전을 하다가 본 것이라 자신이 없다. 참으로 난해한 말이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서 쓸 수는 없을까? 최백수는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인터넷을 검색한다. 기왕이면 정확히 알자는 뜻이다. 의문이 날 때마다 뭉개고 넘어가면 발전이 없다.

    귀찮더라도 그때마다 알고 지나가면 지식이 된다. 최백수는 곳간에 양식을 쌓는 기분으로 네이버를 찾는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잖아.”
    참 편리한 세상이다. 금방 답이 나온다. 월류수 공사는 먼지나 쓰레기 등으로 오염된 빗물을 도수관을 통해 모았다가 정수 처리해서 내 보내는 것이라고 되어있다. 그 시설을 하는데 무려 670억 원이나 들고, 12월 말이면 완공한다는 것이다.
    분뇨나 음식쓰레기 등을 정화한다는 말은 들었어도 빗물을 정화한다는 말은 처음이다. 뭔가  석연찮은 기분을 느끼며 시동을 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가시지 않는다.
    “제 돈 같으면 그렇게 쓰겠어?”
    최백수의 차는 무심천 하상도로로 들어선다. 청주 시내를 가장 빠르게 관통할 수 있는 길이라는 명성이 무색하다. 월류수 공사로 어지럽혀진 하상도로는 더 이상 논스톱으로 달릴 수 있는 도심 고속화도로가 아니다.

    “괜히 이쪽으로 왔나?”
    요즘 청주시정을 보는 것처럼 어지럽다. 마누라가 없는 집 같잖아. 정리 정돈된 게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최백수의 생각은 다시 이승훈 시장에게로 향한다. 선거를 하다가 보면 고소를 당할 수도 있고, 선관위나 검경에 불려다닐 수도 있다.
    전쟁터를 떠도는 장수가 상처를 입는 것처럼 다반사일 수 있다. 문제는 사건의 발단이다. 상대방이 고소를 했다든가 제3자가 모략을 해서 생긴 일이라면 불가피한 일이다. 설령 선거 기획사와 불법적인 정치자금 거래가 있었더라도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다.

    뒤늦게 터졌다는 게 이상하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내부 갈등이 원인이라는 점이다. 이승훈 시장의 리더십을 의심해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지역 언론은 이승훈 시장의 선거참모들 간의 경쟁이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도한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청주시는 이승훈 시장이 검찰에 불려다니는 와중에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체육회, 생활체육회, 장애인체육회, 직지세계화 재단, 자원봉사센터 등 무려 5개나 된다.
    이들 기관의 사무국장들은 이승훈 후보를 도와 당선시킨 공로로 기용된 소위 선피아들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선거 참모들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감사를 하는 것이란 소문이 파다한 것이다.
    한마디로 사건의 발단이 수치스럽다. 최백수의 차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 조금 달리려고 하면 장애물이 나타난다. 하상도로의 어지러운 풍경이 요즘 청주시정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새 시장이 취임했으면 새 바람이 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더구나 초대 통합시장이다. 당연히 희망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새 바람은 커녕 현상 유지도 못하고 있다. 올여름이 얼마나 무더웠나.
    서민들이 그 혹독한 무더위를 견디는 건 오직 하나 수돗물뿐이다. 그런데 그 물이 나오지 않았다. 하루 이틀도 아니다. 더 답답한 것은 관계자들이 그 원인을 찾지 못해서 허둥대고만 있었다는 사실이다.
    청주시 역사 이래 초유의 혼란이었다. 시민들은 그때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시장이 리더십이 없나? 시장을 잘못 뽑았나? 어쨌든 이승훈 시장은 살기위해 발버둥 칠 것이다. 무슨 일이든 다 하고 다닐  것이다.
    지연 학연 혈연을 총동원할 게 뻔하다.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메릴랜드 대학교 대학원에 유학해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받은 인재다. 국내 명문교와 외국 유학까지 다녀온 학맥이니 전국 각지에 선후배가 널려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검찰 법원 등 법조계에서 일하는 선후배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모조리 찾아다닐 것이다. 제발 살려달라고 매달릴 게 뻔하다. 최백수는 며칠 전 인터넷에서 이승훈이라는 이름을 검색해봤다.
    정장 차림의 관료적인 모습이 떴다.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니 수재인 건 말할 것도 없다. 인생의 최대위기를 맞았으니 그 탁월한 머리를 쥐어짤 게 뻔하다. 영향력 있는 인사들만 찾아다니며 애원할 것이다.
    경력을 보면 그 윤곽이 대충 보인다. 청와대에서도 가장 끗발이 좋다는 민정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그렇다면 법조계의 생리는 통달했을 것이다. 누구한테 부탁하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꿰고 있을 것이다.

    이뿐만도 아니다. 그 부인의 학‧경력도 만만치 않다. 외국근무 경력은 이승훈 시장을 능가한다. 미국인 사위는 유명한 수학자이고, 사돈은 세계적인 암 전문가다. 불치의 암만 고쳐준다면 무슨 부탁도 다 들어주지 않을까?
    사돈의 팔촌까지 총동원할 것이다. 실제로 지역 언론은 이승훈 시장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이 용두사미가 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기사를 보도한바 있다. 충북 출신으로 청주대학을 졸업하고 검사장까지 올랐던 권태호 변호사가 선입되었고, 서울의 대형로펌까지 가세했다고 하니 그런 보도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매주 월수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