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부상한 3남 정운씨가 지난 10일께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했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또 정운씨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으로 회담함에 따라 그가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됐음이 중국측에 직접 전달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김 위원장과 가까운 북한 소식통과 베이징(北京)의 북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정운씨는 지난 10일을 전후해 항공편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후진타오 주석 이외에도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 간부들과 잇달아 회담을 가졌다.
    정운씨가 이미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돼, 조선노동당의 요직인 조직지도부장이 됐다는 것도 회담에 동석한 측근들로부터 중국측에 전달됐다.
    후진타오 주석은 정운씨와의 회담에서 북한이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3차 핵실험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중지를 요구하고 평화적인 수단으로 유엔 안보리의 제재 등 현안을 해결할 것을 촉구했으며, 정운씨는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에 대비해 중국에 대해 에너지, 식량 긴급 지원 등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운씨는 베이징 방문을 마치고 광둥성 선전, 광저우도 방문해 하이테크 공장 등을 시찰했다. 이들 지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6년 1월 방중 시 찾았던 곳이다.
    광둥성은 중국이 30년 전에 시작한 개혁개방정책으로 가장 먼저 발전한 지역이다. 북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과 같은 경로를 찾음으로써 정통 후계자라는 점과 개혁개방정책을 평가하고 있음을 외부에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후계자로 내정됐던 이후인 1983년 6월에 중국을 방문, 당시 최고 실력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과 후야오방(胡耀邦) 총서기 등과 회담한 바 있다.
    왕자루이 부장이 올 1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은 그의 방중 요청을 수락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돼 온 건강문제 때문에 "체력적으로 장기간의 외유는 적합하지 않아"(북한 소식통)서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운씨의 특사 파견은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던 지난달 23일 이후인 5월 하순 노동당 간부가 중국을 방문해 타진해서 이뤄졌다.
    북한 소식통은 "정운씨가 김 위원장의 명의(특사)로 첫 외교 행보를 장식한 것으로, (후계문제와 관련한) 중국과 북한간의 약속을 지켜가면서 핵실험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중국측에 이해를 요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