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곳 동시테러, 최소 120명 사망, 80명 중상”…극장에서만 110여 명 이상 사망 추정
  • ▲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6차례의 연쇄테러가 발생했다. 외신들은
    ▲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6차례의 연쇄테러가 발생했다. 외신들은 "사망자가 최소 150여 명"이라고 전하고 있다. 사진은 테러로 인해 중상을 입은 사람을 후송하는 응급요원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13일 밤(현지시간)에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프랑스 정부가 파악한 데 따르면, 지난 13일 밤과 14일 새벽에 걸쳐 파리 10구에 있는 식당과 11구에 있는 바타클랑 극장, 파리 외곽에 있는 축구장 등 6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 최소 120여 명이 사망하고 중상자 80명을 포함 2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프랑스 경찰은 “테러 용의자가 최소 7명인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아직 붙잡지 못한 용의자가 더 있는지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테러 용의자 가운데 바타클랑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한 4명을 포함해 5명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테러 희생자가 가장 많은 곳은 바타클랑 극장이었다. 테러 당시 바타클랑 극장에서는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헤비메탈’의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만원이었다고 한다.

    4명 이상인 테러범은 공연이 한창이던 14일 오전 1시(현지시간) 전후, 극장 관객석 난간에서 사람들을 향해 AK-47 소총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한다. 테러범들은 30발 들이 탄창을 3~4번 갈아 끼우며 총기난사를 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테러 소식을 들은 프랑스 경찰 특공대가 극장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테러범 3명은 착용하고 있던 폭탄 벨트를 터뜨려 자폭했으며, 1명은 경찰 특공대에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 ▲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 현장 가운데 한 곳. 시신들이 흰 천으로 덮여있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 현장 가운데 한 곳. 시신들이 흰 천으로 덮여있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파리 10구역의 식당은 13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사람들이 몰려 있는 식당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폭탄이 터졌다고 한다. 이 테러로 11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비슷한 시간, 파리 외곽에 있는 축구장에서도 폭탄 테러가 발생, 5명 이상이 숨졌다. 당시 프랑스와 독일 국가대표 친선 축구경기를 보고 있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경호를 받으며 긴급 대피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이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전국에 계엄령을 공포하고, 국경을 봉쇄했다. 2005년 11월 무슬림 폭동 당시에는 일부 지역에 계엄령을 내렸었지만, 이번과 같이 프랑스 전역에 계엄령을 내린 것은 1945년 알제리 독립전쟁 이후 65년 만의 일이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파리 연쇄 테러로 최소한 15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신들이 전하는 속보에 따르면, 이미 파리에는 1,500여 명 이상의 군인들이 들어와 치안 질서 유지를 하고 있다고 한다. 테러를 당한 지역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테러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느라 곳곳의 병원도 정신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 ▲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 현장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 축구 국가대표들이 친선경기를 벌이던 경기장의 모습. 폭탄테러 발생 직후 관객들이 대피하고 있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 현장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 축구 국가대표들이 친선경기를 벌이던 경기장의 모습. 폭탄테러 발생 직후 관객들이 대피하고 있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SNS 상에 우후죽순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테러조직 ISIS를 추종하는 세력들로 보인다. 외신들 또한 테러조직 ISIS의 추종 세력이 이번 파리 연쇄 테러를 저질렀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신들의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데는, 이번 파리 연쇄 테러를 ISIS의 소행으로 추정하는 데는 테러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도 한 몫하고 있다. 외신들과 인터뷰한 피해자들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테러범이 “알라 아크바르”를 외치며 “시리아를 위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다른 목격자는 프랑스 정부가 시리아에서 벌이는 ISIS 공습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ISIS는 왜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를 자행한 것일까. 외신들은 가장 큰 이유로 프랑스 정부가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의 ISIS에 대한 공습뿐만 아니라 서아프리카 말리 등에서도 현지 정부를 도와 ISIS를 소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프랑스 정부는 다른 EU국가들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ISIS 공습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공군은 물론 최신예 핵추진 항모인 샤를 르 드골호가 직접 중동으로 가서 공습을 실시 중이다.

    또한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서아프리카의 말리, 기니 등에 특수부대를 보내 현지 정부군을 도와 ISIS 추종 세력인 ‘안사르 알 딘’을 소탕하고 있다. ‘안사르 알 딘’는 자신들의 SNS 계정에서 “한국 서울의 코엑스에 있는 슈퍼마켓에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협박을 한 단체다.

  • ▲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연쇄 테러가 일어난 이유는 뭘까. 사진은 2005년 11월 프랑스 전역을 휩쓸었던 무슬림 폭동 현장.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연쇄 테러가 일어난 이유는 뭘까. 사진은 2005년 11월 프랑스 전역을 휩쓸었던 무슬림 폭동 현장.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하지만 다른 시각의 이야기도 나온다. ISIS가 프랑스 파리에서 연쇄 테러를 벌인 것은 프랑스가 EU 국가 가운데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고, 파리가 EU에서 근본주의 이슬람 세력의 영향력이 가장 강력한 도시라는 점을 노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005년 11월 프랑스 이슬람 폭동 당시 처음에는 소도시에서 시작했던 폭동은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된 뒤 곧 주변국으로까지 번졌다.

    테러조직 ISIS는 이런 과거 사례를 참고해, 파리 연쇄 테러로 프랑스 전역에 ‘계엄령’이 선포되면, 자연스럽게 무슬림에 대한 반감과 통제가 이뤄질 것이고, 프랑스 군이 ‘무고한 무슬림’을 사살하는 ‘사고’가 생기면, 이를 기회로 ‘무슬림 민중봉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프랑스에서 ‘무슬림 민중봉기’가 일어나면, 이는 필연적으로 주변의 EU 국가로도 퍼지게 되는데 이 무슬림 폭동이EU 전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계산했다는 분석이다.

    세계는 이번 파리 연쇄 테러의 원인과 목적, 향후 대응책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프랑스 정부와 국민은 시쳇말로 ‘눈이 뒤집힌 상태’다. 계엄령 선포가 그 증거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테러조직에 대해 보복할 뜻을 내비쳤고, 미국, 러시아, 독일 등은 “프랑스가 대테러 전쟁을 시작하면 연대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어떤 분석이 사실이든 간에 이번 파리 연쇄 테러는 EU와 해당 지역 내에 숨어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간의 ‘내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