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삼남인 김정운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북한이 직면한 대내외적 문제와 김정운의 역량을 고려할 때 3대 세습으로 이어지는 후계 구축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아시아태평양문제연구소의 대니얼 스나이더(Daniel Sneider) 부소장은 "북한 지도부의 실패한 경제 정책과 만연한 부정부패,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 때문에 주민들의 충성심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출연하는 연구기관인 해군분석센터(CNA)연구소의 켄 고스 해외지도자 연구이사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사망 후를 대비해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포함한 최측근을 중심으로 후계자에 대한 지지세력을 구축하고 나섰지난, 김 위원장의 사후에도 이들이 후계자를 지지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제관계센터(IRC)의 존 페퍼 국제담당국장은 "전통을 중시하는 북한 사회에서 경험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20대의 김정운이 그것도 위로 두 형을 제치고 지도자가 되는 일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김 위원장이 혁명을 이끌었던 김 주석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정통성을 인정 받았지만, 김 주석의 후광이 손자인 김정운 대에 이르면 약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부소장은 "북한이 최근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 강경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이유가 이 같은 김정운의 약점을 보완하고 3대 세습을 순탄하게 완성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후계자의 능력을 보여주고 내부결속을 유도하는 데 군사적 도발이 효과적이라는 것.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의 후계자로 김정운이 유력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기 전까지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나이더 부소장은 "북한이 비밀스런 국가지만 후계자 문제만큼은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면서 지금까지 북한의 언론이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언급이 없고 이를 증명할 객관적 자료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스 연구이사는 "북한이 마지막까지 진짜 후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잘못된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