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대상이 저항할 경우 처단 가능…흔적 남기지 마라” 강조하기도
  • ▲ 17명의 일본인 납북자 사진. 북한은 지난 60년 동안 수천여 명의 외국인을 강제납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화면 캡쳐.
    ▲ 17명의 일본인 납북자 사진. 북한은 지난 60년 동안 수천여 명의 외국인을 강제납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화면 캡쳐.


    “납치 대상을 고른 뒤에는 먼저 주소, 자주 드나드는 장소, 일상적인 통행 루트, 이용하는 교통수단,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지난 11일 日도쿄 신문이 보도한 북한 간첩들의 ‘납치 매뉴얼’ 가운데 일부다.

    日도쿄 신문은 이날 북한의 간첩 양성소인 ‘김정일 정치군사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김정일 주의 대외정보학’이라는 책의 상권을 입수해 공개했다. 356쪽 분량의 이 교재는 ‘대외비’로 분류돼 있으며 해외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북한은 이 ‘납치 매뉴얼’에서 납치를 “정보 수입 및 적 와해 등 여러 공작에 적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납치 대상이 저항할 경우 처단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이때는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처단’에 사용하는 무기로 권총, 독침 등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이는 지금까지 북한이 조직적으로 납치한 사람 가운데 살해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어서 큰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보인다.

    日도쿄 신문은 北노동당 관계자를 인용, “이 교재는 1997년 이후 작성돼 김정일이 사망한 2011년까지 해외에서 활동하는 간첩들의 교재로 쓰였다”고 보도했다.

    日도쿄 신문은 “이 교재에서 북한에서 사용하는 ‘랍치’ 대신 한국식으로 ‘납치’로 돼 있는 것으로 볼 때 간첩의 주요 활동지역인 한국 실정에 맞춰 훈련을 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日도쿄 신문이 공개한 김정일 정치군사대학의 교재가 사실일 경우 북한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46년에 설립된 김일성 정치군사대학은 김현희 등을 배출한 북한의 간첩 양성기관이고, 이곳에서 납치를 체계적으로 교육했다는 점은 북한 정권이 외국인을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납치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외국인에 대한 조직적인 납치는 없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002년 9월 당시 고이즈미 日총리가 북한 평양을 찾아 김정일을 만났을 때도 김정일은 “1980년대 초까지 특수기관 일부가 멋대로 저지른 일”이라면서 면피하려 시도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교재가 사실이라면, 북한의 모든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