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13일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에 관한 북한의 강경대응 입장에 대해 유엔 제재를 명분 삼아 핵보유국의 지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며 특히 '우라늄 농축' 기술을 보유했다고 밝힌 점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제사회와 북한 사이에 양보 없는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각국의 대북특사 파견, 남북 접촉 확대, 신중한 유엔 결의 이행 등 다양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 = 플루토늄 무기화, 우라늄 농축 작업 착수는 북한이 외부와 직접적 충돌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다. 플루토늄에 기반한 핵프로그램 추진, 즉 기존의 폐연로봉 재처리와 핵물질을 무기화한다는 것은 기술적, 질적 측면에서 새로운 위협요소는 아니다.

    문제는 우라늄 농축이 시험 단계에 들어섰다는 부분이다. 이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갖고 있음을 공언한 것이다. 단순히 원심분리기를 제작하는 수준이 아니라 비록 실험실 규모의 농축시설일지라도 원심분리기를 가동해서 농축할 능력이 있음을 선언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 기술을 확보했음을 선언한 의미일 수도 있다. 한번 확보한 기술은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우려스럽다.

    북한이 실험실 규모의 농축시설을 통해서 우라늄 농축기술을 이미 실현했고, 그 수준이 무기급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단, 시험 단계라는 언급을 봤을 때 이란과 같은 대규모의 우라늄 농축공장을 건설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무기를 만들 정도의 고농축 우라늄을 대규모로 생산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미국과 국제사회가 대응할 시간이 있다. 그에 따른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봉쇄를 시도하는 경우 군사 대응하겠다는 언급은 조건이 있지만 한반도 주변에서 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향후 유엔 안보리 결의와 특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운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은 예상했던 대로 유엔 결의안을 되받아쳤다. 핵심은 우라늄 농축이다. 이 얘기를 공식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가장 우려했던 것 중 하나가 이 문제다. 플루토늄 문제는 영변 핵시설 불능화로 가능하지만, 우라늄 농축은 워낙 소형화돼 있고 은밀한 데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은 또 하나의 엄청난 부담을 갖게 됐다.

    북한이 행동하면 국제사회가 저지하고 다시 북한이 행동하는 식의 구도에 따라 양보 없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당분간 이런 '강 대 강', '행동 대 행동'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또 봉쇄를 시도할 경우 군사적 대응을 천명했는데, 어느 정도가 봉쇄인지 그 범위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향후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실무적 차원의 접근법으로는 상황 해결이 어렵다. 최고 지도자의 결단에 의해 대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대북특사 파견이 필요하다. 반전을 모색할 때다. 파국으로 가지 않으려면 북한을 둘러싼 주요 국가인 한국과 미국, 중국이 최고 지도자 차원의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하며 그 방법은 특사 외교다.

    미국은 중량감 있는 대북특사 파견이 필요하다. 우리는 유엔 결의 이행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필요가 없다. 정부가 비공식 대북 접촉을 늘려야 한다. 북한에 대해 중국이 가진 지렛대를 활용해야 한다. 중국의 대북특사가 조기에 파견돼야 한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은 핵을 강화하겠다고 계속 말해왔기 때문에 유엔 결의에 대해 다시 즉각적이고 충격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북한으로선 쓸 수 있는 카드를 사실 다 쓰면서 극도의 불만을 표출한 셈이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지금 거의 완벽하게 검색이나 무기 금수, 경제 제재 등으로 완전히 포위망을 만들어 놓은 상황이어서 북한이 반발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국제사회가 조속하게 제재 행동에 나설 명분만 준 것이며 결의안 채택의 정당성을 더 부여한 것이다.

    아마 국제사회가 경제 제재부터 시작해서 신속하게 대북 압박 조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나 일본 등 개별 국가들도 조치를 준비할 것이다. 북한으로선 득보다 실이 많은 조치다.

    지금 북한은 협상과 강경책을 배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이제 거의 쓰지 못할 정도로 방향 감각을 잃은 것 같다. 내부적인 견제장치가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한은 유엔 결의가 국제사회의 부당한 압박이라고 생각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이제 핵보유를 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유엔 결의안에서 찾고 있다. 우리 정부나 미국으로선 빠른 속도로 북한과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핵을 보유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 그럼 유엔 제재로 북한이 궁지에 몰려서 조만간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우리의 계산이 틀리게 된다.

    북한은 도발을 하다가 권력 승계가 윤곽이 잡히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다. 중요한 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다. 제재 일변도의 정책은 또다른 북한의 도발을 유도한다. 북한이 변하도록 외교.경제 협력을 통해 관리하는 게 현명하다.

    북미 간 협상이 이뤄져야 북핵 문제는 조금이라도 진전될 것이다. 일정 기간의 조정기를 거쳐 가을이 되기 전에 북미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그에 대비해 정부는 남북 대화를 할 수 있는 구도를 준비해 놓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