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거리 로켓 발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제2차 핵실험→안보리 대북 제재결의→?'

    북한이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 도전하고 안보리가 북한을 제재하는 악순환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안보리가 13일 북한의 제2차 핵실험에 대응해 금융제재와 무기금수, 선박검색을 골자로 한 포괄적인 대북 제재결의를 함으로써 북한도 한층 수위높은 이른바 "자위적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예의 "강경에는 초강경 대응"이라는 원칙에 따라 지난 4월2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이 밝힌 "자위적 조치"들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 우라늄 농축 기술 개발 등과 관련된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국의 폭스뉴스와 CNN이 12일 안보리 제재결의시 북한이 핵실험,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한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 우라늄농축프로그램관련 긴장 고조, 대륙간탄도미사일 추가 발사 등 4가지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정보가 미국 정부에 입수됐다고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전직 고위관리는 "북한은 핵실험을 하면서 스스로 발목을 잡고 배수진을 친 것 같다"며 안보리의 제재결의와 상관없이 "당분간 자신들이 세운 계획에 따라 강경조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9일 지금의 북미대결을 '의지전'으로 규정하고 "국제정세가 복잡해지고 시련이 겹쌓인다고 하여 의지전에서 뒷걸음치지 말아야 한다"며 "후퇴는 곧 패배이며 죽음"이라고 불퇴전의 입장을 강조했고,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12일 안보리가 "부당한 결의와 결정들을 철회하고 사죄하지 않는 한 조선반도의 근본문제는 절대로 풀릴 수 없다"고 지속적인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특히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북한의 핵실험이나 우라늄 농축활동의 공개 추진은 시간문제일 뿐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을 세운 것은 몸무게를 늘린 뒤 체급을 올려 시합에 나가려는 유도선수로 비유할 수 있다"며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체급을 인정받을 때까지 강경행보에 올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안보리 결의에 북한은 ICBM이나 핵실험으로 맞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당분간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의 제재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북한이 이번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채택 과정에서 남한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에 대한 불만을 국지적 군사도발로 나타낼 가능성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도발 외에도 북한을 출발하는 선박에 경무장을 시킨 뒤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정선 요구에 불응하고 군사적 충돌도 불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번 안보리 결의의 핵심항목 중 하나인 대북 금융제재의 경우 북한이 BDA제재라는 학습효과에 따라 나름대로 대응책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여 얼마나 대북 압박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그러나 한 대북 전문가는 "무기 거래 등에서 북한이 압박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큰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융제재도 유엔의 제재 대상이 몇개 기업에 국한돼 북한으로서는 그다지 압박감을 크게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는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금융 거래를 금지하도록 회원국에 요청했지만, 이 조건에 대한 해석과 '요청'의 구속력 등에서 특히 북한의 우방인 중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안보리 취지에 부응하느냐가 대북 압박효과의 크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 북한간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현재 드러난 유일한 계기는 북한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된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한 미국 정부의 특사파견이 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앨 고어 전 부통령 등이 특사로 파견되더라도 북한과 논의는 여기자 석방이라는 인도적 문제에 국한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단 특사가 북한을 방문하면 핵문제 등에 대한 북미대화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한 전직 고위관료는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방북 때처럼 미국측 특사의 방북이 현재의 국면을 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나 유엔에서 제재 강화를 골자로 하는 결의가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북한이 조건없이 특사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