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코갈림 아비아 항공' 소속 A-321기 시나이 반도 추락…기계적 결함 vs 테러조직 공격
  • 자신들을 공격하는 정부군 항공기를 향해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쏘는 ISIS 조직원. ⓒ테러조직 ISIS 선전영상.
    ▲ 자신들을 공격하는 정부군 항공기를 향해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쏘는 ISIS 조직원. ⓒ테러조직 ISIS 선전영상.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추락한 러시아 ‘코갈림 아비아 항공’ 소속 여객기를 ‘격추’시켰다는 세력이 나타났다. 바로 테러조직 ISIS다.

    ISIS의 시나이 반도 지부는 이날 오후, 조직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에 “러시아 여객기의 ‘십자군’을 모두 죽였다”면서 “오늘 러시아 여객기 격추는 러시아가 무슬림, 이슬람 국가(ISIS)에 보인 적개심, 특히 시리아 알레포에서 저지른 학살의 대가를 치르는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ISIS는 트위터에다 하늘을 날던 비행기가 갑자기 폭발한 뒤 검은 연기를 내며 추락하는 영상을 함께 게시했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비행기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러시아 여객기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ISIS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일축했다.

    막심 소콜로프 러시아 교통부 장관은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SIS가 러시아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그런 주장을 언론들이 믿어서는 안 된다”면서 ISIS에는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여객기를 격추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테러조직 ISIS와 러시아 정부 간의 입씨름은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활동 중인 ISIS 연계세력이 MANPADS(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지와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의 당시 고도가 얼마였는지를 확인하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무하마드 가다피가 축출당한 직후인 2011년 10월, 주요 외신들은 “리비아가 舊소련에서 수입해 보유하고 있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2만여 기 가운데 최소 5,000여 기, 최대 7,000여 기가 사라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당시 분실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의 상당수는 소련 코드명 9K32 스텔라, 나토 코드명 SA-7 그레일이었다.

    9K32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은 1968년 실전 배치돼 지금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무기다. 길이 1.44m, 폭 7.2cm, 미사일 본체 무게 9.8kg, 발사기 포함 무게 15kg의 소형으로, 초기형은 최대 3.7km, 후기형은 최대 4.2km 고도의 비행기를 공격할 수 있다.

  • 다양한 종류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S)을 들고 포즈를 취한 ISIS 조직원들. ⓒ테러조직 ISIS 선전영상.
    ▲ 다양한 종류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S)을 들고 포즈를 취한 ISIS 조직원들. ⓒ테러조직 ISIS 선전영상.


    리비아에서 사라진 9K32 등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은 이후 서아프리카 말리, 나이지리아 일대에서 활동하는 ‘알 카에다 이슬람 마그렙 지부(AQIM)’의 손에 들어간 뒤 소말리아의 알 샤바브, 현재의 ISIS 등의 테러조직 손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美대선 민주당 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은 2011년 9월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CIA(중앙정보국)과 공조해, 사라진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비밀요원들을 리비아 현지로 보냈다. 2011년 9월 11일 크리스토퍼 스티븐슨 당시 리비아 주재 대사와 함께 숨진 미국인 가운데 2명이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추적하던 ‘비밀 요원’이었다.

    현재 美공화당이 중심이 돼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을 압박하는 것도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했더라면 비밀공작이 성공하는 것은 물론 아까운 인명도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미국 사회의 비판 여론을 등에 업은 것이다.

    美국무부와 CIA의 ‘비밀공작’ 실패로 현재는 알 카에다 조직뿐만 아니라 테러조직 ISIS 또한 대량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ISIS는 시리아 정부군이 中공산당으로부터 구입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FN-6을 들고 있는 모습을 촬영해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제 FN-6는 러시아제 9k32와 비슷하지만 무게는 16kg으로 조금 더 무겁고, 최대 사정거리는 6km로 훨씬 길다.

    일부 외신들은 "테러조직 ISIS가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를 점령하면서 러시아제 SA-16 이글라와 SA-24 이글라-S, 미국제 FIM-92 스팅어 미사일까지 보유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테러조직 ISIS와 알 카에다 연계 조직들은 시리아 정부군과 이라크 보안군의 헬기, 소형 전투기 등을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하는 영상들을 찍어 유튜브 등에 올리고 있다.

  • 지난 10월 31일 오전(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 반도 북동부에 추락한 러시아 '코갈림 아비아 항공' 소속 A-321 여객기의 잔해. ⓒ러시아 스푸트니크 뉴스 화면캡쳐
    ▲ 지난 10월 31일 오전(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 반도 북동부에 추락한 러시아 '코갈림 아비아 항공' 소속 A-321 여객기의 잔해. ⓒ러시아 스푸트니크 뉴스 화면캡쳐


    한편 이번에 추락한 러시아 ‘코갈림 아비아 항공’의 에어버스 A-321 여객기는 10월 31일 오전 5시 51분(현지시간) 이집트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를 이륙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시나이 반도 중북부 상공을 비행 중이었다.

    에어버스 A-321 여객기에 타고 있던 러시아인 221명, 우크라이나인 3명 등 탑승자 전원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객기 추락 현장을 확인한 이집트 당국은 “여객기 조종사가 추락 전 ‘가까운 공항으로 비상착륙하겠다’고 밝혔다”면서 테러조직 ISIS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공격 보다는 기계 결함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