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북 간 무력충돌의 기운이 감돈다. 국방일보(2009.6.5)에 의하면 북한경비정 1척이 2009년 6월4일 14시47분쯤 연평도 서방에서 NLL을 1.6km 침범했다. 약51분간 머물다가 우리 軍의 경고통신을 받고 돌아갔다. 우리는 남북함정 간 통신망으로 두 차례 경고송신(“우리 관할해역에 접근 중”, “즉각 북상하라”)을 하였으나 북측은 응신하지 않았다. 이날 北경비정은 조업 중인 3척의 중국어선에 대한 단속을 벌이던 중 침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의 정당한 통신(2004년 6월, 남북합의사항)에 응답치 않으면서 우리 영토를 장시간 유린(蹂躪)했다. 중국어선 식별이 목적이었다면 그들은 통신에 응답했을 것이다. 도발을 위한 기만기동으로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 북한은 과거에도 중국어선을 이용했다. 北경비정(등산곶684, 我357정을 침몰시킨 주적함)은 2004년 7월14일 중국어선으로 위장통신하면서 NLL을 침범했다가 경고사격을 받고 도주했다. 그간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북한함선(함정·어선 등)이 연간 17회 정도 NLL을 불법으로 침범하고 있다. 2009년에 들어와서 이번이 네 번째다.

    이번 사건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경고사격(警告射擊) 미 실시에 대한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北경비정에게 경고사격을 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것은 우리해군에게 준 1·2차 연평해전(1999년·2002년)의 뼈아픈 교훈이기도 하다. 두 차례 모두 敵함정에게 기습공격(奇襲攻擊)을 당했다. 북한은 근거리에서 차단기동하는 우리함정을 먼저 공격했다. 그것도 NLL남방의 우리해역에서다. 敵에게 기습을 당하는 것은 군인의 수치다. 1·2차 연평해전의 경우는 우리해군이 정부의 잘못된 방침(지시)을 준수하다가 그렇게 당한 것이다.

    다시는 현장지휘관의 손발을 묶는 지시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장지휘관이 교전규칙(交戰規則)에 따라 자위권(自衛權)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현장지휘관은 정치적 고려 없이 전장상황에 따라 군인으로서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혹자는 지금과 같이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경고사격은 위험하다. 자칫 전투로 이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들 한다. 그러나 경고사격은 말 그대로 상대방에게 경고를 주는 것이다. 격파사격(擊破射擊)과는 성격이 다르다. 예를 들면 육군의 경우,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월경하면 바로 경고사격을 한다. 현장지휘관이 작전예규에 따라 한다. 바다의 경우도 같은 이치다.

    NLL은 남북이 합의한(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등) 해상 군사경계선이다. 그래서 이남 해역은 분명한 한국의 해양영토다. 敵함정이 우리 해역을 유린하는데도 경고사격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미 해양영토를 포기한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敵함정이 NLL을 침범하는 즉시 경고사격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대한민국의 국군인 것이다.

    그리고 경고사격은 표적의 근처(500미터, 1000미터)에 착탄(着彈)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표적 주위에 다른 선박이 있을 경우에는 공중높이 발사하면 된다. 소구경포(40미리·20미리)로 무장한 함정은 원거리에서 공중발사(공중폭파)로 경고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경고사격은 상대에게 해(害)를 주지 않는다.

    만약 앞으로 경고사격을 계속하여 주저(躊躇)한다면 敵에게 또다시 치욕적인 기습을 허용하게 될 것이다. 과거와 같이 함정과 국군장병을 잃고 더 큰 전투로 확대될 수도 있다. 북한함정은 소형(150~250톤)이면서도 대구경포(85미리, 57미리)로 무장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함정이 근거리(5~10Km 이내)에 접근하게 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위험하다.

    북한은 서해NL근해의 무력도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금년 1월부터 대남전면대결, NLL무효화, 남북불가침 약속 폐기, 서해5도 법적지위 부정 등을 이미 선언해 놓고 있다. 우리는 북한에게 도발의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

    우리해군이 내일부터 바로 원거리에서 경고사격을 시작한다면 3차 연평해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전투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최선이다. 우리 합참은 해군함정의 경고사격을 적극 독려(督勵)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NLL현장에서 “전우가 사수한 NLL, 우리가 지킨다.”로 무장한 우리 해군장병들의 큰 무운(武運)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