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황장엽-장성택 北민주화 혁명 막았나? 박지원 "사실 아니다" 강력 부인
  • 2000년 6월 북한 김정일을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뉴데일리
    ▲ 2000년 6월 북한 김정일을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뉴데일리

       
    김대중 정부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북한 민주화 혁명' 도모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두고 정치권의 진실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대중 평화센터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의혹을 제기했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태"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 규명을 해보자"고 맞받았다.

    박지원 의원은 22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2002년 황장엽 전 비서가 북한 장성택에게 쪽지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정부가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그때 내가 장성택을 만나고 있었는데 무슨 얘기인가"라고 되물으며, "사실이 아니다. 그런 일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하태경 의원은 전날 "황장엽 전 비서가 2002년 10월 경제 사찰단으로 방한한 북한 장성택 부부장에게 권력장악을 '결단하라'는 쪽지를 전달하려 했지만 김대중 정부와 국가정보원이 제지했고, 이 때문에 황 전 비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일의 적'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지난 2001년부터 매주 한 차례씩 황장엽 전 비서와 북한문제, 철학문제 등에 대해서 토론을 하면서 각종 이야기를 여러 차례 나눈 바 있다. 김덕홍 씨 외에 황 전 비서와 김대중 정부의 대우 등에 대한 비화를 알고 있는 증인인 셈이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20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도 "황 전 비서는 일본은 물론 중국에 상당한 인맥을 두고 있었는데, 북한의 장성택과 연락을 하며 북한 민주화를 도모하려고 했지만 당시 김대중 정부가 방해했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황 전 비서가 미국으로부터 강연 초청을 받았는데 김대중 정부가 반대해서 참석을 못한 건 사실"이라며 "각종 대외활동 금지 등을 통해 황 전 비서를 탄압했다. 국정조사를 통해 이제라도 진실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황 전 비서와 함께 망명한 북한노동당 간부출신인 김덕홍 씨도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행 금지 등의 사례를 들며 "황장엽 전 비서는 김대중 정부에게 탄압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 북한 김정일과 박지원 의원이 평양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뉴데일리DB
    ▲ 북한 김정일과 박지원 의원이 평양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뉴데일리DB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김덕홍 씨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며 "당시 황장엽 선생과 김덕홍 씨를 국정원이 보호하고 있었는데 그때 이한영(김정일의 처조카) 암살 사건으로 경찰 2개 중대가 지키고 있었다. 황 선생이 방미하려고 했는데, 신변보호 때문에 미국에서 초청을 안 받아줬다. 그래서 못가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황 전 비서의 방미행을 정부가 막은 게 아니라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막을 이유가 있겠는가. 막았다가 어떤 일이 생기려고.."라며 거듭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지난 1997년 황장엽 전 비서가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망명했을 당시 김영삼 정부는 황 전 비서에게 장관급 예우를 했지만, 이후 북한에 우호적인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신병 보호를 이유로 대외활동 금지 등의 정책을 펴며 황 전 비서를 사사건건 고립시켰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박 의원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김대중 평화센터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하태경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당시 장성택 부부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 실세였다. 그런데도 황장엽 전 비서가 '권력을 바꾸라'는 쪽지를 전달하려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당시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 전 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전혀 그런 사실이 없고, 허무맹랑한 이야기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를 즉각 중단하고, 관계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오른쪽).ⓒ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오른쪽).ⓒ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하태경 의원은 "황장엽 선생이 쪽지를 전달하려고 시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를 알고 있는 분이 한 두명이 아니다. 특히 그 쪽지 전달을 부탁받은 사람이 누군지도 알고 있다"며 "황장엽 선생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응수했다.

    하 의원은 통화에서 "명백한 진실 앞에 허위사실을 얘기하는 것은 김대중평화센터 측"이라며 "그렇게 떳떳하면 사실 확인을 위해서 '황장엽 선생 탄압'에 대한 국정조사를 열어보자. 김대중 센터와 박지원 의원이 국정조사에 동의만 해주면 더 이상 설왕설래 할 일 없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아울러 "쪽지 전달 내용 뿐만 아니라 황 선생이 생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언급한 적이 많다"며 "황장엽 선생은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이 있을 당시에도 박근혜 후보를 높이 평가하며 강하게 지지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황 선생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부모가 저렇게 돌아가는 불행을 맞이한다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자기 혼자도 가누지 못하고 힘들어 할텐데 박근혜 의원은 참 의지가 강한 사람이다. 반드시 대통령이 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며 "저도 여러차례 직접 들었고, 측근들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