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시민 반응, "국회로 돌아가 일이나 해라"
  • 새정치민주연합이 '역사왜곡 교과서에 반대한다'며 13일 서울 여의도역 근처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이에 격분한 어버이연합 소속 시민이 목소리를 높이며 크게 꾸짖고 있으나 문재인 대표는 이에 아랑곳 않고 빙긋 웃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역사왜곡 교과서에 반대한다'며 13일 서울 여의도역 근처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이에 격분한 어버이연합 소속 시민이 목소리를 높이며 크게 꾸짖고 있으나 문재인 대표는 이에 아랑곳 않고 빙긋 웃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황우여 교육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새정치연합이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겠다"면서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였다.

    야심차게 기획한 '장외투쟁'이었지만, 어버이연합 등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뜻을 이루진 못했다. 오히려 좌편향된 역사교과서를 옹호한다는 된서리 비판만 듣고 서둘러 접어야 했다.

    새정치연합은 13일 낮 12시 30분, 여의도 역 5번출구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신촌 대학로에서 대국민 서명운동을 열 계획이었다. 검정제 교과서에 대한 반감이 적은 청년층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 당초 새정치연합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하려고 했던 신촌역 부근. 시민단체와 충돌을 우려해 경찰들이 배치 돼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당초 새정치연합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하려고 했던 신촌역 부근. 시민단체와 충돌을 우려해 경찰들이 배치 돼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러나 갑작스럽게 장소가 신촌에서 여의도로 바뀌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어버이연합 등과 충돌할까봐 불가피하게 장소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서명 운동 초기에는 시민보다 당직자와 취재진의 숫자가 월등히 많아보였다. 새정치연합 당직자나 김광진, 유은혜 의원 등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민들을 붙잡고 서명을 유도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서명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서명운동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나타났다. 어버이연합 일부 회원들은 서명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교과서가 아직 만들어진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반발했다.

    검정 역사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는 새정치연합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뒤늦게 도착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정부가 절반이 넘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강행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와 민생이 너무 어려운데 박근혜 정부는 이를 내팽겨치고 이념전쟁에 나서고 있다"며 여당을 거듭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어 "국정 역사교과서는 일제 식민지 지배가 우리나라를 근대화 시켰다는 친일교과서"라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혼자 출마해서 99.9% 찬성으로 대통령 당선된 것을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찬양하는 독재 교과서다"고 강변했다.

    문재인 대표가 발언을 이어가자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한 시민은 "문재인 대표는 (여기에서 놀지말고) 국회로 돌아가 일이나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자신들의 주장을 계속했다. 새정치연합 도종환 의원은 "북한 교과서 같은 교과서가 지금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에서 배우는 교과서라면 그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며 "이 교과서가 통과되도록 만든 책임을 정부에 있다"고 했다.

    도 의원은 "여러분 속지 말아달라. 교육부가 잘못된 자료를 여당 정치인에게 제공해 국민들을 이간질 하고 있다"며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옹호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시민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듯 "저희들이 어버이연합 여러분들을 모신 것 같다"며 "서명을 하고 싶어도 서명을 못하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적은 것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탓으로 돌린 셈이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이 장외투쟁으로 나선 배경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우선 역사 교과서 문제가 기본적으로 행정부 소관이라는 점을 꼽는다. 행정부의 고시사항에 대해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거리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여론전으로 해결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리로 나선 것이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또 문재인 대표의 세 결집을 노리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여론이 자당의 편이라는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호한 자세로 여론전을 벌일 경우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 회의에서 "지난 주말 실시한 자체여론조사에서 정확히 한달만에 여론이 뒤집어졌다"면서 "이런 시민의 지지에 힘입어 저희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주도권을 쥐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에 결국 오래가져갈 수 없다는 분석도 여전히 존재해 얼마나 오래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한 재선의원 관계자는 "예전같은 분위기라면 곳곳에서 자발적인 시위가 일어날 법도 한데 현재까지 분위기는 딱히 국민들이 새정치에 동조하는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진다"며 "일정 부분 좌편향성에 대한 국민들의 동조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