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방미 출국 전 이례적 수석비서관 회의, '교과서 국정화' 당부… 왜?
  •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위해 13일 오후 성남공항을 출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미국행을 환송하기 위해 성남 공항을 향했다. 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발해 거리 투쟁에 나섰다. 문 대표는 길거리 투쟁 첫 장소로 젊은층이 많은 '신촌'을 낙점했다가 긴급히 국회 앞 '여의도'로 변경하는 해프닝까지 벌이며 끝끝내 장외 투쟁을 시작했다.

    그렇게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자리를 비웠고, 국회에는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만 남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출국하기 앞서 청와대에서 비서관들과 회의를 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비서실에 여러 당부 말씀을 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는 통상 월요일에 열린다.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리는 날, 게다가 해외 순방 직전 대통령이 비서관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대통령이 자리를 비웠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엿보인다.

  •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성남공항을 출발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환송 나온 김무성 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성남공항을 출발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환송 나온 김무성 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종종 '사고'를 치곤 했다.

    가까이는 지난달 박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리나케 문재인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합의해 논란을 일으켰다. 중요한 공천 문제를 당내 논의도 없이 더구나 대통령과의 조율도 없이 야당 대표와 덜컥 합의하는 처신으로 당청간 분위기를 급속히 냉각시켰다.

    때문에 공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던 문재인 대표에게 김무성 대표가 '산소 호흡기'를 달아준 것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이 아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는 김무성 대표가 뜬금없는 '개헌론'을 꺼내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결과론이지만, 김 대표가 대통령의 뒤통수를 치는 일은 대통령의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몇차례 있었다.

    2013년 6월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때 벌어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의 친일 발언 파문 정국에서 김무성은 문창극을 비판하면서 스스로 비박임을 강조했다. 여당의 외면까지 받은 문창극 후보는 결국 자진 사퇴로 낙마했고, 이 전략을 통해 김무성은 서청원과의 '당대표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김 대표는 1년 뒤인 지난해 4.29 재보선을 앞두고 터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 정국에서도 특유의 '미온적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 카드를 꺼냈다.

    김무성 대표는 참여정부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번이나 특별사면됐다는 점과, 2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거론하며 야당을 압박하면서도 이완구 총리는 끝내 감싸지 않았다.

    이완구 총리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는데 여당 지도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특히 김무성 대표는 당시 재보선에서 "비타 500은 가져오지 말라"는 농담으로 '이완구 문제'를 오히려 선거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한미동맹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각오로 미국행을 시작하는 박 대통령의 머리 속에도 일련의 사건들이 계속 떠오를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내홍 수습과 총선을 앞두고 필요한 이념적 결집을 위해 출구 전략도 없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다. 늘상 헛발질만 해왔던 문재인 대표의 이번 전략도 큰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무위(無爲)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야당이 내놓은 출구 전략은 뻔하다. 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함께 내세운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사퇴'를 김무성 대표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방문진 이사장이란 자리는 김무성 대표가 인사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창극-이완구 사태에서 보여준 김 대표의 행태라면 능히 '비판적 발언'을 해댈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이미 김 대표는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 "(국감장에서)그 분의 답변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뱉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출국 전 가진 비서관 회의에서 "나라와 국민경제를 위해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 분열을 일으키기 보다는 우리나라 역사교육 정상화를 이루어서 국민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방미기간 동안 국정 운영에 차질 없도록 소관 업무에 만전 기해 달라"며 "우리 앞에 있는 국정현안들이 신속하게 해결되서 힘찬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달라"고도 했다. 

    늘 강조하기도 했고, 그래서 더 어렵게 시작한 '역사 바로 세우기'의 첫 시작인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을 잘 부탁한다는 얘기다. 이 얘기는 역시 청와대 비서진 뿐 아니라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여당 국회의원들에게도 함께 전달한 대통령의 심중(心中)이다.

    또한 고상한 척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며 야당과 '거래'를 할지도 모르는, 또 그런 전력이 있는 김무성 대표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중립인 척하면서 '좌우가 화합하자, 좌익·우익 모두 나쁘다'고 하는 생각이 더 나쁘다"

    문창극 총리 후보와 이완구 총리가 몰린 위기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 다지기만 열을 올렸던 김무성 대표는 고영주 이사장이 '웰빙 새누리당'에 던진 이 일침을 되새겨야 할 때다. 그렇지 않는다면 김무성 대표는 자신의 대권 가도 입지는 물론, 새누리당 전체가 국민의 외면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