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과도 법적 성격 달라, 특정인 '찍어내기' 아닌지 의심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경기 의왕·과천)이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겨냥해 이른바 '고영주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송호창 의원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방문진 이사장을 국회 청문회 대상으로 명시하고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 선정 절차를 강화하며 △방문진 이사에 대한 해임·징계를 명문화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문진 이사장을 국회 청문회 대상으로 추가하기 위해서는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며,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 선정 절차를 강화하고 해임·징계를 명문화하기 위해서는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국정감사에서 테러 수준의 막말과 수준 이하의 전문성, 업무능력 부족으로 문화방송(MBC)의 공적 책임을 수행할 수 없음이 드러났다"며 법률 개정안을 발의·추진하는 이유를 "고영주 이사장을 해임시키고 또 다른 인사참사를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익재단법인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장을 국회 청문회 대상으로 추가하고, 국회에서 임면권자인 방송통신위원장을 상대로 해임·징계 요구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법리상 적절한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설립의 근거가 된 방문진법 제1조에서 밝히고 있듯이 방문진이 최대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됐다. 여기서 방문진이 최대출자자인 방송사업자라 함은 MBC를 가리킨다.

    본래 MBC는 민영방송이었으나, 1980년 언론통폐합에 따라 MBC 지분의 70%가 한국방송공사(KBS)로 넘어갔다. 이 때 동양방송(TBC)과 동아방송(DBS)도 KBS로 통폐합돼서 방송사는 KBS와 KBS가 최대주주인 MBC만 남았다. 1988년 이후 이것이 문제가 되면서 방문진법을 통해 재단법인인 방송문화진흥회를 설립하고 KBS가 보유하고 있던 MBC 주식을 모두 사들이도록 함에 따라 KBS와 완전히 분리됐다.

    따라서 MBC는 법적으로 완전한 민영방송이며, 그 최대주주는 공익재단법인인 방송문화진흥회다. 방문진의 이사는 방통위에서 임명하며, 이사장은 이사 중에서 호선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법 제65조의2는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 대상은 헌법재판관·중앙선관위원·국무위원·방통위원장·국정원장·공정거래위원장·금융위원장·인권위원장·국세청장·검찰총장·경찰청장·합참의장·한은총재·특별감찰관·한국방송공사장으로 한정돼 있다. 이 중 방문진 이사장의 임면권자인 방통위원장이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임면권자인 방통위원장이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인데, 그에 의해 임명되고 지도·감독을 받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다시 청문회 대상으로 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사례를 들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는 금감원을 지도·감독하며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의 의결과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중 금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돼 있지만, 금융권에서 막강한 위상을 가지는 금감원장은 청문회 대상이 아니다.

    이 관계자는 "상위 임면권자이자 지도·감독 권한을 갖는 방통위원장을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통제하고 있는데, 다시 방문진 이사장까지 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은 국회의 중복통제가 될 수 있다"며 "임면의 대상이 되는 하위 관계자까지 국회가 일일이 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겠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나 방송의 독립성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법조 관계자는 "국회법상 인사청문회 대상에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방송법 제43조에 의해 국가기간방송으로서 공사(公社) 형태로 설립하도록 직접 규정한 KBS와 MBC는 다르다"며 "MBC는 엄연한 민영주식회사이며, 그 최대주주가 공익법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국회법상 인사청문회의 대상에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느냐의 문제와 이것이 위헌이냐의 문제는 다르다"며 "입법의 재량이 있기 때문에, 헌법적 판단을 받아보기 전에는 결론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또다른 법조 관계자는 "만일 국회법이나 방문진법 개정안이 법률의 일반적 적용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고영주 이사장이라는 특정인을 '찍어내기' 위한 목적이라면 이것은 개별사건법률 금지의 법리가 문제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개별사건법률 금지의 법리란, 특정의 개별인 또는 개별사건에 적용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은 그 자체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자의적인 입법으로 위헌에 해당해 금지된다는 법리다.

    이 관계자는 "우리 헌법재판소는 '법률은 일반적으로 적용돼야지, 어떤 개별사건에만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개별사건법률 금지의 법리를 인정하면서도 '개별사건법률은 원칙적으로 평등 원칙에 위배되는 자의적인 규정이라는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러한 차별적 규율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다면 합헌적'이라는 입장"이라며 "국회법 및 방문진법 개정안에 위헌의 요소가 있을지 어떨지 여부는 법안이 발의돼서 입법되기 전까지는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