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혁신위 성명에 "당 분란에 빠뜨리는 행동, 더는 용납 어려워"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혁신위를 향해 즉각 해산하라고 준엄한 경고를 던졌다. 사진은 지난 2일 전남·북 의원들과 문재인 대표와의 단체 면담에 참석한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주승용 최고위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혁신위를 향해 즉각 해산하라고 준엄한 경고를 던졌다. 사진은 지난 2일 전남·북 의원들과 문재인 대표와의 단체 면담에 참석한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주승용 최고위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무소불위의 활동으로 월권 논란을 빚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를 향해 주승용 최고위원이 "즉각 해산하라"고 최후통첩을 던졌다.

    2·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다 득표로 선출돼 수석최고위원이라 불리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유일하게 호남 지역구를 가진 최고위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최고위 내에서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12일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과 콩나물모임이 주관하고 당내 비주류(비노(非盧)·호남 등) 의원들이 참석한 '새정치연합, 뭐가 문제인가' 토론회가 끝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에 해산을 종용했다.

    그는 "최고위가 선출직평가위원회 구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와중에, 혁신위가 당장 세칙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해산할 수 없다고 지도부를 압박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선동적인 언어를 동원해 당을 분란에 빠뜨리는 행동은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최종 판단은 당원들이 선출한 최고위가 하는 것이며, 최고위는 정상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평가위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며 "혁신위는 더 이상 당을 분열과 분란에 빠뜨리지 말고, 즉각 해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이른바 김상곤 혁신위는 전날 성명을 통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시행 세칙을 최고위가 의결하지 않는 것은 당의 공식적이고 정당한 의사결정을 해태(懈怠)하는 일"이라며 "당헌·당규조차 지키지 않는 당이 어찌 국민과 당원의 지지와 사랑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라고 극언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혁신위의 성명을 표면적인 내용 외에도 친노(親盧) 계파가 의중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인사를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조속히 의결하지 않는 최고위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혁신위 성명과 관련해 '경거망동' '월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주승용 최고위원의 혁신위를 향한 준엄한 경고는 비주류 의원 20여 명이 토론회에 참석하며 대규모 세(勢)를 보여준 이후에 이뤄진 것이라 주목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승용 최고위원의 '최후통첩'을 친노(親盧) 일방통행 식의 '가짜 혁신' 퍼레이드에 제동을 걸고,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진짜 혁신'과의 한 판 대결을 시작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진짜 혁신'과 '야권 통합'을 제안한 김한길 전 대표의 제안에 공감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어 5일에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가 제2의 혁신위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문재인 지도부가 의중에 평가위원장으로 의중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인사와 함께 혁신위를 대단히 부정적인 맥락에서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주승용 최고위원이 참석한 '새정치연합, 뭐가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도 혁신위를 겨냥한 융단폭격이 쏟아졌다. 기조 발제를 맡은 이상돈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와 최원식 의원은 혁신안의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으며, 축사를 맡은 전직 대표들도 이에 가세했다.

    김한길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가 내세운 혁신위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구하는데 실패했고, 오히려 당의 분열과 분란만 조장하고 말았다"며 "혁신의 이름으로 또 다시 계파패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혁신위 활동은 끝났지만 왜 구성했고 무슨 혁신을 했는지 의문만 커진다"며 "혁신위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패권과 분열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