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의 3개 해외사무소에 설치된 ‘암호화 팩스’…이틀 뒤 국방부에 연락
  • 조달청 목록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암호화 팩스 NX-02R 관련 정보. ⓒ뉴데일리
    ▲ 조달청 목록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암호화 팩스 NX-02R 관련 정보. ⓒ뉴데일리


    해외 공관에서 ‘암호화 장비’가 도난당했음에도 관계자들이 언제, 어떻게 도난당했는지도 몰랐음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 정부는 “A국가에 파견된 무관부에서 운용하던 암호장비가 사라진 사실을 2014년 10월에 파악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사라진 암호장비를 운용하던 재외공관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해당 국가의 대사관 무관부가 아니라 ‘국방과학연구소(ADD)’의 해외 지사 3곳 가운데 한 곳이라는 게 밝혀짐에 따라 언론계에서는 해당 국가가 어디인지 이미 파악한 상태다.

    사라진 암호장비는 ‘NX-02R’이라는 것으로 팩스를 송수신할 때 이를 암호화하는 장비다. 대전의 한 IT 기업이 개발한 장비로 2008년 8월에 조달청에 등록됐다. 2011년 국방과학연구소 해외 사무실에 설치됐으며, 이후2012년과 2013년에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군의 암호체계가 노출되거나 ADD 관련 군사비밀이 유출됐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NX-02R’을 설치한 곳에서 옮기려고 하면 센서가 작동, 내장된 암호 키를 삭제하도록 돼 있어 ‘기밀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NX-02R’은 우리나라의 재외 공관 해외무관부에서 사용 중이던 장비여서, 정부는 만약에 일어날 수도 있는 ‘보안사고’를 막기 위해 해당 장비를 모두 회수, 암호체계를 바꾼 뒤에 다시 내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회수한 뒤 암호체계를 바꿨다 하더라도, 해당 장비의 하드웨어적인 특성은 변한 것이 아니기에 여전히 ‘빈 틈’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NX-02R’ 도난 사고에서 더 큰 문제는 무관부가 사용하는 암호장비를 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사용했느냐, 국방과학연구소에 해외사무소는 왜 필요하냐는 점이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문제점은 이미 수십 차례 지적돼 왔다. 또한 과거 국정감사에서는 국방과학연구소의 해외사무소가 갑작스런 사무소 추가 설치, 불필요한 현지 인력 고용 등 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번 ‘NX-02R’ 도난 사고에 대해서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국방부 공보실을 내세워 ‘해명’을 늘어놓고 있다.

    암호 장비가 도난당한 시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 측은 “도난당한 암호장비는 평소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담당 직원도 외부 출장이 잦아 관리에 소홀했다”는 변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가관인 점은 이번 도난 사고에 대해 책임 진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

    국가정보원, 기무사령부, 국방정보본부 등이 ‘NX-02R’ 도난 사고에 대해 조사를 한 뒤 국방과학연구소 현지 사무소 직원 2명이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웃기는 점은 해당 직원이 과거에 정부 포상을 받은 적이 있어 ‘경징계’로 끝났다고 한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박근혜 대통령이 ‘방위사업청 군기 잡기’에 국방과학연구소 인맥을 활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될 수 있어, 향후 많은 잡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