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자면 편향된 것이고 나라 허물자면 공정?" 정치권 새겨들어야
  •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뉴데일리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뉴데일리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지난 8일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 기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사는 단연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었다. 야당이 국감에서 고 이사장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공직에서 몰아내기' 운동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 오히려 '고영주 띄우기'가 된 셈이다.

    고영주 이사장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소신과 원칙이 담긴 '돌직구'를 날려, 야당 의원들을 적잖이 당황케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국감에서 고 이사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집단 고발-의총 개최 등의 총공세를 펼치는 집요함을 보였지만 그의 신념을 꺾지 못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야당의 공세에 기죽지 않고 "문재인 대표와 한명숙 전 의원은 사법부 전체를 부정한 인물이다", "사법부 일부가 좌경화 됐다고 생각한다", "국내 사법부와 검찰 공무원 조직 등 사회 각계에 이른바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목할 만한 어록(語錄)을 두루 남겼다. 특히 고 이사장은 "새누리당에도 김일성 장학생이 있느냐"는 야당의 질의에 "존재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그의 소신 있는 태도를 두고 여당 마저 "지나치다"고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고 이사장을 지지하는 국민적 여론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중도 보수 성향의 네티즌을 중심으로 "고영주 이사장을 지키자!"는 온라인 서명 운동까지 전개될 정도다.

    보수 정당을 표방하는 새누리당이 국민적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고영주 이사장은 국감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에 의미심장한 말 한 마디를 던졌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라를 지키자고 하면 편협하고 편향된 것이고 나라를 허물자고 하면 공정하다는 것인가"라며 "중립인 척하면서 '좌우가 화합하자, 좌익·우익 모두 나쁘다'고 하는 생각이 더 나쁘다"고 했다. 

    뚜렷한 국가관으로 애국심 어린 발언에는 "이념적 편향"이라고 매도하는 야당과 이런 야당의 눈치를 살피는 여당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새누리당은 최근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 "본인이 수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고 이사장과 거리를 뒀다. 야권의 눈치를 살피며 기회주의적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고 이사장은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釜林) 사건'을 담당한 대표적인 공안(公安) 검사 출신으로, 지난해 종북 논란의 통진당 해산에 앞장서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 10년간 통진당의 실체를 강도 높게 폭로한 데 이어 지난해 통진당 해산에 앞서 정당해산심판 청원서를 직접 쓰면서 '통진당 해산의 일등공신'이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자칭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어땠는가. 지난해 통진당이 해산됐을 당시 새누리당은 통진당 해산에 최소한의 의무도 안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북한 추종 세력과 연대한 야당은 제외하더라도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새누리당이 통진당 해산에 기여한 부분이라고는 눈에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국회선진화법의 그늘에 숨어 '야당 반대'라는 이유를 들며 이석기 제명안도 제때에 처리하지 못했었다. 이석기 제명-통진당 해산 등은 헌법질서 수호, 국가안위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국가 존립과 연결된 부분을 최우선 순위로 내세우는 것이 진정한 보수정당의 본모습일 것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야당의 눈치를 살피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정신 없는 모양새다. 
    한 여당 의원은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내년 총선에서의 옛 통진당 출마 움직임에 대해 "통진당이 선거에 나와야 우리(새누리당)가 유리하니 그대로 나둬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 정체성 확립보다는 
    자기 잇속이나 챙기려는 주판알만 튕긴 것이다. 이런 한심한 여당 때문에 통진당의 재출마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물론 북한인권법 등이 통과될 기미조차 안 보이는 것이다.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는 의원이 비단 한 사람 뿐이겠는가. 세상이 잘못 돼가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나약하고 비겁한 정치인들, 어쩌면 이런 여당이 뚜렷한 국가관을 이념적 편향성이라고 주장하는 야당보다 더 나쁜 정당일지도 모른다.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정당. 이러니 
    새누리당이 '무이념, 웰빙 보신주의 등 고질병을 앓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새누리당은 내년 선거에서 '웰빙 기회주의 정당'이라는 국민적 심판을 면하려면 많은 국민들의 심금
    (心琴)을 울린 고영주 이사장의 경고를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헌법질서 수호'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국가 정체성 확립 정책에 역점을 둘 때에 진정한 보수정당으로서의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누리당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