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 "혁신위 이후 호남 지지율 추락… 비민주적·계파패권" 직격탄
  • ▲ 새정치민주연합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과 콩나물모임이 12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새정치연합, 뭐가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기조 발제를 맡은 최원식 의원이 발제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과 콩나물모임이 12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새정치연합, 뭐가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기조 발제를 맡은 최원식 의원이 발제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의원들이 대규모 세(勢)몰이를 하며, '진짜 혁신'과 '덧셈의 정치'를 무기로 문재인 대표의 친노(親盧) 독주에 본격적으로 맞설 뜻을 내비쳤다.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중앙위 '만장일치 박수 통과'와 문재인 대표의 '셀프 재신임' 국면 등에서 지리멸렬하게 흩어져 이렇다할 힘을 쓰지 못한 채 밀려 왔던 비노(非盧)·호남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새정치연합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과 콩나물모임은 12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새정치연합, 뭐가 문제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당내 비노 진영의 구심점으로 불리는 김한길·안철수·박지원 전직 3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또, 강창일 제주도당위원장·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과 김영환·김춘진·김동철·신학용·노웅래·정성호·전순옥·최원식·송호창·권은희·김상희·이찬열·한정애 등 20여 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자리해 세를 과시했다.

    또, 지난달 22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중도개혁·민생실용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박주선 의원도 토론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토론회장을 찾아 강창일·김한길·박지원·김영환 의원 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눠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직 3대표는 축사를 통해 문재인 대표를 향한 포문을 열었다.

    김한길 전 대표는 "(나는 지난해 7·30) 재보선 선거 패배 다음날 아침에 기자회견을 갖고 '이겨야 할 선거에서 졌다, 죄송하다'라며, 당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물러났다"며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문재인 지도부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대신에 혁신위를 구성했다"고 대비시켰다.

    이어 "많은 분들이 우리 당 최고의 혁신은 패권정치 청산이라고 지적했지만, 혁신위는 세부적 공천 절차에만 집중했다"며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표가 내세운 혁신위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고, 오히려 당의 분열과 분란만 조장했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4년 전 19대 총선을 앞두고 '혁신과 통합'이라는 간판을 내세워 당권을 장악한 뒤 계파 공천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며 "이번에도 4년 전의 악몽을 되풀이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표가 4·29 재보선 영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대신 '혁신위'를 내세워, 한명숙 전 대표가 2012년 저질렀던 친노 일색 공천을 반복하려 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박지원 전 대표도 "(4·29) 선거 패배 이후 책임 없는 모습에 당원과 국민들이 모두 실망했다"며 "스스로 해야 할 혁신은 무책임하게 외부로 넘겨 모두를 실망시켰다"고 가세했다.

    이어 "혁신위 활동이 끝났지만 왜 구성했고 무슨 혁신을 했는지 의문만 커진다"며 "혁신위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패권과 분열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개탄했다.

    나아가 "독점해서 분열하고, 분열해서 패배했던 지난 8년의 역사를 청산하자"며 "어렵지만 이 (혁신위와 친노패권주의)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답을 내야만 총선·대선 승리의 길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김한길·박지원 두 전직 대표는 문재인 대표에게 날을 세우는 것이 자칫 핵심 지지층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앞두고 적전분열(敵前分裂)의 이미지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한 탓인지, 축사 서두의 상당 부분을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수구 회귀 음모가 당 혁신을 덮어버리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수구 책동을 핑계로 혁신을 적당히 덮어버리려는 의도가 당에 있다면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표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계기로 대여(對與) 강공 투쟁 드라이브를 걸면서 비주류의 목소리를 묻어버리려는 시도를 미리 차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발제를 맡은 이상돈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와 최원식 의원은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안철수 전 대표 등이 주장하는 '진짜 혁신' '본질적인 혁신'에 대비해, 문재인 대표가 4·29 재보선 영패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내세운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안이 '가짜 혁신'에 불과하다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상돈 교수는 혁신위의 '최고위 해체·대표위 설치' 방안을 가리켜 "현행 최고위도 (분리 경선 때문에) 최고위원들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며 "현재의 새정치연합 최고위원들도 비중이 떨어져서 출입기자들은 중진이라 불리는 다선 의원들을 보다 중요한 플레이어로 보는데, 대표위가 생기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원소환제에 대해서도 "혁신안이 당원의 역할을 대폭 축소해, 당대표와 대표위원을 선출하는데도 당원의 비율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인단이 선출하도록 했다"며 "당대표 같은 선출직 당직자의 선출에 역할을 하지 못하는 당원들이 소환은 할 수 있게 되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청년·신인 공천 가산점도 "너무나 경직되고 기계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정작 시행해보면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가산점 제도로 인해 본선에 패배할 후보가 공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최원식 의원은 "혁신위가 출범할 당시와 지금, 호남에서 당 지지율이 50%에서 30%대로 추락했다"며 "당대표가 총선·대선에서 승리하는 당을 목표로 전권을 주며 혁신위를 출범시켰지만, 지금은 '승리하는 혁신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 대표가 영패를 야기한 4·29 재보선과 관련해 "4·29 패배 후 우리 지도부가 그 패배 원인을 진단하지 못했기에, 혁신위가 당연히 평가와 진단을 했어야 했지만 어떠한 고민도 없고 처방도 없었다"며 "대선 (패배) 후에도 대선평가위원장의 평가를 거부했던 뼈아픈 과거를 갖고 있는데, 자기에게 불리한 평가는 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패권적 풍토"라고 질타했다.

    지난달 16일의 이른바 '만장일치 박수 의결 2차 중앙위 참사'와 관련해서도 "중앙위에서 반대 의견이 있으면 치열한 토론 후 무기명 투표를 하는 게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며 "중앙위는 반대 의견과 무기명 표결 요구를 묵살하고 일부 반대 거수를 무시하며 만장일치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가장 비민주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당내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선거 도중 룰 해석이 변경되는 사태와, 검표가 불가능한 (모바일) 투표 제도는 계파패권을 관철하려는 그릇된 풍토"라며 "(주류 당권파인) 총무본부장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비주류) 조직본부장과 민생본부장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작금의 지적은 혁신안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친노패권주의를 정조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