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민주주의는 북한이 정의한 용어, 공산주의운동 숨기기 위해 만들어"
  • ▲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   ⓒ 뉴데일리
    ▲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 ⓒ 뉴데일리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민중·민주주의론자로 규정하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확신한다는 발언을 남겨 야권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야권에선 "80~90년대 운동권·재야 인사들이 전개했던 이른바 反정부·反미운동이 독재 정권에 맞선 민주주의·민주화 운동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당시 운동원 출신 정치인들을 '변형된 공산주의자' 혹은 '민중·민주주의 신봉자'로 치부하는 것은 대단히 왜곡된 인신 공격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고 이사장은 "이들이 내걸었던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게 아닌, 민중의 해방을 목표로 내건 민중·민주주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중·민주주의는 고 이사장이 공안 검사로 활약할 당시 '이적 이념'으로 확정한 이론으로, 신생독립국가에서 식민지 반(半)봉건사회를 타파하고 민중이 주체가 돼 민주주의 제도를 수립하는 혁명을 일컫는다. 주권자가 민중이라는 이 이론은 표면적으로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이용해 정권을 찬탈하려는 일종의 '사기 이론'이라는 게 고 이사장의 주장이다.

    특히 고 이사장은 이같은 계급 투쟁에 기반한 민중·민주주의 운동은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 운동으로 이어는 '북한의 대남 전술·전략'과 일치하기 때문에 명백한 이적 이념이자, 변형된 공산주의 운동으로 간주된다는 입장이다.

    과거 운동권 세력이 기치로 내걸었던 '민주화 운동'이 북한의 공산 혁명 전략과 맞닿아 있는, '변형된 공산주의 이론'이었다는 고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야권은 "매카시즘적 발언"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 거주하다 '자유 대한'으로 남하한 탈북 인사들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각종 反정부 운동을 북한 당국이 민중·민주주의 운동으로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증언한 바 있다.

    이중에서 탈북여성 1호 박사로 널리 알려진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은 지난 9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북한의 남한 관련 출판물들에서는 남한에서 북한의 김일성을 지지하고 찬양하며 추종하는 일련의 활동을 민중·민주주의 투쟁이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북한의 남한관련 출판물들에서는 남한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데모와 시위, 북한의 김일성을 지지하고 찬양하며 추종하는 내용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남한 국민을 민중이라고 지칭했고 그들의 투쟁을 민중민주주의 투쟁이라고 명명했다. 남한에는 '민중서신'이라고 하는 지하조직의 뉴스레터도 있다고 했다.


    이애란 원장은 "북한에서는 70~80년대 김종태를 비롯한 통일혁명당 당원들과 남조선 공산주의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선전하는 다양한 종류의 책자들을 만들어 보급해 온 탓에 남한의 공산주의자들이 잘 알려져 있는 상태"라며 "통일혁명당이 해산되면서 공산주의 운동이 남한에서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판단한 북한 당국은 공산주의 운동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민중민주주의 운동으로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남한으로 탈북한 후 여러 인사를 만났는데, 그들 중에는 민중 신학자도 있었고, 민중민주주의자도 있었다. 그리고 통일운동을 한다고 하면서 민중민주주의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사용하는 '민중'이라는 용어는 나에게 뭔지 모를 께름칙함 같은 것이었고 상당히 섬뜩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북한에서 접했던 남한의 통일혁명당에 대한 이야기들과 남한의 공산화를 추구했던 통일혁명당의 투쟁목표가 민중혁명이었다고 배웠기 때문인 것 같다.


    이애란 원장은 "최근 민중민주주의를 주장하는 통진당과 궤를 같이했던 한 정치인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는 답변 때문에 국정감사장이 아수라장이 됐는데, 이같은 말 한마디를 꼬투리 잡아 집중포화를 하는 걸 보니 갑자기 이곳이 서울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하고 광화문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를 부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사회라고 주장하며, 공산주의자인 모택동을 존경한다고 했거나,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사람 중심의 민중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 '공산주의자로 확신한다'는 말 한마디를 꼬투리 잡아 집중포화를 하는 걸 보니, 갑자기 이곳이 서울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애란 원장은 "북한이 정의한 민중민주주의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고 통일혁명당사건에 가담했던 사람들과 그들과 연관된 사람들이 민중민주주의를 주장한다면 삼척동자 누구라도 민중민주주의를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표현의 자유는 고사하고 생각의 자유조차 억압하는 주장이야말로 북한식 전체주의 발상이며 북한식 사회주의 공산주의 독재의 전형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