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군인들 증언 종합하면 편제 상 병력 수는 120만 이상, 실제 전투 병력은 절반
  • ▲ 북한군의 열병식 장면. 북한군의 병력 수는 한국군의 2배 수준이지만 실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 수는 많지 않다. ⓒ유튜브 북한 열병식 영상 캡쳐
    ▲ 북한군의 열병식 장면. 북한군의 병력 수는 한국군의 2배 수준이지만 실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 수는 많지 않다. ⓒ유튜브 북한 열병식 영상 캡쳐


    북한군 병력 규모가 서방 국가들의 추정과 달리 70만 명 수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탈북자나 한미 연합 정보당국은 북한군 병력을 120만 명 내외로 보고 있다. 무엇이 사실일까.

    미야모토 사토루 日세이카쿠인大 교수는 오는 13일 열리는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인 ‘조선인민군의 군제와 전력’이라는 논문에서 이 같은 주장을 했다.

    미야모토 사토루 교수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서 발간하는 밀리터리 밸런스 2014년 판에서는 북한군 상비 병력을 119만 명으로 추정했고, 한국 국방부는 국방백서 2014년 판에서 북한군 상비 병력을 120만 명으로 추산했다”면서 “하지만 이런 숫자가 어떤 근거로 추산된 수치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야모토 사토루 교수는 “유엔 인구기금(UNFPA)의 도움으로 1993년 실시했던 북한의 첫 인구조사 이후 당시 히토쓰바시大 대학원생이던 문호일 씨는 북한 총 인구가 2,121만 명인데 연령별 인구는 2,052만 명으로 69만 1,027명이 적다는 점을 찾아냈다”면서 “1999년 북한 인구연구소 연구원은 발표 논문에서 이를 ‘군인은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북한 당국이 69만여 명이 상비 병력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미야모토 사토루 교수는 “2008년 10월 북한 정부가 재차 실시한 인구조사에서도 총 인구 2,405만 명과 지역별 인구 2,334만 명이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이 차이인 70만 2,372명(총 인구 대비 2.9%)이 북한군 상비 병력의 수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야모토 사토루 교수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합계가 70만 명이라는 점으로 볼 때 북한은 이와 비슷한 수준의 상비군을 갖추려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예비군을 포함해 총 인구의 5% 이상이 병력으로 동원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미야모토 사토루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이 알려지자 국내 언론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일부 좌익 성향 언론들은 “그동안 수구 세력들이 주장하던 북한군에 대한 거짓이 드러났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탈북자, 그 중에서도 군복무를 마쳤거나 군인으로 있던 중 탈북한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미야모토 사토루 교수의 주장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다수의 탈북 군인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북한군의 실제 총 병력은 120만 명보다 10만 명 이상 더 많다고 한다.

    탈북 군인들은 “북한은 자신들의 실제 병력을 축소해 보여주기 위해 군단급 부대의 이름을 ‘훈련소’라고 위장해 부른다”고 지적했다. 제108훈련소나 제425훈련소 등이 대표적이라고. 이 훈련소는 기존의 108기계화군단, 425기계화군단을 더욱 보강한 부대라고 한다.

    북한군의 병력 수는 한국군의 추정보다 많다고 하나 문제는 북한군 병력 상당수가 군사훈련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북한군 병력 가운데 후방 지역 또는 전연 군단의 후방을 지원하는 부대에서 근무하는 북한군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국토 곳곳의 토목공사와 시설공사, 건설공사에 동원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병력의 수가 50만 명 이상이라는 것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영실 병사’의 존재다. 북한군에서 보급체계가 무너진 것은 이미 20년 전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북한군에서 제대로 배급이 이뤄지는 곳은 평양방어사령부와 일부 특수부대, 공군 전투기 부대, 전연군단의 일부 부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북한군 부대는 보급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들, 일명 ‘영실병사’들이 매우 많다고 한다. 2000년 초반에는 ‘영실병사’의 비중이 최대 30%에 달하는 부대도 있었다고 한다.

    그나마 북한군 배급 사정이 조금씩 개선된 이후 현재는 ‘영실병사’ 비중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10~20% 정도는 될 것이라는 추정들이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나오고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유사시 북한군의 실제 전투 병력은 50~60만 명 내외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래도 한국군 총 병력 63만 명 가운데 실제 주기적인 군사훈련을 받고, 전투에 즉각 투입이 가능한 병력 수에 비해서는 매우 많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