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이사장 '과거 발언' 들춰내 해묵은 이념논쟁 부추겨새민련, 해임 촉구 결의문 채택.. 방문진 野이사, '불신임 결의안' 제출

  •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이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공산주의자로 확신한다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의 발언이 '사분오열'을 거듭하던 야권을 단합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동안 당내 비주류 세력의 '반(反)문재인' 행보로 내홍 양상을 보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은 고 이사장의 '국감 발언 사태' 이후로 대동단결(大同團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새정치민주연합은 7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해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당초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 해임촉구 결의안 제출할 계획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이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독자적인 당론으로 해임 결의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방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은 8일 "KBS 사장은 올해부터 인사청문회를 받는데 방문진 이사장만 제외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임명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호창 의원은 "국회에서 요구할 경우 방문진 이사를 징계, 또는 해임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 '호선'으로 뽑는 방문진 이사장 선출 방식을 '의결'로 바꾸는 등의 절차 개선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국회의원들이 선수(?)를 치자, 이번엔 야당 추천을 받아 '공직'에 오른 인사들이 뜻을 받들었다.

    8일 오전 국정감사 이후 처음으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국감장에서 불거진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발언은 공직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매우 부적절한 언행이었다"며 "극우 성향의 고 이사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누구나 개인의 자격으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할 수는 있지만 고영주 이사장처럼 공인의 자리에 있는 분이 그런 발언을 해선 안된다"며 "고 이사장의 발언은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발언으로, 더 이상 이사장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에서도 고 이사장을 강도 높에 비판했던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고 이사장을)이대로두면 국회나 시민단체들로부터 화살이 (우리에게)날아올 것"이라며 "주위에선 고 이사장이 공안검사의 시각으로 방문진을 경영하게 둬선 안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해임 관련 규정이 없다고 사안을 피하기만 한다면 우리가 직무유기를 하는 셈이 될 것"이라며 "과거 정연주 KBS 전 사장의 해임 무효 소송 당시 '해임권은 임명권에 포함돼 있다'는 판시가 있었던 만큼, 이를 근거로 공영방송이 공안방송으로 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정기 이사회'를 가진 방송문화진흥회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야당 측 이사들은 고영주 이사장에게 국감장에서 '민감한 발언'을 하게 된 경위를 캐물었고, 고 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 자질 여부는 차후 회의를 진행하면서 논의하자"며 정상적인 회의 진행을 촉구했다.

    최강욱 이사는 "이번 국감에서 과거 공산주의자 발언이 다시 불거져 문제가 확산됐다"며 발언 배경에 대한 공식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고, 유기철 이사는 "안건에는 없어도 이사장의 발언 때문에 문제가 커졌으니 이에 대한 해명을 해보라"고 고 이사장을 압박해갔다.

    야당 측 이사들의 집요한 추궁에도 고 이사장이 자세한 답변을 하지 않자,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앞서 열린 미방위 국감에서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에 발끈한 야당 국회의원들이 일제히 퇴장,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치달은 낯뜨거운 장면이 리플레이 되는 순간이었다.

    자신들을 자리에 앉힌 의원들의 '1차원적 행보'를 답습한 이들은 곧장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주 이사장을 방문진의 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 안건'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유기철・이완기・최강욱 등 야당 측 방문진 이사 3인은 "이틀간의 국정감사에서 고 이사장은 시대착오적 '이념의 노예'임을 만천하에 드러냈으며 이는 공정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심각한 결격사유임을 선언한다"며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이 극에 달한 고영주가 이사장 자리에 있는 한 공영방송 MBC와 구성원들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들과 MBC 구성원들을 '수구 이념의 추종자'쯤으로 오인받도록 함으로써 방송사로서의 위상에 씻기 어려운 위해를 가했다"면서 "잇단 망동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음에도 자신과 특정 진영의 홍보에만 몰두한 것은 고도의 계산된 정치적 행동이라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앞으로 고영주를 이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그가 주재하는 회의 등을 일체 거부할 것"이라며 "빈약한 논리로 고 이사장을 두둔하는 일부 이사들은 권력의 꼭두각시 노릇을 멈추고 이사장 퇴진 등 방문진 정상화의 노력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회견문을 마무리했다.

    이들이 제출한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은 앞으로 10일 후 방문진 이사회의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차기 이사회에선 해당 결의 안건에 대한 '표결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방문진 이사회가 열린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인 단체들이 집결, 고영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