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 죄수복 사진 싣고 '수감자'라니…좌파 아니고선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
  • ▲ 고교 한국사교과서(자료사진).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고교 한국사교과서(자료사진).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나는 북한의 함경북도 청진에서 살다가 2010년 8월에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자이다. 내가 비행기에서 내려 인천공항을 빠져나왔을 때 한 사람이 다가왔다. 대한민국에 첫발을 디딘데 불과한 나는 무섭고 두려웠다. 혹시 기자이면 어쩌나 하고 행색을 살펴봤는데 마이크, 사진기 같은 것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걸 보니 다행히 기자는 아닌 것 같았다. 평범한 한 대한민국국민인 것 같았다. 

    그는 직관적으로 3.1운동과 유관순 열사에 대해 아는 가고 물었다. 3.1운동은 알지만 유관순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김씨 가족의 역사만 밥 먹듯이 배운 나라에서 유관순 같은 애국 열사를 알 리 없었다. 북한 사람들은 누구나 다 유관순이 누군지를 모른다.  

    왜 그걸 묻는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다시 되물었다. 그 사람은 아무 말도 않더니 대한민국에는 유관순 동상도, 유관순 열사기념관도 있다면서 훗날 시간이 되면 찾아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내가 탈북자인걸 알아본 것 같다. 갈 곳이 없어 중국 땅에 숨어서 거지가 되어 떠돌다가 끝내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나에게 조국이란 얼마나 중한가 하는 그 무게를 실어주기 위해서 분명히 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대한민국에 와서 어느 대통령의 이름보다  제일 먼저 안 것이 유관순 열사이다.  

    요즘에도 계속 되는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의 진실을 찾아가다가 내가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이 교과서에 실린 우리나라 3.1운동에 관한 역사의식이었다. 금방 대한민국에 온 내가 알듯이, 대한민국 국민은 3.1운동이라면 유관순 열사를 꼭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일부 한국사 교과서에는 3.1운동을 열거하면서 유관순 열사에 대해 ‘수감자 유관순’으로 사진 밑에 부연 설명을 단 것으로 그쳤다.

    이것도 처음 발행 시에는 전면 누락시켰다가 유관순열사 기념 사업회에서 강력히 따지자 죄수복을 입은 열사의 사진을 싣고 수감자를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토록 오랜 한국사 교과서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지를 그제야 알고는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침묵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북한의 교과서들에 실린 3.1운동에 대해 파헤쳐 보자. 나는 아직도 3.1 운동에 대해 쓴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의 한 페이지가 또렷이 떠오른다.

    그 교과서의 장에는 <3.1운동에서 조선 독립 만세를 목청껏 부르며 뛰어가시는 6살 나시던 김일성 대원수님>이란 제목의 교재가 쓰여 있고 어린 김일성이 흰 바지저고리를 입고 <조선 독립 만세!>를 외치는 군중들 속에 섞이어 함께 뛰어가는 유화가 그려져 있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북한의 수천수백개의 연구실에 그 그림이  수천, 수백 개로 나뉘어져있다. 과연 6살 난 아기인  김일성이 그 수 만군중속에서 밟혀죽지 않고 3.1운동이 시작된 순간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함께 달렸다니, 대한민국 사람들이 이건 진실이라고 믿는 가.

    또 과연 그 순간에 존재하기는 했지만 구경이나 했음 다행일지 모를  천진난만한 아기를 그림으로 설명해 가면서 없는 사실을 역사의 진실처럼 오도하는 북한과, 역사의 최고 진실인 우리민족이 낳은 장한 딸인 유관순열사를 교과서에서 퇴출시키는 대한민국은 역사의 진실 앞에서 공정하다고 말해야 하는가.  

    나는 교과서를 낸 몇몇의 역사가들만이 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어디가나 유관순업적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유관순열사의 동상, ‘유관순열사기념관’은 물론 ‘유관순체육관’, ‘유관순 복’,‘유관순반티’,‘유관순 함’, ‘유관순 호’ 등 유관순열사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너무 많다. 이게 최고의 진실이 아니고 뭔가. 그래도 부정하겠는가.  

    이것은 어느 잘못된 역사가들이 진실을 오도해도 우리국민들이 영원히 유관순을 부르며 인정하고 있는 한 그것은 한 개의 가치도 없는 언어도단에 불과하다고 본다. 북한과 같은 개인 독재 국가도 아닌 국민의 나라가 도대체 역사를 어떻게 끌고 가고 있는가.

    대체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헤매던 과정에 그것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친일 행적이 있는 이화학당의 교장이 유관순열사를 대표인물로 소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으로 아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북한에서 매 개인의 뒤를 쫓아다니며 성분 조사를 하고 인간의 인생을 성분으로 규정지어 얽매이게 하듯이 이게 또한 그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심각하게 든다. 북한에서 살 때 남편이 간부인 한 친구가 결혼해서 애까지 낳고 살다가 처갓집 성분이 나쁜 이유로 강제 이혼당하고 가정에서 쫓겨난 일이 있다. 이것이 그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북한식으로 따지면 유관순 열사를 천거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어서 역시 인정해 줄 수 없다는 북한식 정치방식의 한 대목이다. 북한에서 장성택을 죽임에 있어서 그 주변의 인물들까지 다 몰살시키는 방식과 유사한 것이 아니라 똑 같다. 좌파, 아니면 아니고서는 감히 생각해 낼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처럼 훌륭한 여류투사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천거해준 한 인물이 친일파여서 그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부정하다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진실이 하나도 없는 북한에서 거짓만을 읽으며 살아온 내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와서 모든 것이 다 진실일 것이라고만 믿은 것이 잘못된 인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라고 할 때면 미래를 뜻하는 아이들을 먼저 떠올린다. 세상에 태어나 이 세상에서 가장 진실 되고 참된 것만 배워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백지의 깨끗한 두뇌에는 오도된 진실이 절대 자리 차지할 구석을 주어서는 안 된다. 한국사교과서를 진실로 돌려놓는 것이 현재 우리대한민국정부가 하여야 할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탈북자 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