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박지원 향해서는 "대안 없이 무책임한 주장만 한다" 비난
  •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물갈이' 가능성을 시사한 최재성 총무본부장을 향한 불만과 분노의 기류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6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누가 교체될지는 모르나, 어떤 사람들이 교체될지는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 과정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최재성 본부장이 지칭한 '어떤 사람들'은 비노(非盧)를 가리켰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평소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親盧) 세력은 '이 당에서 개혁적인 세력은 친노와 486뿐'이라고 공공연히 생각해왔다는 게 비밀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재성 본부장이 "앞으로 10~20년의 야당 정치를 이끌 인적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특정 세력을 '구(舊) 정치' '기득권'으로 낙인 찍어 '물갈이'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7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새정치연합 A 의원은 "애초에 문재인 대표가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 강행할 때, 공천에는 손을 떼기로 한 조건이 아니었느냐"며 "그 말을 누가 특별히 믿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공공연히 물갈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줄은…"이라고 망연해 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표는 지난 6월 23일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한 뒤, 같은 달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무총장이 내년 총선 공천에 관여하는 것을 차단할 뜻을 시사했었다.

    이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은 같은 달 29일 평화방송에 출연해 "사무총장은 공천 작업의 실무 총책임자인데 영향력을 억제한다는 게 현실적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은 탈당해 중도개혁·민생실용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박주선 의원도 7월 6일 KBS라디오에서 "(사무총장 공천 관여 배제는) 눈감고 아웅 하는 식"이라며 "공심위에 들어가는 실무당직자들을 지휘감독하고 통솔하기 때문에 직접 관여를 하든 안 하든 간에 사무총장의 생각과 판단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고 일축했다.

    과연 '공천 관여 배제'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의심하던 사람들에게, 최재성 본부장의 "피 흘리는 사람 나올 것" 발언은 '올 것이 왔구나'라는 충격을 안겨줬다는 지적이다.

    최재성 본부장에 대한 불만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새정치연합 B 의원은 "말로만 수평적 5본부장 체제이고, 실제로는 총무본부장이 과거 사무총장 이상의 권한을 가지고 전횡하고 있다"며 "정보도 회의에서 투명하게 공유되는 게 아니라 친노(親盧)들끼리만 주고받고 있어, 회의 배석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이는 최재성 본부장도 시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쳤다. 최재성 본부장은 7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무총장 시절에 비해) 조금 일이 좀 많아진 것"이라면서도 "더 많은 수고를 감당해야 하는 다양성의 조화, 새로운 흐름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자평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본래 친노(親盧)가 아닌, 486 내지 정세균계로 분류되던 최재성 본부장이 최근 완전히 친노를 넘어 문재인 대표를 '결사옹위'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반응이다.

    최재성 본부장은 6일 교통방송 〈열린아침〉에 출연해 문재인 대표를 두둔하며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향해 강한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며 "당 지지도나 또 대표 지지도가 증가되고 있다"고,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왜 조기 전대를 해야 하고, 왜 조기 선대위를 해야 하는지 명확히 제시를 해야 한다"며 "안 된다, 안 된다, 이런 이야기는 나 같은 사람도 지긋지긋한데 국민들이 보기에 지칠 정도로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한길·박지원 의원 공히 (당을) 달리해야 할 이유가 없는 정치 노선을 갖고 있다"면서도 "주장의 결이 다르면 정치인의 결이 다를 수도 있고 '결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할 수 없다'라면 어떤 점이 다른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혁신위 주장에 대해 (김한길·박지원 전 대표 등) 한 쪽은 대안 없는 무책임한 지적을 한 것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최재성 본부장의 최근 언동을 가리켜 새정치연합 C 의원은 "피 흘리는 사람이 나온다니 그게 동료 의원들을 겨냥해서 할 말이냐"며 "일제 시대 곡창 지대인 호남 지역의 민중을 수탈하던 지주와 악질 마름이 떠오른다"고 분개했다. 문재인 대표를 지주·최재성 총무본부장을 마름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마름의 전횡 때문에 민란이 나듯이 문재인 대표는 최재성 본부장 때문에라도 무너질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