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ISIS 기지 11곳 파괴, 민간인 피해 無”…美언론 “러, IS 아니라 FSA 집중공격”
  • ▲ 러시아 군이 이번에는 시리아를 향해 순항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캡쳐
    ▲ 러시아 군이 이번에는 시리아를 향해 순항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캡쳐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번에는 해상 전투함에서 26발의 순항미사일(SLCM)을 발사, 1,500km 떨어진 시리아의 목표물 11곳을 파괴했다고 한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카스피해에 있는 전투함 4척에서 26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 1,500km 떨어진, 시리아의 ISIS 기지 11곳을 모두 파괴했으며, 민간인 피해는 전무하다”는 보고를 했다고 한다.

    이 보고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ISIS 기지를 정밀 무기로 타격한 것은 러시아 군의 훌륭한 전투준비태세를 증명한 성과”라며 치하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군이 공격한 지역은 테러조직 ISIS가 아니라, 서방 진영의 지원을 받는 민주화 반군 ‘자유시리아군(FSA)’과 알 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 누스라 전선이 점령한 곳이라는 지적이다.

    존 커비 美국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지금까지 감행한 공습의 90% 이상이 ISIS가 아니라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민주화 반군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프 데이비스 美국방부 대변인은 같은 날 “美군용기가 러시아 전투기를 피하기 위해 한 번 이상 경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美폭스뉴스는 군 소식통을 인용 “9월 30일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공습을 시작한 뒤 시리아 상공에서 미군의 드론 MQ-1 프레데터에 최소한 3번 이상 근접해 비행했다”고 보도, 美국방부 대변인이 말한 ‘경로 변경’이 어떤 일이었는지를 설명했다.

    美언론과 씽크 탱크들도 시리아 현지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 군이 시리아에서 테러조직 ISIS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알 아사드 정권 축출을 요구하는 민주화 반군이나 알 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 누스라 전선만을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美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해상순항미사일(SLCM) 공격 소식 이후 시리아 동부와 북부 지역에 있는 테러조직 ISIS 점령지에서는 폭발이 있었다는 보고가 없다”고 지적하며 “러시아 순항미사일이 ISIS 기지를 공격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좌파 성향의 논조를 가진 뉴욕타임스는 ‘자유시리아군’이 온라인에 공개한 영상 등을 제시하며 “알 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우는 반군도 美CIA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신형 TOW 대전차미사일로 시리아 정부군의 탱크에 맞서 싸우고 있다”면서 현재 시리아 내전이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리전’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 ▲ 2014년 2월 시리아 점령 지도. 지금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아메리칸 인터레스트 닷컴 화면캡쳐
    ▲ 2014년 2월 시리아 점령 지도. 지금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아메리칸 인터레스트 닷컴 화면캡쳐


    美씽크탱크 '전쟁연구소'는 “러시아가 테러조직 ISIS 격퇴를 명분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지만, 지는 일주일 동안의 공습은 하마, 이들리브, 홈스, 라타키아 등 주로 서북부 지역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도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가 9월 말부터 시리아에서 57차례의 공습을 했지만, 테러조직 ISIS를 공격한 것은 겨우 두 번 뿐이고, 다른 공격은 모두 ‘자유시리아군’을 겨냥했다”며 러시아 정부를 비난했다.

    이처럼 러시아 정부는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을 도와 테러조직 ISIS를 격퇴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외에 다른 모든 나라들은 러시아 군이 ISIS가 아니라 민주화 반군을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군은 알 아사드 정권의 ‘영토 탈환’을 돕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테러조직 ISIS의 만행을 전 세계에 고발해 온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알 아사드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 등이 탱크, 견인포 등을 동원해 시리아 서북부 지역 탈환을 시도 중이며, 러시아 군이 공습을 통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7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은 하마州와 이들리브州 등 서북부 일대에서 ‘자유시리아군’과 알 누스라 전선 진영을 향한 공격을 시작했다.

    이 지역을 포함해 시리아 서북부 일대는 알 아사드 독재정권 축출을 요구하는 ‘자유시리아군’과 알 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 누스라 전선 세력이 장악한 곳이다.

    최근 러시아에 이어 중국, 이란까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자유시리아군’은 알 누스라 전선과 손을 잡고 ‘정복군’이라는 거대 반군 조직을 만들었다.

    즉 서방 국가의 지원을 받는 ‘자유시리아군’이 서방 국가 멸망을 추구하는 알 카에다 세력과 손을 잡고 알 아사드 정권, ISIS와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더 간략히 정리하면, 러시아와 중국, 이란이 개입하면서 시리아 내전은 알 아사드 정부군-자유시리아군-ISIS 간의 대결 구도에서 알 아사드 정부군과 러시아, 이란-자유시리아군과 알 카에다-ISIS 간의 '막장 국제전'이 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