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朝鮮칼럼 The Column]
    '공급자 입맛대로' 좌편향 역사 교과서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 경제학에서 좋은 재화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공급자들 간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늘리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재화의 질은 높아지면서 가격은 떨어진다.
    시장 거래가 정부의 획일적 공여보다 좋은 이유는 경쟁으로 다양한 상품이 생산되고 소비자는 선택할 자유를 얻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생긴다.
    경제학에서 '시장 실패 (market failure)'라 규정하는 상황이다. 시장은 자생적 질서로 작동하지만, 공급자 간 담합으로 공정한 경쟁을 위축시키면 비효율이 발생한다. 경제학에선 공공재나 외부 효과가 대표적 시장 실패의 사례이며, 정부 개입의 불가피성을 설명한다.
    기업이 담합을 통해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적 제재에 나서는 것이 이런 논리를 근거로 한다.

    정부가 시장 실패를 교정한다는 이유로 취하는 정책은 한발 더 나아간다. 골목 상권을 지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을 달성하는 것도 정부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는 시장 실패가 아닌 경쟁의 확대 과정이지만, 정부는 시장 실패 논리로 대기업과 대형 할인 매장을 규제한다. 이런 정부 개입은 조직 확대를 꾀하는 관료제의 자연스러운 속성이면서 정치권과 대중의 지지를 얻는다.

    그런데 명백히 시장 실패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런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

    역사 교과서 시장이다.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출판사별로 일관되게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反)대한민국 사관(史觀)을 갖고 있다. 좌파적 세계관에 입각해 학생들에게 민중 혁명 교육을 하려는 의도는 노골적이다. 산업화 성공은 자본가의 착취와 등치되고, 민주화는 비판의 여지 없는 숭고한 가치로 묘사된다. 기업을 일으키고 고용을 창출한 경제 위인들에 대한 조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다 보니 건국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왜곡도 심각하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한 출판사의 역사 교과서를 보면 이승만 대통령에게 분단 책임을 돌리고 그를 독재자로 묘사한다. 이는 스탈린의 지령을 받아 사실상 북한에서 먼저 정부를 구성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완전히 뒤집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이승만이 실시한 농지 개혁으로 농민 대부분이 자기 토지를 갖게 되었고, 6·25전쟁이 터지자 토지를 갖게 된 이들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북한을 향해 자발적으로 거세게 저항했다는 사실은 은폐한다. 그러고는 유상 분배에 따른 부담으로 다시 소작농이 되거나 지가증권을 현금으로 바꾸기 어려워 중소 지주층이 산업자본가로 전환되지 못하고 몰락했다는 식으로 기술한다.
     
     
  • ▲ 역사교과서 좌편향 논란. ⓒTV조선 방송화면
    ▲ 역사교과서 좌편향 논란. ⓒTV조선 방송화면
    현재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다양성, 자율성, 선택을 존중한다는 검·인정 제도의 외피만 쓰고 있을 뿐 실상은 전혀 다르다. 어떤 교과서를 채택하든 결국 위와 비슷한 내용을 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것이야말로 획일화이며 선택권 박탈이다.

    지난해 교학사 역사 교과서 채택 방해 사태는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강력한 카르텔의 존재를 보여주었다. 자신들과 다른 사관을 받아들일 수 없고, 자기들식 역사 해석만 학생들에게 주입하겠다는 공동 목적을 가진 출판사, 교과서 집필진, 역사학계, 전교조를 위시한 일선 교사, 좌파 시민 단체가 담합했다. 이들은 똘똘 뭉쳐 자신들과 다른 상품 즉 대한민국의 성취를 긍정하는 관점에서 기술한 역사 교과서를 몰아냈다. 내용에 대해 거짓 소문을 퍼뜨렸고 채택한 학교에는 위력을 행사해 선정을 취소토록 했다. 그 결과 교학사 교과서는 단 한 학교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되짚어 보면 어떤 갑의 횡포보다 강력하며, 상생을 해하는 정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시장 실패에 대해 정부 개입의 당위성을 가르친다.
    역사 교과서 시장은 시장 실패가 발생한 영역이다. 시장 실패에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건국 역사도 모르는 불행한 국민으로 살게 되고, 기업가 정신이 거세된 학생들로 길러진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통진당과 같은 괴물이 자라난다.

    현행 역사 교과서들은 배우면 배울수록 패배감에 사로잡히고 사회 탓, 국가 탓 하는 시민으로 자라게 되어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세력이 가장 많이 드는 논리가 국가에 의한 자율성, 다양성 침해라고 한다. 한마디로 시장에 맡기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시장을 망가뜨리고 담합으로 시장 실패를 초래해 놓고는 정부의 정당한 역할마저 막겠다는 발상이다.

    자유는 형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검인정이란 형식이 자율과 다양성으로 필연적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목격한 만큼 이제 국정이라는 형식을 반드시 획일적이라고 내칠 일만도 아니다. 역사 교과서 시장 실패의 파괴력은 너무 크다. 이제 시장 실패를 정부 개입으로 교정할 때가 되었다.
    [조선일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