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축소와 입법 보완으로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에 진지하게 나서라
  •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를 핑계 삼아 다시금 의원 정수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이것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의도는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를 핑계 삼아 다시금 의원 정수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이것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의도는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적으로 사천(私薦)할 수 있는 비례대표 기득권은 단 한 석도 내려놓을 수 없으니, 국민 여론이야 어떻든 간에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겠다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흑심이 드러난 것일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6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해 "의원 정수는 탄력적으로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며 "의원 정수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국민 여론이 수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서가 붙긴 했지만, 여야가 현행 300석 유지로 합의했던 것을 뒤엎고 결국 의원 정수를 늘릴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친노(親盧)로 분류되는 김태년 의원은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그간 문재인 대표의 의중을 충실하게 대변해 왔다. 지난 2일 전남·전북 의원들이 문재인 대표를 단체 면담할 때도 배석해,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를 위한 여러 가지 건의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대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의원 정수를 늘리겠다는 뜻도, 기득권을 단 하나도 내려놓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문재인 대표가 김태년 의원의 입을 통해 마각을 드러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4월 6일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정책엑스포장에서 국회의원 정수에 대한 스티커 설문조사에 참여해 '351명 이상'이 적당하다는 쪽에 응답했다. 이어 "우리 의원 수가 다른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와 비교하면 적다"며 "(의원 수를 400명으로 하면) 비례대표를 절반(200석)으로 늘리면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제 와서는 '총기난사'라는 멸칭까지 붙으며 지도부 의중 살피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는 김상곤 혁신위원회도 지난 7월 26일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었다.

    이후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자 당황한 새정치연합은 급히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당론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핑계삼아 다시 의원 정수 증원을 추진하려 하는 것이다. 파렴치한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이와 관련해 '국민 여론이 수용 가능한 범위'는 '0석'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의원 정수를 늘리더라도 다른 보완책 없이 헌법재판소의 2대1 인구 상하한 결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도농(都農) 간의 격차만 더욱 확대될 뿐이다.

    또, 국민 여론이 역행하는 의원 정수 증원보다는 늘려야 하는 지역구 의석 수만큼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법이 대중 정당이 당연히 취해야 할 길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관례이기도 하다. 지역구 243석·비례대표 56석이었던 17대 국회는, 18대 국회에서 지역구가 2석 늘어난 245석으로 조정되면서 비례대표는 54석으로 줄었다. 분구(分區) 등으로 지역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비례대표를 줄여 총원을 맞추는 게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6일 의원 정수도 탄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국민 여론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늘릴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6일 의원 정수도 탄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국민 여론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늘릴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다만 20대 국회를 앞두고서는 마침 문재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기화로 비례대표에 친노·운동권 인사를 내리꽂을 욕심에 이를 한 석도 줄일 수 없다고 고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만약 사실이 이렇다면 기득권 심리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김태년 의원은 이날 "비례대표제는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제도인데, 지금까지 지역구를 늘려오면서 비례대표를 계속 축소해왔다"며 "더 이상 비례대표를 축소하게 되면 제도의 취지가 무력화된다"고 강변했다. 이 역시 헌법에 대한 몰이해의 극치로, 모르고 주장했다면 무지한 일이고, 알고 주장했다면 비열한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리 헌법은 제41조 3항에서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해, 비례대표의 시행 여부나 정수에 대해서는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굳이 비례대표의 정수나 최소 정원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입법자의 결단으로 봐야 한다. 같은 조문 2항에서 국회의원의 최소 정수(200인)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점과 대조해보면 이는 극명히 드러난다. 결국 비례대표는 얼마든지 줄인다고 해도 위헌이 될 소지는 전혀 없다.

    헌법 해석에 관한 문재인 대표와 김태년 의원의 태도를 보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라 개탄스럽다. 문재인 대표와 김태년 의원은 일찍이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헌법은 제110조 4항에서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비상계엄 하에서의 군사재판도) 단심으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해, 간접적으로 사형제를 헌법에 포섭하고 있다.

    명시적으로 헌법에 규정된 사형도 법률로써 폐지하자고 하는 문재인 대표와 김태년 의원이 명시적인 법률위임사항인 비례대표 의원 정수에 대해 신성불가침인 양 운운하며 붙들고 늘어지는 것은 새정치연합 내에 만연한 친노패권주의적 모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표가 지금 김태년 의원을 통해 의원 정수 확대 검토라는 카드를 던진 이유는 뭘까.

    세 가지 측면에서 일석삼조를 노린 정치적 암수로 보인다.. △현재 여야를 넘어 '지역구 증원·비례대표 축소'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의원 정수 증원이라는 화두를 던져 이러한 공감대를 분열시키고 △호남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집중되는 농어민의 적개심을 회피하며 △의원 정수 증원에 부정적인 민심을 이용해, 농어촌 의원들에게 형성된 국민적 공감을 허물어버리려는 수작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표는 6일 열린 전북 지역 의원단과의 차담회에서도 현재 11석의 전북 의석이 한 자릿수(2석 줄어 9석)로 줄어드는 것은 안 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만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도농 격차 축소와 지역대표성 확보를 위한 숱한 방안이 제시됐음에도 전혀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해 오다가, 전북 의석을 두 자릿수로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뜻을 시사한 것은 역시 의원 정수 증원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표는 더 이상 국민 여론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 지역구 증원과 비례대표 축소를 전제로 공직선거법에 4개 군(郡) 예외 조항 신설(4개 군이 묶인 선거구는 국회의원 최소 1석 인정), 자치구·시·군 분할 금지 조항 예외의 폭넓은 허용 등을 통해 농어촌의 지역대표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민심에 부응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