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 좌장 서청원, 작심한 듯 김무성 겨냥 "언론 플레이, 오늘까지만 참겠다"
  •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당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당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공천 룰(Rule)'을 놓고 벌어진 새누리당 내 계파갈등이 당내 특별기구 구성 과정에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비박(非朴)-친박(親朴) 진영의 좌장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문제와 관련해 또 다시 설전을 벌였다. 내년 총선 공천방식을 논의할 당내 특별기구 구성안을 의결하기에 앞서 한바탕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포문은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열었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를 겨냥, "절대 개인이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이제 용서않겠다. 제가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의 언론의 인터뷰 내용을 거론하면서, "오늘 아침 신문을 보면 우선추천제는 고려할 수 있다, 당헌당규에 있는 것을 대표가 떡 주무르듯 당헌당규를 마음대로 거론하고 있다"고 김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지난 달 30일 의총에서 청와대를 향해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한 발언을 겨냥, "나도 (김 대표에) 참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대표가 회의 때 이야기를 해야지 매번 기자들과 언론플레이 하면서 누가 최고위원들이 전략공천을 원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앞으로 이렇게 하면 큰 사단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명히 이 자리에서 경고한다"고 했다. 

    앞서 김무성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공천 룰을 논의하는 특별기구에서 '당헌·당규대로 공천하자'고 결론을 내리면 수용하겠다. 전략공천제도는 지난해 당헌·당규 개정 때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어 "그 대신 특별한 경우에 적용하는 '우선추천지역' 제도가 신설됐고, 전략공천은 수용할 수 없지만 당헌·당규에 있는 우선추천은 실시할 수 있다"며 안심번호를 통한 100% 여론조사를 주장해온 자신의 입장을 사실상 접을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왜 이런 말씀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국가든 사회든 개인이든 모두 다 법과 제도에 의해 움직인다. 당도 마찬가지다. 당헌과 당규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표가) 청와대와 (안심번호 문제를) 상의했다고 하는데 왜 일개 수석하고 그런걸 이야기하나"라며 "당에서 최고위원들과 '이런 제도가 있으니까 이걸로 갈 수밖에 없는데 내가 문재인 대표 만나서 이야기 한번 해 보겠다'라고 그런 절차도 안 밟고 청와대 수석하고 왜 이야기하나"라고 김 대표의 월권 논란을 지적했다.

    김 대표가 자신을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상의도 없이 공천룰과 관련한 독단적 언행을 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무성 대표는 지난 2일 측근이 보낸 문자 내용이 언론에 포착돼 의도적 노출 논란을 야기했다. 문자의 내용이 '청와대와 비박계가 초유의 민주주의 수호 투쟁을 시작했다', '주말 동안 비박계 쇄신파를 움직여야 한다' 등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싸고 친박계와의 전면전을 예고하는 분위기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나아가 "당은 당 대표가 주인이 아니다. 당헌 당규에 따라 당원이 주인이다. 안심번호만 하더라도 여기 앉아있는 최고위원들은 내용도 모른다"며 김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 문제도 거듭 비판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이날 회의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말은 근사하게 들리지만 굉장히 위험한 말"이라며 김무성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 도입에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하며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김무성 대표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아울러 당내 경선 방식과 관련해 정치적 포퓰리즘에 함몰돼서는 우리 당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자신을 향한 비판 발언이 쏟아지자 "여러차례 공개 발언과 비공개 발언을 구분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게 지켜지지 않아 참 아쉽다"고 받아쳤다.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당내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는 데 대한 반격이었다. 

    김 대표는 특히 자신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당헌당규대로 하면 싸울 일이 없다고 했고, 전략공천과 우선추천제 질문에 작년 6월 당헌당규 개정 내용에 전략공천 폐해를 없앴기 때문에 정치적 소수자와 현저히 경쟁력 낮은 취약지역 같은 곳에 우선 추천할 수 있도록 돼있다고 했을 뿐"이라며 "그 언론사에서 보도된 것까지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서 최고위원은 "공개된 얘기와 비공개 구분하라는 이야기는 그동안 그렇게 해왔다"면서 "솔직하게 김 대표가 언론플레이를 자주 한다"고 응수했다.

    이에 김 대표는 "그만하라"고 발끈했고, 서 최고위원은 "앞으로 조심하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김 대표와 친박 맏형이 격하게 충돌하면서, 친박과 비박의 돌이킬 수 없는 '공천룰 전쟁' 2라운드로 번질 것으로 관측된다. 

    친박계를 지원사격하던 청와대는 공천 논란에서 조심스레 발을 빼는 모양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공천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누리당 특별기구 구성안이 최고위에 상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특별히 말씀 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금주 내 당내 공천 특별기구가 발족하는 만큼 이제 청와대가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공천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야권의 비판을 의식한 듯, 최대한 발언을 자제하려는 듯한 분위기다. 

    다만 비박계의 칼끝이 청와대를 겨눌 경우, 다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뉴욕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김무성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논란의 핵심인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놓고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결국 청와대와 구상과 김무성 대표의 입장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기류 탓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비박계 간의 휴전(休戰)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